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터의 네 가지 요건 지리, 생리, 인심, 산수

택리지(擇里地)는 사람이 살아갈 터를 정할 때 네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복거총론(卜居總論)에 따르면 첫째는 지리(地理)가 좋아야 하고, 둘째는 생리 (生利 : 땅에서 생산되는 이익)가 좋아야 하며, 셋째 인심(人心)이 좋아야 하고, 넷째 산수(山水)가 좋아야 한다. 이 네 가지에서 하나라도 모자라면 좋은 터전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지리가 좋아도 생리가 부족하면 오래 살 곳이 못 되고 생리가 좋다 하더라도 지리가 나쁘면 또한 오래 살 곳이 못 된다. 또 지리와 생리가 좋다하더라도 인심이 착하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할 일이 생기고 가까운 곳에 나들이할 만한 산과 물이 없으면 마음을 밝게 가꿀 수 없다고 했다.

좋은 터의 네 가지 요건인 지리, 생리, 인심, 산수 등을 살피면 동양 철학인 음양오행의 원리에 의한 구분임을 알 수 있다. 음양을 크게 구분하는 보이는 부분인 물질(음)과 보이지 않는 부분인 정신(양)이 있다. 이중환은 택리지를 통해 좋은 터의 조건을 정신이나 철학적 관점에서 지리(地理)가 으뜸이어야 하며 물질이나 경제적 관점에서는 생리(生利)가 중요하다고 했다. 더불어 정신적 측면에서 인심을 강조했고 물질적 측면에서 산과 물을 통한 자연 친화적 사고 역시 필요하다고 했다.

택리지에서 가장 으뜸으로 지목한 지리(地理)를 어떻게 살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먼저 물의 흐름을 보아야 하며 그 다음으로는 들의 모습을 살펴보고 다음으로 산의 모양과 흙의 빛을 살피고 조산(朝山·터의 앞 산)과 조수(朝水·터의 앞으로 흘러드는 물)를 봐야 한다.

물의 입구가 엉성하고 넓기만 하다면 비록 좋은 토지와 큰 집이 있다 하더라도 대개는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자연히 흩어지고 없어져 망하게 된다. 그러므로 집터를 잡고자 할 때에는 반드시 물의 입구가 닫힌듯하면서 그 안쪽에 들이 펼쳐진 곳을 눈여겨 구해야 한다.

지리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물의 흐름 가운데 물이 들어오는 부분보다도 물이 빠져나가는 지역인 수구(水口)가 닫힌 곳을 얻기가 쉽지 않다. 산 중에서는 수구가 닫힌 곳을 찾기가 쉬울 수 있으나 들 가운데는 그런 짜임새 있는 곳을 구하기 어렵다. 이럴 경우 반드시 거슬러 흘러드는 물이 있어야한다.

높은 산이나 그늘진 언덕을 가릴 것 없이 거슬러 흐르는 물이 집터의 위치와 형국을 가로막고 있으면 좋은 곳이다. 한 겹으로 감싸 있어도 좋지만 세 겹, 다섯 겹으로 감아 쌀수록 더욱 좋다. 이런 곳이라면 굳건하게 오래도록 세대를 이어갈 수 있는 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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