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석 충남농업기술원 농업해충팀장

농사를 짓다보면 가장 골칫거리인 것이 해충이다. 해충은 우리 먹거리인 농작물에 직접적인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각종 병원균과 바이러스를 매개하여 농가의 소득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방제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해충을 방제하기 위해 화학약제인 살충제가 없던 시기에는 손으로 잡는 방법이 유일한 수단이었고 화학약제가 개발된 이후에는 손쉽게 해충을 방제할 수 있었다. 이러한 화학약제의 사용으로 해충을 박멸하기 위한 행위가 난무하면서 농약의 오남용이 빈번해졌고 생태계 내 생물들은 이러한 농약의 오남용에 의해 멸종되기도 하고 돌연변이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생태계에 축적된 화학약제의 위해성분들이 결국 먹이사슬의 상위단계인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주고 있고 각종 어패류와 조류 등에도 기형을 일으키는 사회적 문제가 발생돼 왔다.

현대의 먹거리는 소비자의 건강을 중시하는 웰빙문화가 사회 전반에 팽배하게 자리 잡고 있다. 화학약제의 사용을 최소화하면서 고품질의 우수 농산물을 생산하여 국가 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불안전한 농약의 사용을 제한하면서 오남용을 방지하여 고품질의 안전농산물을 생산함으로써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고자 PLS라는 농약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가 생기면서 농약의 사용에 신중성이 요구되고 있다. 생산자는 농약사용을 최소화 하면서 병해충을 방제하기 위한 새로운 방제수단에 대한 요구도가 증가하고 있다.

살충제(농약)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식물추출물, 미생물, 바이러스, 천적 등 여러 방법들이 존재하나 천적은 살충제를 대체할 수 있는 최고의 방제인자이다. 하지만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천적은 농업인의 선택에서 배제되고 친환경 식물추출물을 이용하려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식물추출물의 사용은 천적에게도 치명적인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천적과 식물추출물의 사용은 주의가 필요하다. 화학약제인 농약은 천적에 안전한 수준에서 선택적으로 천적과 동시에 사용이 가능하나 식물추출물은 천적과의 동시사용을 위해서는 천적에 대한 안전성이 검토되어야만 가능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동시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천적은 2010년까지 정부의 지원 아래에서 최대의 전성기를 맞은 이후 사용량이 줄면서 국내 천적회사의 대부분은 수입천적을 농가에 보급하는 수준이 되어버렸다. 천적은 농약처럼 단기적인 효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으나 한번 정착하면 화학약제나 식물추출물처럼 주기적으로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사용방법에서도 노동력을 1/10로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생산자인 농업인의 건강을 지켜주면서 정상적으로 호흡하고 자란 농작물의 맛과 품질을 좋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천적의 사용은 농업인이 해충과 천적에 대하여 충분한 지식을 가져야 하며 많은 경험과 전문지식이 요구되기 때문에 천적을 이용한 방제를 시도하는 게 쉽지는 않다. 또한, 천적을 이용한 농산물에 대한 전문 유통구조가 없기 때문에 직거래를 제외하고는 일반 농산물로 취급되기 쉬워 사용을 꺼려하는 농가도 다반수이다.

유기농산물의 경작 면적률은 2005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1% 남짓에 불과하고, 화학농약의 사용량은 선진국인 미국, 덴마크, 캐나다 등의 국가보다는 월등히 높은 수준이지만 2007년 이후 서서히 낮아지고 있다. 천적방제비율은 선진국인 벨기에와 덴마크 90%, 캐나다와 스웨덴 80%이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1%에 불과하다. 천적을 이용한 친환경농산물 생산은 유기농산물의 생산에 필수적이며 고품질의 안전농산물을 생산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생각하는 해충관리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농업인교육, 천적 R&D 활성화, 천적회사 육성지원, 전문 유통망 신설 및 소비자 홍보 등 다각적인 개선이 요구되며 무엇보다도 천적을 생산하는 회사의 지원보다는 천적을 이용한 농산물에 대한 보상이 필요해 보이며 천적을 이용했을 때 생산된 농산물의 장점을 파악하는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국내 토착천적의 지속적인 발굴과 다양한 천적을 이용한 생물학적 방제 연구 등의 아낌없는 R&D 지원이 곧 천적산업의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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