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대운하
하류에서 바라본 쌍교

아름다운 도시 쑤저우는 수(581~618)가 중국을 통일한 후 베이징에서 항저우(杭州)까지 대운하(京杭大運河)를 개통한 이후 더욱 풍요로운 도시가 되었다. 쑤저우는 수가 대륙을 통일하기 전까지 이민족이 할거하던 화북지방과 달리 오(吳)를 비롯하여 동진(東晉)~송(宋)~제(齊)~양(梁)~진(陳) 등 양쯔강 이남에 한족(漢族)이 살았던 이 지방을 ‘강남(江南)’이라고 하는데, 강남의 한족 문화를 육조문화(六朝文化)라고도 한다.

육조문화는 타이후와 크고 작은 호수와 강·연못이 많아서 ‘정원의 도시’라고도 하고, 또 운하가 많아서 ‘물의 도시’라고도 한다. 원나라 때 베네치아 상인 마르코 폴로(Marco Polo:1271~1295)가 동방견문록에서 쑤저우를 '동양의 베네치아'라고 격찬했다고 하지만, 베네치아를 세 번 다녀온 내겐 리알토(Rialto) 섬을 중심으로 116개의 섬을 409개의 다리로 연결한 베네치아와 비교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은 것 같다. 

심만삼 동상

명(1368~1644)~청(1644~1911) 시대까지 '하늘에 천국이 있다면, 땅에는 소주와 항주가 있다(天上有天堂/ 地上有苏杭)'고 말할 정도로 귀족과 부호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던 도시는 청의 강희제도 황후를 비롯한 문무 대신 3000여 명을 대동하고 재위기간 동안 6회나 순행하기도 했다(쑤저우 개요는 4월 15일 자 쑤저우 참조). 

정원의 도시 쑤저우에서 원림(園林)이 귀족이나 부호들의 개인 정원이라면, 자연적인 호수마을에 주민이 사는 곳을 수향(水鄕)마을이라고 한다. 원림이 물, 돌, 나무로 장식한 인위적인 정원이라고 하면, 수향마을은 자연상태의 마을이다. 쑤저우에서 가장 대표적인 수향마을은 쑤저우 남동쪽으로 약 40㎞ 떨어진 저우좡(周庄) 마을인데, 이곳은 행정구역상 장쑤성 쑤저우지 쿤산시(苏州市 昆山市) 저우좡 마을이다. 마을의 원래 이름은 장풍리(贞丰里)였으나, 1086년 북송 때 독실한 불교 신자인 주적공랑(周迪功郎)이 토지를 절에 기증하자 그를 기려서 그의 성인 ‘주(周)’를 따서 ‘저우좡’이라 부르게 되었다. 

저우좡 입구(패루)

저우좡 마을은 중국인들로부터 ‘강남 풍경은 천하제일이고, 저우좡 풍경은 강남에서 제일(周庄集中/中国水乡之美)’이라고 할 정도로 유명하다. 또, 산은 황산이 제일이고, 물은 저우좡이 제일이다(黃山集中國山川之美/ 周庄集中國水鄕之美)라고도 했다. 저우좡 마을은 ‘중국 10대 민속촌’ 중 하나이자 ‘강남 6대 수향(水鄕)마을’ 중 하나로서 2001년 상하이 APEC회의 때 상하이와 함께 공동 개최지로 되었을 만큼 세계적인 수향마을이다. 

저우좡 마을은 상하이에서 쑤저우까지 갔다가 저우좡 마을로 가야 하는데, 상하이 시외버스종합터미널에서 쑤저우까지는 1일 6회 시외버스가 운행한다. 약 1시간 30분 정도 걸리고, 요금은 약 30위엔 정도이다. 쑤저우에서 저우좡까지는 쑤저우기차역 앞 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타야 하는데, 시간은 약 1시간 30분 정도이고 요금은 16위엔이다. 저우좡 터미널에서 수향마을까지는 시내버스 261번가 다니는데(요금 1위엔), 저우좡 신패루(周庄新牌楼) 앞에서 내리면 된다. 택시요금은 10위엔 이지만, 천천히 걸어서도 20분 정도 걸리므로 걷는 것도 좋다. 대중교통을 타고 갈 때는 저우좡 마을의 패루를 지나 마을 안으로 들어갈 수 있지만, 승용차나 관광버스는 매표소 왼편의 넓은 주차장에 주차해야 한다. 

행랑
행랑

심씨와 장씨의 집성촌인 저우좡 마을에는 약 100여 세대가 살고 있는데, 입구에는 전통적인 중국의 패루(牌樓)가 있다. 패루를 지나면 단층 건물인 매표소가 있고, 입장료는 100위안(한화 약 1만 7000원)이다. 주차장에서 부귀원(富貴園) 옆에는 이 마을 출신 대부호 심만삼(沈萬三)의 수장릉(水葬陵)과 동상이 있다. 원말~명초 무역으로 큰 부자가 되어 ‘역대 중국 부호 10인’ 중 하나라고 하는 심만삼은 명 태조 주원장을 도와서 세력이 강했던 진우량, 장사성 등을 격파했고, 또 자기 재산으로 낭경성의 무너진 성을 쌓고 군대들에 포상했다.

그러자 의심 많은 주원장이 그를 의심하여 윈난성으로 유배를 보내고 재산을 몰수했다고 한다. 가슴에는 발가락 셋이 달린 흉배가 있는 용포를 입어서 마치 황제나 제후처럼 보이는 동상이 심만삼인데, 동상 뒤에는 커다란 벽면을 빙 둘러 여러 활동상황을 입체적으로 조각해 두었다. 그런데, 그 옆에 패루와 석등이 있는데, 이곳이 그의 수장릉이라고 한다. 바닷가나 섬도 아닌 대륙에서 수장을 선택한 그의 내심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소운하
마을 안 소운하
심청

저우좡 마을은 넓은 호수와 작은 수로들이 모세혈관처럼 사방으로 연결되어서 우물 ‘정(井)’자 모양을 하고 있는데, 넓은 수로와 작은 수로와 겹치는 쌍교(雙橋)가 중심이다. 사방이 물로 둘러싸인 저우좡에서는 가까운 거리라고 해도 배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편리해서 지금도 주민들의 교통수단은 필수품인 작은 보트이다. 마을에는 명 시대의 장청(张厅)과 청 시대의 심청(沈厅) 등 두 부호의 집과 송 시대에 건설된 물 위에 떠 있는 불교 사원 전복사(全福寺)가 볼만한데, 심만삼이 살던 집 심청은 현재 저우좡민속박물관이 되었다. 심청은 전, 중, 후반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전반은 그의 무역선들이 정박하는 호수가 널찍하고, 중반은 심만삼을 찾아오는 객들이 묵는 공간이고, 후반은 가족들이 거처하는 사적 공간이다. 

기념품가게들
유람선 투어
주민들 보트 정박

마을주민들은 대부분 관광객을 상대로 기념품, 음식물 등을 팔고 있는데, 전통적인 물품만이 아니라 스타벅스 커피며 돈가스 같은 외래 메뉴도 있고, 노래방, 술집 같은 위락시설도 있다. 관광객은 사공이 노를 저어주는 보트를 타고 수로를 한 바퀴 유람할 수 있는데, 보트는 6인승으로 100위안이다. 참고로 한 사람이 타든 두 사람이 타든 여섯 명까지는 동일 요금이므로 여행객은 여럿이 함께 어울려서 보트를 타는 것도 좋다. 또, 미로 같은 좁은 골목마다 대문에 ‘금일유방(今日有房)’이란 표지판을 내걸고 있는 민박집에서 하룻밤을 묵고 갈 수도 있는데, 숙박비는 방의 구조와 여건에 따라서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2인 1실 1박에 100~110위안이면 가능하다. <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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