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희 충남농업기술원 친환경농업과

 

70~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농업현장의 영농기술 수준은 매우 낮아서 연구기관이 개발한 신기술은 대부분이 농가에서 앞다투어 배우려고 하였으며 영농현장을 다니는 기술지도원의 말 한 마디 한마디에도 대부분의 농업인들이 귀를 쫑긋하던 시대였다. 그만큼 당시에는 영농현장에서 새로운 기술을 접하고 배울 기회가 부족했고 어떤 기술이든 연구기관에서 빨리 개발하여 농가에 보급하기만 해도 각광을 받던 공급자 중심의 농업기술 시대였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부터는 농가 기술수준의 향상, 정보통신의 발달 등으로 아무 기술이나 연구기관에서 개발만 하면 농가에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농업기술도 하나의 상품으로 기술수요자인 농업인의 마음을 잘 읽고 꼭 필요한 기술을 개발해야만 팔릴 수 있는(농업인이 배워가는) 시기가 되었다. 즉, 기존처럼 연구자 입장에서 기술개발을 기획하고, 연구를 수행하고, 농가에 보급하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농업인의 기술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수요자 중심으로 변한 농업기술 시장에서 앞으로 어떻게 하면 현장의 기술수요를 적시에 충족시킬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기술개발현장과 영농현장, 기술개발자와 농업인이 분리되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과 작업의 복합화 및 협업화가 되어야 한다. 즉, 농업인의 아이디어가 바로 연구계획에 반영되고, 농업인도 직접 연구에 참여하며, 영농현장이 곧 실험장소가 될 수 있는 개방적 구조가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환경변화에 발맞춰 충남친환경농업연구센터에서는 올해부터 농업인과 함께하는 연구를 시범적으로 추진한다. 친환경참외 생산기술과 관련한 농업인의 아이디어를 연구계획서에 반영하여 농업기술원의 시험연구포와 농가의 참외재배농장에서 농업인과 협업시스템을 구축하여 함께 고민하면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농가에서는 참외 농사를 지으면서 연구원들과 협의된 방식으로 생산과정을 관리하고 데이터를 추출함으로써 연구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고, 농업기술원에서는 농가포장에서는 시험할 수 없는 요인들에 대하여 다양한 시험을 통하여 데이터를 축적하고 농가 자료와 비교분석을 통하여 의미 있는 연구결과를 도출하는 농민참여형 협력연구를 시도하고 있다.

옛날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이제 농업기술 개발에 있어서도 먼 앞날을 내다보며 변화무쌍한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연구기관 혼자 앞서나가며 농가를 지도하는 방식으로는 곤란하다.

연구기관과 농가 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경계와 벽을 허물고 동반자로 함께 가야만 멀리갈 수 있고 우리 농업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충남친환경농업연구센터의 이러한 농민참여형 협력연구 시도가 성공하여 앞으로 다른 연구분야에서도 새로운 방식의 민관 협력 연구모델로 정착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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