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영화축제인 제63회 칸 국제영화제가 오는 12일(이하 현지시간)부터 23일까지 프랑스 칸에서 열린다.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칸 영화제는 베를린과 베니스영화제가 주춤하는 것과는 달리 해가 갈수록 영향력을 확대하며 으뜸 영화제로 자리 잡고 있다.특히 올해 경쟁부문에는 이창동 감독의 '시'와 임상수 감독의 '하녀'가 동반 진출하면서 더욱 관심을 모은다.◇한국영화 본상 수상하나 =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놓고 다투는 경쟁 부문 후보작에 '시', '하녀'가 포진했다. 2편 이상을 경쟁부문에 올려놓은 국가는 프랑스(3편)와 한국뿐이다.한국 영화가 두 편 이상의 경쟁부문 진출작을 낸 건 '올드보이'(박찬욱 감독)와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홍상수 감독)가 동반 진출한 2004년과 '밀양'(이창동 감독)과 '숨'(김기덕 감독)이 진출한 2007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한국 영화계는 경쟁부문에 두 편 이상이 진출했을 때마다 적어도 본상 하나씩은 수상해 왔던 점에 비춰 올해도 적잖은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04년에는 박찬욱 감독이 '올드보이'로 심사위원 대상을, 2007년에는 전도연이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다.홍상수 감독의 '하하하'는 '주목할 만한 시선'에 진출했다. 1999년 '강원도의 힘'을 시작으로 이번까지 모두 6개 작품을 칸에 진출시킨 홍 감독은 칸에 가장 많이 초청받은 한국 감독이 됐다.이밖에 장철수 감독의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비평가 주간에 초청됐으며 세종대에 재학 중인 김태용 감독이 연출한 '얼어 붙은 땅'도 학생부문인 시네파운데이션에 초청됐다.◇ 화려함보다는 다양성과 내실을 = 올해 경쟁부문에는 모두 15개국에서 18편이 진출했다. 작년보다 2편이 줄었으며 쿠엔틴 타란티노부터 켄 로치까지 진출했던 지난해보다는 화려함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대신 다양성과 내실을 추구한 흔적이 엿보인다.우크라이나와 차드 영화는 1946년 영화제가 시작된 이래로 처음으로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알제리나 멕시코, 태국 등 국제적으로 덜 주목받은 국가들의 영화들도 진출했다. 반면 미국 할리우드 작품은 더그 라이먼 감독이 연출한 '페어 게임' 단 한편만 이름을 올렸다.아시아 영화의 강세도 눈에 띈다.18편의 진출작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6편이 아시아 영화다. 중국(왕 샤오슈아이 감독), 일본(기타노 다케시 감독), 이란(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 태국(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 한국(이창동.임상수)이 경쟁부문에 품을 진출시켰다. 유럽 작품이 8편이니 유럽과 아시아가 경쟁부문을 양분한 모양새다.이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경험이 있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증명서), 마이크 리(어너더 이어) 감독이 다시 한 번 황금종려상을 차지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반가운 노장 감독, 수많은 스타들 = 경쟁 부문이 핵심이긴 하지만 비경쟁이나 주목할 만한 시선에도 눈길이 간다.'주목할만한 시선'의 선정작들이 먼저 눈에 띈다. 올해 102세인 포르투갈의 마누엘 데 올리베이라 감독의 신작 '안젤리카'와 80세인 프랑스의 장뤼크 고다르 감독의 '필름 소셜리즘'이 이 부문에 선정됐다.올리베이라는 1929년부터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감독이다. 지난 1997년 이후부터는 거의 매년 신작을 쏟아내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세계적인 철학자 알랭 바디우가 주연으로 출연하는 장뤼크 고다르 감독의 신작 '필름 소셜리즘'도 관심거리다.비공식 부문에는 70대 중반의 우디 앨런(75)의 신작 '유 윌 미트 어 톨 다크 스트레인저'와 일흔을 바라보는 스티븐 프리어즈(69) 감독의 '타마라 드류' 등 거장 감독들의 신작도 볼 수 있다.세계적인 스타들도 영화제와 함께한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로빈후드'의 주연배우 러셀 크로를 비롯해 숀펜, 케이트 블란쳇, 마이클 더글라스, 앤소니 홉킨스, 하비에르 바르뎀 등도 영화제 기간에 칸을 찾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