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동, 안전 인프라 지속가능성 높여
사업 종료 후에도 지속적 업그레이드
도마2동, 무너진 공동체성 회복에 기여

[금강일보 김정섭 기자] 대전시 안심마을 조성사업은 ‘안전’을 위한 인프라 확대 측면에서 의미가 있지만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안전’을 하나의 문화로 정착시키는 발판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부여된다. 안전한 마을을 만들기 위한 주민들의 노력이 공동체를 다시 일으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전 서구 복수동 주민들은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안전이 가장 절실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이를 주제로 안심마을 조성사업에 도전했다. 이들은 마을회의를 거쳐 여성·청소년 대상 범죄예방을 위한 안심귀가서비스와 긴급한 상황에 긴요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자동심장충격기(AED) 설치,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그늘막쉼터 설치 등 다양한 방법론을 모색했다. 주민들은 이를 구체화시켜 지난해 안심마을 조성사업 지원 대상에 선정됐다.

지난해 사업을 마친 복수동은 이후 민간단체와 자율방범대, 주민들이 1주일에 3~4회에 걸쳐 월 30명 이상의 청소년을 안전하게 귀가시켰다. 조진국 복수동 자율방범대장은 “안심귀가서비스가 진행된 후부터 주민 만족도가 높아졌다. 특히 학부모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며 “사업이 완료됐지만 지금도 주민들과 함께 조를 편성해 순찰활동을 하고 있다. 이런 사업이 계속해서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AED 설치는 그 자체로 사업 완료가 아니다.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함께 키우는 게 더 중요하다. 복수동은 경찰관, 소방관 등 전문강사를 초빙해 다양한 연령층의 주민과 동 직원을 대상으로 AED 사용 및 심폐소생술 교육, 각종 재난예방 방법 등을 교육했다. 주민들은 이를 통해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응급활동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지원사업은 종료됐지만 안전문화운동은 계속된다. 복수동은 내년 사업으로 교통안전과 재난안전을 테마로 꼽았다. 전재형 복수동장은 “우리 동엔 초등학교 2개교를 비롯해 8개의 학교가 있어 어린이 및 청소년의 활동이 많다. 복수로 네거리에 있는 횡단보도바닥 LED를 추가로 설치해 보행자 안전을 강화할 예정이다.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 주민들이 재난 시 활용할 수 있는 생존배낭을 보급해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고 재난안전방송 스피커를 설치해 능동적으로 대처가 가능하게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전 안심마을 조성사업은 이웃주민 간 앙금도 풀어내는 역할도 하고 있다. 올해 2차 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서구 도마2동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도마2동은 송산 어린이공원의 안전 개선 사업을 추진하는데 민관이 사업계획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무너진 공동체를 복원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송산어린이공원의 경우 경남아파트 1단지의 높은 옹벽과 낡은 펜스로 둘러싸여 낙상사고의 우려가 높은 곳이다. 이와 함께 지역민의 오랜 숙원이던 안전펜스 설치와 환경 개선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경남1단지 입주자대표회의는 수 년 간 굳게 닫혔던 아파트 후문을 시민들에게 개방함으로써 새로운 민·관 협치 모델을 이끌어 안심마을 사업이 지역 공동체 사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디딤돌을 놨다.

전영춘 관리소장은 “경남1단지는 1984년 준공돼 36년이 지난 서민 아파트로 재개발, 뉴딜사업 외 지역으로 분류돼 정책적 소외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이번 안심마을 만들기 사업 선정으로 아파트 주변 환경이 깔끔하게 정비돼 소외감을 덜 수 있게 됐다”며 “사업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아파트에서도 자체 재원을 들여 어린이공원과 연결되는 옹벽 안전 펜스를 교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정섭 기자 toyp100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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