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불신 없애고자 공정성 제고 나서고
전과정 외부 전문업체 위탁·필기시험 도입
은행권의 채용트렌드가 과거와 크게 달라지고 있다. 디지털 인재 채용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고 필요한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려는 이른바 ‘핀셋 채용’도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은행들이 지난해 이슈였던 채용비리 얼룩을 지우고 공정성을 회복하려는 모습도 주목된다.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은행(신한·국민·우리·KEB하나·농협·기업은행 등)은 올 하반기 채용 준비에 들어갔다. 대부분 채용규모와 시기를 확정하지 못했지만 통상 진행했던 것처럼 9월 하반기 공채 시즌에 맞춰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이들은 27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리는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에 참가해 우수면접자(30%)에게는 하반기 공채 1차 서류전형 면제 혜택을 제공한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건 ‘디지털 인재 찾기’다. 올해 은행권의 디지털 전환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채용과정에도 그 영향이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IT 인재가 워낙 귀하다보니 대부분의 은행들이 이들을 수시채용 형식으로 모집하고 있다. 일괄채용으로 필요한 인력을 뽑는데 한계가 있다 보니 필요한 부서, 지점 등 적재적소에 필요 인력을 뽑는 ‘핀셋 채용’이 대세가 된 거다. 신한은행의 경우 올해부터 ‘디지털·ICT 신한인 채용위크’를 신설해 디지털 인재 채용에 공을 들이고 있고, KEB하나은행도 최근 하반기 대규모 공채에 앞서 수시채용으로 신입직원을 뽑기로 했다. 데이터 분석과 투자금융 업무에 곧바로 투입할 수 있는 전문가를 영입하기 위해서다.
채용과정에서의 공정성도 큰 변화다. 지난해 채용비리 이슈로 몸살을 겪었던 은행들이 대거 블라인드 채용방식으로 변화를 줬다. 블라인드 채용이란 입사지원서에 신체 조건, 학력 등 선입견이나 차별적 요소를 배제하고 채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예외적으로 디지털 부문 지원자는 자격증을 기입해야 하지만 그 외 다른 요소들은 없애고 오직 자기소개서를 통해 지원의사를 판단, 특혜 없이 지원자 모두에게 필기시험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문제는 채용비리로 불거졌던 금융권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다. 입시비리, 채용비리로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비리 문제가 금융권을 넘어 범사회적인 이슈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각 시중은행들은 채용과정의 공정성에 대해 의심받았으며 일부 은행에서는 행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퇴임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고초당초 쓰린 경험을 한 은행들도 이번 채용과정에서 최대한 공정한 방식을 위해 여러 안전장치들을 도모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채용 프로세스 전과정 외부 전문업체 위탁과 필기시험 도입 등이 있다. 면접과정에서 외부전문가를 50%씩 투입, 합격자를 대상으로 채용적정 여부를 전수 조사하고 청탁 같은 부정행위 발견 시 그 즉시 채용이 취소되는 등 채용비리의 얼룩을 씻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거다. 한 금융관계자 역시 “지난해 있었던 채용비리라는 홍역에 시달린 은행들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진 않을 것”이라며 “비리 자체는 잘못된 일이지만 그로 인해 채용과정의 투명성이 제고되는 것은 긍정적인 영향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승기 기자 ssk@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