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마스코트 반장선거
충남아산프로축구팀 ‘붱붱이' 6위
대전하나시티즌 자주 11위 중위권
시티즌 “내년 새 마스코트로 도전”

프로축구 K리그 현장에 때 아닌 선거전이 벌어졌다. 지난 17일부터 25일까지 펼쳐진 2020 K리그 마스코트 반장선거가 그것이다. 각 구단을 상징하는 마스코트들 사이에선 충청을 연고로 둔 대전하나시티즌의 마스코트 ‘자주’와 충남아산프로축구단의 ‘붱붱이’도 반장 후보로 함께 뛰며 유의미한 활약을 펼쳤다.
코로나19 여파에 비록 개막전은 연기됐지만 K리그는 2020 시즌을 앞두고 처음 실시한 마스코트 반장선거로 후끈 달아올랐다. 26일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마스코트 반장선거는 K리그 22개 구단의 정체성을 알리고 팬과 거리를 좁힐 수 있는 마스코트의 중요성을 증대하고자 기획됐다.
선거기간 K리그 구단 마스코트들은 직접 제출한 개성만점의 입후보지원서, 출마사진, 유세영상 등을 공개하며 축구팬들에게 한 표를 호소했다. 충청권에선 하나시티즌 소속으로 대전 계룡산에서 태어나 올해 갓 두 살배기인 반달곰 자주가 ‘펭수보다 유명한 마스코트’를 구호로 내걸고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특히 자주와 함께 충청을 대표하는 충남아산의 마스코트 수리부엉이 붱붱이는 “17년부터 감독이랑 볼도 차고, 밥도 먹고, 온천도 가고 다했다”는 출마일성으로 팬심 공략에 나서 한때 선거판을 뒤흔들었던 충청 홀대론(?)을 극복하고 충청권 균형자론이라는 새 이슈를 꺼내며 반전을 이끌었다.
치열한 선거전의 결과 4175표를 획득한 붱붱이는 6위, 2296표를 얻은 자주는 11위의 성적으로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분명 선거 결과는 아쉽지만 구단이나 팬들은 이번 마스코트 반장선거의 의미가 결코 적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구단이나 팬 모두에게 그간 마스코트는 크게 부각되지 못하고 인형 같은 존재로 머물렀지만 오늘을 계기로 소통의 매개체임을 새삼 확인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하나시티즌 관계자는 “사실 구단 마스코트에 대해 아는 분들이 별로 없는데 비시즌 기간 치러진 반장선거는 좋은 콘텐츠였다”며 “하나시티즌으로 탈바꿈하며 마스코트도 변경 작업을 추진하던 중인데 내년에 새로운 마스코트로 반장에 도전해 보겠다”고 야망을 드러냈다.
하나시티즌의 열렬한 축구 팬 강일주(32‧대전 유성구) 씨는 “솔직히 기대는 많이 안했는데 은근히 표를 많이 받은 것 같아 놀라우면서도 기분 좋았다”며 “팀이 바뀌면서 자주를 더 이상 못 보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라도 보게 돼 다행”이라고 웃어보였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