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금강일보] 아시아 대륙과 오스트레일리아 사이에 있는 수많은 섬을 말레이 군도(Malay Archipelago) 혹은 동인도제도(East Indies)라고 한다. 말레이 군도는 크게 ①수마트라, 자바, 보르네오, 기타 순다 해붕(海棚) 상의 섬들을 포함하는 서부의 대순다 열도, ②발리섬 동쪽에 있는 소순다 열도와 술라웨시, 말루쿠 제도를 포함하는 동부의 섬들, ③필리핀 군도 등 셋으로 나누지만, 필리핀 군도를 제외한 대부분 섬이 인도네시아 영토다. 동인도란 16세기까지 목화와 양귀비를 많이 재배하는 인도만 알고 있던 유럽국가들이 ‘인도의 동쪽 섬나라’를 동인도제도(諸島)라고 부른 것이 기원인데, 인도네시아라는 국명도 영국의 언어학자 J.R. 로건이 '인도의 많은 섬'이라고 명칭한 것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인도네시아인들은 '누산타라(Nusantara)'라고 부르는데, 누산타라는 자바어로 '바깥쪽의 섬들(땅)' 즉, 유럽인들이 말하는 유럽 바깥쪽인 말레이-인도네시아를 이루는 '많은 섬의 나라'라는 뜻이다.
인도네시아의 인구는 2억 9000만 명으로 중국(15억), 인도(14억), 미국(3억 3000명)에 이어 세계 제4위이고, 1만 8200개나 되는 섬의 총면적은 한반도의 9배인 190만㎢나 된다.
인도양에 접한 수마트라섬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섬(47만㎢)인데, 일찍부터 외래문화가 유입되어 문화가 매우 복잡하다. 약 5000만 명이 사는 수마트라섬은 남북 1700㎞. 최대 너비 450㎞인데, 활화산이 12개나 된다. 섬의 최대 부족인 미낭카바우족은 중부 고원에서 살면서 모계사회 전통과 특유의 가옥 형태를 유지하고 있고, 토바 호수 부근의 원 말레이계인 바탁족은 오랫동안 고립 생활을 하다가 최근 기독교 영향으로 상인·의사 등 현대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러나 인도양과 가까운 북부의 아체족은 일찍부터 이슬람화했고, 민족성도 용감하여 20세기 초까지 네덜란드의 식민지배에 강력하게 저항했다.

한편, 자바섬은 세계에서 13번째 큰 섬(13.4만㎢)인데, 인도네시아 전 국민의 50%가량인 1억 4500만 명이 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사는 자바섬은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가 있고, 인도네시아 국부의 70%를 생산하고 있다. 또, 세계에서 세 번째 큰 보르네오섬의 73%가 인도네시아의 영토인데(54만㎢), 인도네시아 국토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이곳을 칼리만탄(Kalimantan)이라고 부르며, 섬 북부의 말레이시아령과 사이에는 높은 산맥이 자연국경을 이룬다. 대부분 밀림 지역인 칼리만탄의 동부는 유전과 삼림자원이 개발되고, 남부 해안지역에서는 고무 재배를 하고 있다. 또, 세계에서 11번째로 큰 술라웨시섬은 인접한 섬을 포함하면 면적이 22만 7654㎢나 되고, 인구는 1250만 명이다. 술라웨시섬은 네 개의 뚜렷한 반도와 그사이에 형성된 3개의 만으로 이루어진 기묘한 형태이며, 7개 부족이 살고 있다. 1512년경 향신료 무역을 노린 포르투갈인들이 점령했으나, 1607년 네덜란드인들이 빼앗아 점점 지배를 확대했다. 2차 대전 중에 일본에 점령되었다가 1950년 인도네시아에 편입되었다.
100만 년 전 화산폭발로 자바섬과 롬복섬 사이에 형성된 발리섬은 제주도(1845㎢)의 약 3배(5780㎢)인데, 주위의 섬들과 함께 발리주(州)가 되었다. 주민은 약 450만 명이지만, 주도 덴파사르에 200만 명이 살고 있다. 국제적인 휴양지로 유명한 발리섬은 한국인들의 신혼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발리 동쪽의 동 티모르섬은 오랫동안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다가 1976년 인도네시아에 편입되었으나, 1999년 8월 주민투표로 독립이 결정되었다.
오늘날 단일국가가 되었지만, 수많은 섬에서 300개 이상의 부족이 사는 인도네시아는 종족에 따라 언어도 크게 달라서 일상생활에는 제각기 토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공용어를 가르치면서 소수 민족어가 급감하고 있으나, 자기네만의 표기법이 없어 불편을 겪던 술라웨시주의 부톤섬의 찌아찌아족 7만여 명이 2009년 7월부터 한글을 표기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인도네시아는 인도양과 접한 서쪽의 수마트라에서 발리섬 등 동쪽의 소순다 열도까지 동서로 5100여㎞나 되어 두 지역에 2시간의 시차가 있고, 또 적도를 사이에 두고 북위 6도~남위 11도에 걸쳐 남북으로 약 1600㎞에 달하는데, 연평균 강수량이 4000㎜이지만, 4~11월의 건기와 우기가 뚜렷해서 건기에는 가뭄이 매우 심하다. 특히 환태평양 조산지대인 인도네시아는 ‘불의 고리(Ring od Fire)’에 속해서 화산폭발과 자진이 빈번하며, 현재에도 127개의 활화산이 있다. 화산폭발은 많은 인명피해를 가져오지만, 동시에 비옥한 화산재를 공급함으로써 농업 발달에 유리한 환경을 형성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인도네시아는 BC 3000~2000년 말레이족이 건너와서 원주민을 내쫓고 살더니, 기원 전후로 인도인이 들어오고, 또 화교가 들어와서 외래문화가 혼합된 특징이 있다. 이런 역사적 환경은 현재까지 각 지방의 특수성을 무시할 수 없어서 수도권인 대(大) 자카르타를 비롯하여 술탄왕국의 존재를 인정한 족자카르타 특별지역(자바 중부), 아체주 특별지역(수마트라)은 중앙정부의 행정체제와 토후국의 국왕이 주지사를 겸하는 이중지배체제를 하고 있다.
자바섬에는 5세기경 다르마 왕국(서부 자바)과 6세기에 칼링가 국(중부 자바)이 출현했는데, 수마트라의 팔렘방에서 성립된 불교국가인 수리비자야 왕국이 8세기에 중부 자바에까지 미쳐 사일렌드라 왕국의 융성을 가져왔다. 이때 족자카르타에 거대한 보로부두르(Borobudur) 사원이 건설되었으며, 9세기 중엽에는 수리비자야 왕국과 사일렌드라 왕국이 합병하여 대제국이 동남아의 중심국가가 되어 문화의 중심은 동부 자바로 옮겨졌다. 족자카르타에 보로부두르 사원과 함께 힌두교 유적인 프람바난 사원(Prambanan Temple)이 건설되는 등 우리의 경주처럼 인도네시아의 고대도시로서 역사와 문화가 풍부하다. 13세기 말 원(元)나라 쿠빌라이가 대규모로 침략했으나 힌두교의 마자파힛 왕조가 원나라를 격퇴하고, 명재상 가자마다의 노력으로 황금시대를 이루었다. 그러나 15세기에 이슬람 세력이 마자파힛 왕조를 멸망시키고, 이슬람은 발리섬을 제외한 인도네시아 전 지역을 차지했다.

16세기 초 포르투갈, 영국, 네덜란드 등 서유럽 나라가 잇달아 아시아에 진출하면서 향료무역 독점과 식민지 획득을 노리고 격렬한 싸움을 벌인 끝에 네덜란드가 승리했다. 네덜란드가 동인도회사를 설립하고 향료무역을 독점하던 중 영국과 전쟁으로 일시적으로 영국이 지배했으나, 1824년 런던 조약으로 네덜란드의 지배가 확립되었다. 이후 네덜란드는 자바 서쪽 자카르타 항을 동인도회사의 무역기지로 삼았는데, 태평양과 인도양을 가르는 말래카 해협의 길목에 있는 교통의 중심지 바타비아(Batavia)가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가 되었다. 조선 효종 4년(1653) 6월 바타비아에서 대만을 거쳐 일본 나가사키로 가던 네덜란드 무역선 스패로 호크(Sparrow Hawk)가 제주도 앞바다에서 난파되어 하멜 등 선원 64명 중 살아난 36명이 억류되었다가 16년 만인 1666년 생존자 16명 중 8명이 일본으로 달아났다.
하멜은 귀국 후 ‘하멜표류기’를 발표하여 조선을 유럽에 최초로 소개했으며, 다른 선원들도 네덜란드의 요청으로 모두 본국으로 돌아갔다. 유럽의 작은 나라 네덜란드가 인도네시아를 식민통치하면서 사탕수수, 커피 등을 강제 재배(Plantation)하고 또 유전개발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자, 주민들은 1825~1830년 자바전쟁,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아치에 전쟁(수마트라) 등 끈질긴 저항운동을 벌였으나 모두 진압되었다. 2차대전 후에도 네덜란드와 오랜 격전 끝에 1949년 말에야 주권을 회복한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 조약기구(SEATO)에 반대하고, 아세안(ASEAN)을 형성하여 중심국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원유를 비롯하여 천연가스, 목재, 석유제품, 생고무, 커피, 콩, 주석 등 자원이 풍부한데, 1964년 4월 북한과 먼저 수교하고 한국과는 1966년 8월 영사관계를 수립했다가 1973년 9월에야 정식 수교했다. 그러나 한국은 인도네시아의 제6위 교역국이며, 인도네시아는 한국의 제12위 교역국이 되었다. 2020년 말 현재 1인당 GNP는 4038달러에 불과하지만, 새마을운동 같은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할 지도자가 있다면 금세 경제부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