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자금성에서 동쪽으로 약 1㎞쯤 떨어진 왕푸징거리는 북경을 여행하는 여행객의 필수 관광 코스로 알려진 곳이다. 여행객들은 이곳에서 중국인들의 생활 모습을 구경하고, 각종 먹거리를 맛볼 수 있다. 정식 명칭이 ‘왕푸징 상업구(王府井商业区)’인 이 일대는 요(辽)~금(金) 대까지는 이름 없는 촌락이었다가 원(元)대부터 몽골인들이 거주하기 시작했다.
특히 명(明)대에 들어 자금성과 가까운 지리적인 이점으로 황족의 저택들이 들어서고, 또 황실 전용 우물을 만들면서 왕부대가(王府大街)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청(淸) 말인 1905년경 왕부정대가(王府井大街)라는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되었는데, 중국 정부는 1996년부터 10억여 위안(한화 약 1000억여 원)을 들여 거리를 정비하여 보행자 전용거리로 만들었다.
동장안가(東長安街)에서 오사대가(五四大街)까지 남북대로 약 1.65.㎞ 중 동단이로(東端二路) 사이에는 동방광장(东方广场), 신동안시장 등 현대식 백화점은 물론 외국계 음식점, 상점들이 즐비해서 관광객은 물론 중국인들도 많이 찾는다. 동방광장을 지나면 도로 양쪽에는 대형 상가와 호텔 등 760여 개의 건물이 즐비한 번화가로서 넓은 도로와 인도 그리고 휘황찬란한 네온사인 등은 세계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발달한 북경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왕부정거리는 이런 현대식 모습이 아니라 그 빌딩 사이로 난 작은 골목에 기상천외의 재료들을 기름에 튀긴 먹자골목으로 유명하다. 특히 동안문대가(東安門大街)는 보행자 천국으로서 마치 서울의 청계광장이나 종로의 포장마차 거리가 연상되며, 대로 뒤편인 후퉁(胡同:옛 골목)에는 먹자골목과 함께 경극과 단막극을 볼 수 있는 극장이 있다.
후통에서는 돼지고기나 닭고기 꼬치는 물론 전갈, 개미, 바퀴벌레, 뱀 등 기상천외의 요리가 많다. 최근 중국 우한(武漢) 지방에서 전 세계적으로 큰 위협이 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병원체는 박쥐에서 옮겨졌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정설인데, 박쥐고기도 있다.
중국에서는 우리의 동의보감과 비슷한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서는 박쥐가 눈을 밝게 해주고, 기침과 말라리아를 치료한다고 하여 중국인들은 일찍부터 박쥐를 식용으로 즐겨먹었다. 그뿐만 아니라 박쥐는 중국어로 비엔 푸(蝙蝠:편복)라고 하는데, 박쥐를 뜻하는 ‘푸(蝠)’와 복(福)을 의미한 후(福)의 발음이 같아서 박쥐를 먹는 것은 곧 복을 먹는 뜻으로도 해석하고 있다. 또, ‘복’자를 중심으로 박쥐 다섯 마리를 그려 넣으면, ‘오복(五福)’을 상징한다고 믿고 있다.
흔히 중국인들은 날아다니는 것은 비행기, 바다에서는 잠수함만 빼고 다 요리할 수 있다고 할 만큼 다양한 먹거리로 유명하지만, 특히 왕푸징거리는 정부에서 장려하기도 하지만, 긴 포장마차의 규모나 수많은 종업원을 보면 거대기업이 운영하는 것 같다. 그동안 세 차례 북경여행을 할 때마다 찾아가는 왕부정거리에서 몬도가네 같은 각종 음식에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단단히 별렀지만 결국 바라보지도 못하고 말았다. 이런 심정은 이곳을 찾는 다른 외국인들도 마찬가지였는지, 전갈을 먹는 모습을 호기심으로 바라보는 시선에서 느낄 수 있었다.
또, 후퉁에는 먹자골목과 함께 경극과 단막극을 볼 수 있는 극장이 있어서 북경을 찾는 여행객이라면 한 번쯤 들르는 필수코스가 되고 있다, 극장은 중국 신화를 각색하여 뮤지컬로 만들어 발레와 서커스 등 기예가 접목된 연극 금면왕조(金面王朝)는 마지막 부분에는 무대 전체에 폭포수처럼 4t의 물이 쏟아져 내리는 장면 등 스케일도 크다. 한국어 자막이 제공되고 있어서 관람에 편리하지만, 좌석에 따라서 입장료가 한화 2만~7만 원이나 한다. 또, 등장하는 배우가 많은 다양한 서커스도 공연한다.

한편, 북경 CBD 서쪽인 조양구(朝阳区) 영빈(迎宾) 국도에서 동대교로(东大桥路) 동쪽에 있는 대형 쇼핑몰 세무 천계(世貿天阶:THE PLACE)가 최근 핫 플레이스가 되고 있다. 더 플레이스(The Place)라고 하는 지하 1층, 지상 4층의 두 쇼핑몰은 젊은이들의 데이트 코스로 유명하지만, 특히 2008년 북경올림픽을 앞두고 아시아 최초이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와이드 스크린을 설치한 것으로 유명하다.
와이드 스크린은 아카데미상과 에미상을 4회나 수상한 할리우드의 무대설계가인 제레미 레일튼(Jeremy Railton:1944~ )이 두 빌딩 사이의 하늘 공간에 남북으로 폭 30m, 길이 약 250m의 스크린을 설치했다. 5개의 개별 디스플레이를 하나로 연결한 와이드 스크린은 수많은 LED 등이 시시각각으로 영상이 바뀌는데, 누구라도 스마트폰에 더 플레이스 앱을 설치하면 연인에게 영상이나 음악도 보낼 수 있다고 한다. 관광객들은 와이드 스크린 밑을 거닐거나 쇼핑몰의 지하 통로를 통해서 양쪽으로 이동할 수 있는데, 낮보다는 야간에 더욱 볼 만하다. 이곳에는 한국 토종 브랜드인 파리바게뜨도 독립빌딩을 차지하고 있다. 대전 은행동 으능정이 거리에도 와이드 스크린이 있지만, 공간처리와 비춰주는 영상은 가히 조잡의 극치여서 외국인이 볼까 부끄럽기만 하다. <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