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진 충남농업기술원 농업안전팀장

 

많은 농업인들이 '봄부터 가을까지 힘들게 돈 벌어서 겨울에 병원에 다 갖다 준다'라고 자조 섞인 하소연을 한다. 많은 농업인들이 힘든 농사일로 인해 각종 질환에 노출되어 있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농업 관련 전문가들은 농업·농촌 현실에 대한 해결과제로 기후변화와 이상기후에 대한 대처, 농산물 시장개방 대응, 4차 산업혁명 주요기술의 융합, 안전먹거리 생산 등 기술과 유통혁신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농업인의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관심은 부족하다. 농업이 건설업, 광업과 함께 3대 위험직종이고, 농작업 재해율이 일반산업 근로자의 산재발생률보다 2배 정도 높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충남 농업은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48%로 심각한 초고령화를 겪고 있고, 이는 충남 전체 고령화율(17.2%)보다 3배 정도 높은 수준이다. 또한 농작업 재해에 취약한 여성농업인의 경영참여 확대와 귀농귀촌 인구 증가로 재해의 잠재적 위험성이 높아짐에 따라 농작업 환경개선에 대한 관심과 정책이 절실한 현실이다.

그동안 산업전반에 안전의 중요성이 강조되었지만, 농업분야는 제도적 뒷받침이 미약하였다. 다행히 2018년 ‘농어업인의 안전보험 및 안전재해예방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어 안전보험과 같은 정책들이 나오고 있다. 또한 농식품부, 농촌진흥청, 농협 등 유관기관이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제1차 농작업 안전재해예방 기본계획(2020~2024년)을 수립, 시행하고 있다.

충남농업기술원에서는 농작업의 체계적 재해예방 관리와 안전의식 향상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위험요인 개선 및 안전환경 조성사업,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한 고령농업인 편이장비 보급, 감염병 예방, 농약중독 예방 등 안전보건 관련 시범사업과 안전의식 제고, 안전재해관리 리더 양성 등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안전재해관리 리더 양성은 농작업 안전사업장 대표, 마을이장, 작목반장 등을 대상으로 현장과 밀착된 교육을 통해 농업인 스스로 안전한 농작업 환경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의식개선을 기대해 본다. 향후 안전사고의 선제적 대응을 위한 위험인자 관리 연구와 응급상황의 신속한 대응을 위한 관련 단체, 보건소, 소방서, 경찰서, 병원, 학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하여 지역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안을 제안해 본다. 농업현장에서 근골격계 질환, 안전사고, 감염병, 농약노출 등 각종 위험으로부터 안전이 확보되어야 진정한 삶의 질 향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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