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원 구성부터 파행을 겪는 등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는 대전 중구의회가 이번엔 ‘외유성 해외연수’ 논란으로 눈총을 받고 있다. 의원들 간 이견으로 인해 사사건건 갈등을 빚어왔던 중구의회가 외유성 해외연수를 규칙을 어겨가면서 추진하다 문제가 되자 취소하는 해프닝을 빚었다는 것이다.
중구의회는 오는 23일부터 29일까지 5박 7일간 일정으로 미국 LA, 그랜드캐넌, 산타모니카 등으로 해외연수를 추진했다. 구의회 해외연수계획서에 따르면 이번 연수에는 서명석 의장을 비롯한 의원 9명과 사무국 직원 5명 등 14명으로 구성됐다.
해외연수 지역을 보면 관광지 중심이어서 외유성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에 따른 예산만도 4361만 7410원이 투입될 예정이었다. 수 천만 원의 혈세를 투입해가며 관광지가 대거 포함된 해외연수를 꼭 추진해야 하는지 비판적인 시각이 적지 않았다. 게다가 연초 경북 예천군의회 의원들이 해외연수 과정에서 가이드 폭행 등으로 국민적 공분이 채 가시지 않을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를 무시하고 해외연수를 추진하는 것도 눈치 없는 일인데 더 큰 문제는 추진 과정에서 규칙까지 위반했다는 점이다. 구의회 공무 국외연수 규칙(제4조 1항)에는 공무국외출장 관련 심사위원회에 해외연수 당사자인 의원은 해당 안건에 의결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어겼다. 해외연수 대상인 2명의 의원이 안건 가부 의결에 참여한 것이다.
문제가 제기되자 중구의회는 3일 전체의원 간담회를 열고 이번 해외연수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면서도 해외연수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의원들을 빼고도 정족수 과반수가 되는 3명 중 2명이 찬성했으니 위법한 사항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중구의회는 국외여행 심사 시 절차상 문제점보다는 박용갑 청장의 사퇴로 인한 행정공백 등을 우려해 해외연수 여부를 다시 논의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해외연수를 언젠가 다시 추진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아직까지도 무엇이 잘못인지조차 모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동안 중구의회가 벌인 일들은 전국적인 망신거리로 등장하기도 했다. 원 구성을 놓고 한 달 동안 파행을 겪었고 제주도 연찬회 참석을 놓고 의원들간 갈등을 빚는 등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그러다 이번엔 외유성 해외연수를 규칙까지 어겨가며 추진하다 취소하는 사태까지 빚은 것이다.
중구의회는 언제까지 이런 일로 주민들의 얼굴에 먹칠을 할 것인가.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고 주민의 대표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자꾸 이런 일로 비판을 받는다면 그 존재가치만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중구의회 의원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