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어 미국까지 불안요소 / 반대매매 주가 하락 악순환될까 / 악재 선반영, 낙폭은 줄어들 수도

국내 증시가 술렁이고 있다. 일본의 화이트국가 배제 조치와 동시에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됨에 따라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악재가 산재해 있지만 단기에 해결될 점이 아니라는 점에서 당분간 증권 시장에 먹구름이 걷히지 않을 전망이다.

일본 정부가 지난 2일 우리나라를 수출 절차 간소화 대상인 화이트국가(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대상국)에서 제외시키면서 국내 증시에도 파문이 일고 있다. 이날 오후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19.21포인트(-0.95%) 하락한 1998.13을 기록했다. 개장 직후부터 약 7개월 만에 2000선이 붕괴되며 충격을 받더니 회복하지 못하고 2000선을 하회했다. 코스닥 역시 장 초반 610선까지 떨어졌다가 615까진 올라왔지만 떨어진 폭이 워낙 커 620선을 지키지 못했다.

이미 수출규제로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고생길이 예고됨에 따라 국내·외 시장에선 경제성장률이나 기업 전망을 낮춰 잡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로 낮췄고 블룸버그가 집계한 국내·외 43개 기관 중 10곳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2%에도 못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던 미·중 무역전쟁이 재점화된 점도 악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중국산 제품에 대한 10% 추가 관세를 내달부터 적용키로 밝힘에 따라 국내는 물론 뉴욕 증시에도 큰 충격이 일고 있다. 미국의 대(對)중국 추가 관세부과는 세계 경제를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특히 우리나라 증시는 국내 경기와 기업 실적 등이 부진해 체력이 약해진 상태라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를 바라보는 시각이 그리 좋지 못하다.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자 더 나빠지기 전에 시장을 탈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탈하는 자금이 커질수록 낙폭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점도 불안요소다. 특히 ‘깡통계좌’라고 할 수 있는 신용투자자를 중심으로 반대매매가 늘어나고 있다. 반대매매란 신용이나 미수로 매수한 주식이 담보비율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 증권사가 해당 주식을 강제로 매도해 증거금을 회수하는 조치를 말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가지고 있는 주식을 전부 팔아도 빌린 돈을 못 갚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매도세가 지속되는 이상 주가 하락을 면치 못할 것이고 반대매매를 할 수밖에 없어 다시 주가가 내려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증권 시장에 악재가 충분히 반영돼 앞으로의 낙폭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미 예고돼 왔던 일본의 조치로 인해 증시가 많이 떨어진 상태로 악재성 이벤트가 선(先)반영, 이번 발표로 마무리됐다는 거다. 정부나 기업들의 노력과 대응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반등의 여지를 준다. 경제계 관계자는 “당분간 어려운 시간으로 바닥을 확인하는 주가 흐름이 지속될 수 있다. 다다른 저점을 확인하는 시간이 지나면 반등의 여지는 남아있다”면서도 “하지만 그 낙폭을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에 섣부른 투자는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송승기 기자 ssk@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