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에 곰팡이 슬고 옴짝 안 해도 땀 ‘줄줄’
코로나19, 긴 장마, 폭염…주민들 지친다 지쳐

[금강일보 김정섭 기자] 사상 최장 장마가 끝난 뒤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 더위 앞에 장사 없지만 더위를 피할 길 없는 쪽방촌 주민들의 여름나기는 힘겹기만 하다. 해마다 이맘 때면 반복되는 고통이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상황까지 더해져 그들에 대한 관심이 예년만 못 한 상태다.

지난 주까지 호우 관련 예보가 주를 이뤘지만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전국에 폭염 특보가 이어지고 있다. 뜨겁게 달아오는 날씨는 일몰 후에도 지속돼 열대야를 동반하는 등 하루 하루가 곤혹스럽다.

대전 동구 쪽방촌 근방은 찜통을 연상케할 만큼 유독 더 더워 보였다. 상가 에어컨 실외기에서 뿜어내는 열기까지 고스란히 유입되며 안 그래도 통풍이 잘 안 되는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더위 때문인지 한낮 쪽방촌 거리는 한산했다.

김 모(59) 씨가 거주하는 쪽방을 찾았다. 숨이 막힐 지경으로 답답하고 더웠다. 습기까지 버금고 있어 한증막이 따로 없었다.

털털거리며 돌고 있는 오래된 선풍기 한 대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좁디 좁은 방에서 김 씨는 “코로나19로 인해 더위를 피할 곳이 마땅찮다. 시설이 아니고서야 움직이면 돈 아닌가”라고 푸념했다. 올해는 긴 장마로 곰팡이까지 잔뜩 슬었다. 그는 “비가 그치고 더위가 찾아오니 곰팡이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나름 제거하고 있지만 채 몇 시간도 되지 않아 또 생긴다. 더위도 더위지만 곰팡이 냄새까지 진동하니 견딜 수가 없다”고 힘겨워했다.

방을 벗어난 조금의 그늘이 나름의 안식처다.

쪽방촌 한 켠에서 연신 부채질을 하고 있던 A 모(77) 할머니는 “방이 습기로 가득해 옷이며 이불이며 어찌나 퀴퀴한 냄새가 나는지 들어가기 싫다”며 “특히 올해는 코로나19에다 지겨운 장마에 이어 폭염까지 덮치니 몸도 마음도 우울해지고 지친다”고 하소연했다.

보건당국의 당부도 그들에겐 달갑잖다.

최 모(75) 할머니는 “폭염이라며 외출을 자제하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긴 했지만 온종일 방안에 있는 게 더 고역이다. 창문이 없다보니 밖보다 안이 더 덥기 때문이다”며 “기증받은 에어컨이 있기는 하지만 전기세 때문에 병풍신세다. 매년 여름을 버티기 참 힘들다”고 토로했다.

사회복지사 안 모(60·여) 씨는 “쪽방촌 주민들과 노숙인들이 늘 걱정하고 무서워하는 게 폭염이다. 지자체가 여름나기 물품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은 보호받을 수 있는 시설이다. 많은 관심과 지원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정섭 기자 toyp1001@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