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중권 세종본부장

[금강일보 서중권 기자] ‘민달팽이’와 ‘달팽이’는 다르다.
달팽이는 몸을 담는 보호막 껍데기가 집이다. 하지만 민달팽이는 보호막 없이 맨몸으로 살아야 한다. 달팽이에 비해 고된 삶이다.
‘민달팽이 세대’. 주거취약계층의 청년들이 맨몸으로 겪어야하는 고충 등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청년세대를 가리키는 신조어다. 높은 주택 가격과 미취업, 노동 시장에 놓인 청년들 집 마련은 오매불망(寤寐不忘), 그림의 떡이다. 비싼 월세와 열악한 주거환경, 청년 주거 문제는 급기야 사회적 문제로 부상했다.
이춘희 시장 출범 당시 100대 공약 선포에는 이들 주택문제 노력을 약속했다.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신혼부부를 위해 도심 지역에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인 행복주택이다. 이 같은 이 시장의 구상과 계획은 지난 2014년 하반기 조치원 서창리 엣 제사공장 자리에서 첫 삽을 떴다.
‘서창행복주택’은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주택 원년이자 시-LH 간 공동사업 제1호로 상징적이다. 하지만 시-LH의 진행과정을 한 꺼풀 해쳐 보면 취약계층 주거복지를 명분은 숱한 ‘미스터리’로 점철된다. 세종시민들의 믿음과 신뢰를 크게 추락시켰다. 시의 부적절한 부지선정과 땅값, 설계변경 과정에서 늘어난 예산증액, 부실시공 논란 등이 끊이지 않았다.
엣 제사공장인 해당 부지 5000여 평은 철길 옆 등 최악의 주거환경지역이다. 이 곳 땅값을 평당(2014년) 100만 원을 웃도는 비싼 시세로 매입했다. 당초 도급비 180억에서 무려 50억 원이 늘어났다. 도급비 180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240억 원대의 예산내역은 ‘비밀‘에 싸여있다.
제2호 조치원 신흥 ‘사랑의 주택’은 65세 이상의 취약계층 임대주택이다. 땅 매입비 300만 원대. 도로폭 4∼5m 골목길, 그런데도 행정력을 동원해 도로를 넓히고 비싼 땅을 사들였다. 적격심사인데도 공사비의 28%가량을 설계변경 증액한 뒤 LH 위탁했다.
북부권 전의 ‘사랑의 집짓기’는 총사업비 35억대 공사인데도 공동사업이다. LH는 20억 공사를 국가계약법을 위반하면서까지 극동건설에 밀어줬다. 비견고성 충간 소음 등 서민들의 더한 서러움이 예상된다.
올해 착공에 들어간 제3호 ‘청년창업주택’은 조치원 역내 화물기지다. 사통팔달의 조치원역은 경부선을 비롯해 호남선, 충북선 등 하루 수백, 수천의 기차가 통과한다. 더구나 화물열차 위 컨테이너는 덮개를 씌우지 않아 대기오염을 가중시키는 온갖 공해를 유발한다. 화물부지에 주택을 짓겠다는 발상이 제정신이냐는 공분이 빗발치는 이유다.
이 시장의 복지주거정책. 청년(노령) 주거 빈곤의 절박함과 공공주택의 절실함을 아랑곳하지 않고 치적 쌓기 희생물로 삼는 것 아니냐는 냉소마저 들린다. ‘민달팽이’ 고달픔을 딛고 일어서려는 청년들의 꿈이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기적소리에 산산조각나지 않을까 염려된다. 번듯한 포장과 달리 뭐하나 정상인 것 없는 ‘청년, 행복, 사랑’주택, 그래서 그들은 더 서럽다
서중권 기자 0133@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