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구단 마침표 ‘기업구단’ 전환
체육계·팬들 “자줏빛 명성 되찾길”

시티즌 22년 역사가 또 한번의 변곡점을 맞는다. 해마다 많게는 80억 원의 혈세가 투입됐지만 좀처럼 K리그 2부 리그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특히나 지난해 연말엔 선수 선발 부정 의혹이 불거지며 대표이사와 감독이 중도 하차하는 우여곡절이 계속되자 결국 명문 시민구단을 목표로 내걸고 야심차게 출범한 시티즌은 하나금융그룹에 인수돼 기업구단으로 재탄생하게 됐다.
현 최용규 대표이사 선임 직전 시티즌 대표이사 권한대행을 지낸 박일순 대전시체육회 사무처장의 감회가 남다른 이유다. 박 사무처장은 “잠시 시티즌에 몸을 담기도 했지만 그동안 구단을 둘러싸고 선수 부정 의혹이나 좋지 않은 일들이 계속돼 시민들의 질타를 끊임없이 받는 걸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차라리 기업이 인수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져왔는데 하나금융그룹의 인수 결정에 고맙고 기쁘다”며 “시티즌에 내재된 문제들이 하루이틀에 해결될 순 없겠지만 기업구단으로의 전환을 계기로 새롭게 태어나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지역 축구계에도 시티즌의 기업구단 전환은 여러모로 남다르게 다가온다. 과거 시티즌이 ‘축구특별시’의 위상을 드높이던 때를 생각하면 오늘의 현실이 썩 편치만은 않은 상황에서 하나금융그룹의 인수는 옛 영광의 회복을 꿈꾸게하기 충분해서다.
김명진 대전축구협회장은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 기업구단으로 다시 태어날 시티즌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며 “물론 하나의 구단을 운영하는 일이 쉽진 않겠지만 효율적인 구단 경영을 통해 선수와 기업, 그리고 시민의 화합을 이끄는 중심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 누구보다 시티즌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함께 지켜본 이들에겐 모두가 거는 기대와 함께 그만큼의 우려가 상존한다. 기업구단에서 시민구단을 거쳐 다시 기업구단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을 두 눈으로 지켜본 팬들이 그렇다.
김무권 퍼플크루 회장은 “기업의 과감한 투자로 선수와 지도자를 영입한다면 경기력 상승과 승격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시티즌도 국가대표급 선수를 보유한 명문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기업구단의 특성상 투자한 만큼 효과가 나오지 않으면 역효과가 발생하지 않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