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낭만도 잃고 교양도 잃었다는 얘기는 어제오늘이 아니다. 현실이 척박해지면서 경쟁은 날로 거세지고 더불어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그러니 삶에 보탬이 되는 경험을 할 새가 없다.
대학만 들어가면 모든 것이 끝나는 줄 알았던 때도 있으련만 막상 대학에 들어와 보니 중고생 시절 대입시험 준비하던 때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경쟁에 쫓겨 다니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대학생들은 몹시 불안하다. 그들의 불안감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무엇을 통해 그 불안감을 극복해야 할지 잘 모르고 있다. 그냥 있자니 불안하니까 그들이 자꾸 손대는 것은 스펙이다.
이런저런 스펙이라도 준비해두면 혹시 써먹을 일이 있을까 싶어 오로지 스펙 쌓기에 열중한다. 혹자는 아무 소용없다고 충고해주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자니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다.
스펙 쌓기라도 해야 불안한 마음을 달랠 수 있으니 언제 어떻게 써먹을지도 모르지만 자격증이라도 취득하려 하고, 영어 공인시험 점수라도 높게 받아두려고 한다. 왜? 그냥 있으면 불안하니까.
그러나 현실은 상황이 좀 다르다. 사회가 그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폭 넓은 사고와 사교성,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합리성과 유연성 등이지만 그러한 요구는 수치나 자격증으로 입증이 안 된다.
오로지 자격증을 따고 점수를 따서 자격을 갖추는 것은 검증이 가능하기 때문에 해두면 언젠가 써먹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래서 방학에도 대학생들은 스펙 쌓기에 매달린다.
일부 학생들은 남들 다 하는 스펙 쌓기가 호강에 겨운 일로 비쳐진다. 방학을 통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학비와 용돈을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학생들은 우리 주변에 의외로 많다.
그러니 학비 마련이라는 현실에 놓인 학생들은 남들이 불안해서 한다는 스펙 쌓기를 할 마음의 여유가 없다. 스펙 쌓기라도 하는 학생들은 불안감이라도 덜지만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학생에게는 그것도 사치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대한민국의 대학생에게 방학은 사라졌다. 이는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이런 풍토는 점점 더 획일화 되고 규격화 된 인간을 만드는 데 열중하게 한다.
창의의 시대, 융합의 시대라고 하지만 어느 구석을 살펴봐도 창의적 일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경험을 중시하는 학생은 안 보인다. 창의적 생각을 합성시켜 제3의 아이디어를 낼 융합의 인재는 더욱 안 보인다.
대학생이 수험생으로 전락한 현실은 미래를 답답하게 한다. 소득수준과 생활수준은 올라갔다고 하지만 우리 사회는 점점 심각한 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