일회용기 안 쓰고 재활용 빈번
[감염관리 전무, 감염불감증 심각 수준]
중소 요양병원이 의료기관 감염감시체계 사각지대에 있어 감염관리가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할 보건소에서 하고 있는 요양병원 점검은 1년에 1~2회로 형식적인 절차에 그쳐 요양병원 감염관리 체계가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9일 제보에 따르면 대전의 한 요양병원에서 환자의 침이나 가래 등 분비물을 제거하는데 쓰이는 석션 흡입용기를 재활용하고 있다. 감염의 위험성으로 인해 석션기 흡입용기에 쓰는 식염수는 물론이고 용기와 호스 등을 모두 일회용으로 써야하는 의료기관 감염관리 지침을 지키지 않고 있는 거다. 지침에는 석션기 흡입용기는 감염방지를 위해 뚜껑이 있는 일회용기여야 하고, 석션호스(오랄바이트) 등도 일회용으로 재활용할 수 없다.
더군다나 제보에 따르면 이 요양병원은 개인별로 써야 하는 석션기 흡입용기를 소독기에 소독한 후 여러 명의 환자에게 사용했다. 이뿐만 아니라 일회용으로 써야 하는 렉탈튜브(장세척, 관장을 위해 사용되며 혈관을 제외한 몸에 액체를 주입할 때 사용하는 튜브), 넬라톤팁(오도관 즉 소변중용 튜브), 피딩백(음식 섭취가 어려운 환자에게 액상 영양식을 위생적으로 주입하는데 사용하는 용기) 등 대부분 의료기구들을 소독기에 돌린 후, 재활용했다. 또 건물 자체가 노후해 감염병 환자를 격리할 수 없는데다 보호자 면회시간 조차 따로 운영되고 있지 않아 감염 위험에 사실상 방치되고 있었다. 이 요양병원은 지난해 4월 결핵환자가 발생해 보건당국에서 조치를 취한 곳이기도 하다.
관할 보건소는 민원과 관련해 취재가 들어가자 해당 요양병원을 불시점검하기로 했다.
보건소 관계자는 “감염관리 등에 대한 민원이 오면 불시에 점검을 나가기는 하나 정기적인 점검은 1년에 1회 또는 2회 정도하고 있어 감염사례나 적발사례는 없었다”며 “일회용기를 재활용하고 있는 부분을 불시에 점검해 감염관리를 하겠다”고 말했다.
흡입용기를 재활용하는 제보사진을 본 한 의료진은 “환자의 가래 등 분비물을 뽑는데 사용하는 용기 등은 폐기할 때도 감염 위험으로 인해 의료폐기물로 분리해야 하는데 감염불감증이 심각한 것 같다”고 우려했다.
사실상 중소 요양병원 감염감시체계는 보건소 점검 외에는 전무한 실정이다. 중소요양병원 등은 법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감염관리실 설치의무가 없고, 감염관리전담인력도 없다. 의료계 관계자는 “중소 요양병원은 수가가 낮아 의료용기 재활용 사례들이 있는 것 같은데 현실적으로 감염감시체계 보완과 수가 개선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제언했다.
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