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현대사를 돌이켜보면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변화와 성장을 겪었다. 시련과 아픔도 많았고, 번영과 영광도 많았다. 어느 민족보다 굴곡 있는 역사를 경험했다. 이 기간 두 번의 정권 퇴진이 일어났다. 4.19혁명을 통한 이승만 자유당 정권의 붕괴와 촛불혁명을 통한 박근혜의 퇴진이었다. 이 두 차례 정권 퇴진의 공통점은 국민들이 부정과 불의에 항거하며 일어서 거사를 일으켰다는 점이다. 이들은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활동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었고, 참지 못한 민중들이 일어나 이들을 단죄하고 정권에서 내몰았다. 두 번의 거사를 통해 국민들은 자신이 주권의 주체이며 이 나라 주인은 국민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깨달았다.

비단 우리뿐 아니라 세계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국민을 섬기지 않고, 국민의 뜻에 반하는 정치를 구사하는 세력들은 국민들의 손에 의해 단죄되었다. 그러나 국민이 정권을 단죄하고 퇴진시키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국민이 저항의식을 갖고 일어서기 위해서는 그만한 역량을 갖춰야 하고 대단히 많은 희생이 뒤따른다. 역량이라 함은 역사의식과 자주의식을 비롯해 정의감, 저항정신, 희생정신, 응집력, 실행력 등을 통틀어 일컫는다. 이런 것들이 갖춰지지 않으면 국민의 힘으로 역사를 되돌린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역사를 뒤바꿀 수 있는 힘은 오로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러한 사실을 기반으로 일본과 북한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살펴보았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보수 우익정당이 집권하고 있지만 특히나 아베 정권이 들어선 이후 눈에 띄게 '우클릭' 하고 있다. 아베는 과거의 식민통치와 전쟁도발 등에 대해 잘못이 없다는 생각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보편적 선악의 가치를 부정하고 오로지 군국주의적 사고에 빠져 역사를 은폐하는 것은 물론이고 동아시아의 우호관계를 깨뜨리려 하고 있다. 이 같은 아베의 절대 지지층은 대략 20~30%로 파악되지만 집권이 장기화 되면서 정치에 무관심한 부동층의 상당수가 극우화 되고 있다.

하지만 일본 내에도 바른 역사의식을 갖고 아베정권의 우경화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분명 존재한다. 이들은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이웃국가들과 대립과 반목을 조장하는 정책을 중단하고 화해의 길을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을 주목해야 한다. 이들이 세력을 키워 주도적인 여론을 형성하고 다수의 일본국민들이 이들에 동조해 올바른 역사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차피 일본을 개혁하고 일본인을 바른 길로 이끌어야 하는 주체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일본국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일본과 일본인을 비판의 대상으로 삼지 말고 일본 내 극우 군국주의자들을 비판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양심세력은 우리와 생각을 같이하는 이들이기 때문에 그들을 적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

북한도 마찬가지이다. 북한주민들이 핍박 받으면서도 저항할 줄 모르는 무능한 존재라고 치부하기보다는 그들이 스스로의 역량을 키워 부당한 정권에 저항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자 노력해야 한다. 우린 그들이 정의와 불의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자생적으로 저항정신을 싹 틔울 수 있도록 독려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가 그 문제를 직접 해결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교만이고 오산이다. 북한주민들이 의식수준을 높여 저항의식을 키워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중국정부는 일본의 일반시민을 끌어안으며 친중파를 형성하고, 그들이 주도적으로 중일관계를 긍정적으로 이끌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피아의 구분 없이 모든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반일감정을 노출해 보이는 치밀하지 못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북한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북한 문제를 직접 해결하려 드는 경향이 있다. 북한주민들이 일부 선각자들을 중심으로 스스로 문제해결 능력을 갖추도록 그들을 독려하고 길을 열어주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일본이든 북한이든 우리에게 우호적인 집단까지 싸잡아 적대시 할 이유가 없다. 우리에게 우호적인 양심세력들이 역사를 바꾸도록 길을 터주는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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