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윤 배재대 간호학과 교수

인생의 조종간을 뺏는 것은 언제나 도움의 형태로 일어난다. 대통령 입장에서는 본인의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이 좋고, 비판 언론과 야당이 싫었겠지만 대통령을 망치는 것은 언제나 돕겠다고 나선 최측근과 친·인척이었다.
나와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은 내가 두 명이 돼도 의미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면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은 함께 있기에 거북하지만 더 크게 망칠 수도 있는 일들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현명한 사람은 나를 싫어하고 나를 공격하는 사람의 효용성을 안다.
무엇보다 리더는 ‘나를 도와주는 사람’과 ‘나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을 구분해야 한다. 나를 도와주는 사람의 총명함을 따르지 말고 부족한대로 나의 생각으로 결정하며 사는 게 그나마 더 낫다. 총명한 사람이 왜 이유 없이 나를 돕겠는가. 내가 권력을 가졌다면 권력의 조종간을 가지겠다는 것이며, 내가 부를 가졌다면 부의 혜택이 필요해서인 것이다.
자신의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타인의 생각대로 살게 된다. 그리고 본인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그 사람이 어떤 타인의 생각으로 움직이는 것인지도 언제나 알고 있다. 잘 모르는 사람은 오직 한 명, 본인만 모른다.
그런 식으로 뺏기는 것이다. 돕는 사람도, 도움을 받는 사람도, 어느 쪽도 나쁜 의도는 없었겠지만 결과는 언제나 그랬다. 대통령의 최측근과 친·인척도 거의 대부분 도움을 주려했을 뿐이고 정말 아주 조금 자신의 이익도 고려했을 뿐인데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여러 사람의 인생을 망쳤다.
공짜 치즈는 쥐덫에만 놓여 있다고 했다. 배가 고픈 것도 죄가 아니고 치즈를 구하는 것도 죄가 아니다. 다만 아무 대가를 치르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의 대가가 가장 크다는 것이 문제다. 공짜 치즈를 얻고 목숨을 치르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그냥 공정’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독하게 공정’해야 한다. 평소 성품이 바르고 정직한 사람도 곤란한 상황이 되면 자발적으로 돕겠다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때가 있다. 이 때 자신이 가졌는지도 모르던 수많은 것들이 대가로 지불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의식하지 못했던 보이지 않는 것들도 사실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하기도 쉽지 않지만 곤란한 처지에서 독하게 공정하기란 더욱 쉽지 않은 일이다. 공정하다는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단 한 사람도 만족시키지 않는다는 의미일 수 있다. 그러나 공정한 사람은 평생 그 타령으로 살아갈지는 몰라도 절대로 끔찍한 일에 빠지지 않는다. 머리가 좋아 출세한 사람들이 도덕성을 겸비하지 못했을 때 위험하고 해로운 기회도 다가온다.
자신의 삶도 존중하고 타인의 삶도 존중함과 동시에 자신의 생각으로 살아간다는 것, 다들 그러고 사는 줄 알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도움이란 선의의 형태로 포장돼 침입이 일어나기 때문에 더욱 알아채기 힘들다. 따라서 선물이 뇌물이 되지 않게 조심해서 받아야 하는 것 이상으로 도와주는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
선물은 물건이지만 일을 도와주는 것은 생각을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건은 하나의 일을 망칠지 모르지만 생각은 내가 하는 모든 일을 망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