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김준태 다다르다 대표
독자들의 말에 귀기울이며
대화하고 책을 소개하고
서점을 넘어 문화의 공간으로


[금강일보 신성재 기자] 책에는 우주가 담겨 있다. 저자가 써내려간 세상이 고스란히 담기는 동시에 독자가 또 다른 이야기를 재창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만큼 그 크기는 매우 넓고 방대하다. 그러나 끝없이 펼쳐지는 우주에서도 너와 나 그리고 우리의 불가사의(不可思議)한 소통이 이뤄진다. 아득한 과거로부터 또는 먼 미래에서도, 저 멀리서도 또는 지척에서도 시·공간적 제약을 넘어 우리는 책 안에서 대화하고 교감한다. 적어도 표면적으론 이 우주 안에선 계급도 지위도 없다. 단지 다른 생각과 공감대가 있을 뿐이다. 서로가 틀리다는 독단은 없는 거다. 사랑과 화합, 조화의 도시 중구, 젊은 문화가 있는 은행동 한복판에서 지난 23일 책의 날을 맞아 독서생태계 형성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김준태(34) 다다르다 대표를 만났다.
◆다르지만, 책을 통해 다다르다
“우리는 제각각 다르지만 어딘가에 다다르게 됩니다. 책과 서점을 통해 작은 연결이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
김 대표는 ‘다다르다’의 중의적인 의미 속에서 소통을 말했다. 피부·외모·학력·성격 등 우리는 제각각 ‘다’ 다르지만, 어딘가에는 다다르게 된다는 ‘다다르다’의 중의적인 의미 안에는 모든 사람이 소통하게 될 수 있다는 그의 이상이 담겨 있다. 모두는 ‘다’ 다르지만 적어도 ‘책’과 ‘독서’를 통해선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고, 다양한 생각과 꿈을 공유할 수 있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서점 ‘다다르다’는 서로를 잇는 공간이자 소통의 창구다. 5600여 권의 책을 볼 수 있는 서점 안에는 서로를 마주할 수 있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적 배치와 함께 다양한 기획들이 마련돼 있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다다르다’는 2층이 탁 트여있으면서도 책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넓은 공간에 커다란 서각들이 즐비한 대형서점들과 달리 쉽사리 책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 대표는 특정 주제를 통해 큐레이션을 제공하는 ‘다다른 기획전’, 작가와 독자의 작은 연결을 위한 ‘다다른 북토크’, 지역 작가의 중쇄를 위한 일일 서점 ‘다다른 서점’, 지적 대화와 취향을 나누는 ‘소셜클럽’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각 프로그램들은 저마다 개성이 있어 도시여행자들과 주민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후문이다.
“이곳에 다소 상처를 받았던 분들 그리고 학생과 교사들이 오곤 합니다. 도시를 여행하는 분들도 많이 오고요. 이분들에게 다다르다는 다양한 문화를 제공하는 휴식처이자 소통공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시행착오 끝 ‘다다르다’
어디 좋은 시절만 있을까. 2011년 아내이자 든든한 동반자인 박은영 씨와 함께 대전 도시여행을 알리는 활동을 펼치며 일약 스타로 부상한 김 대표는 주민이 동네를 안내한다는 콘셉트를 통해 도시여행자 카페를 차렸다. 제법 인기도 좋았다. 그들만의 독창적인 콘셉트는 여행객들에게 입소문이 났다. 당시 신문과 방송도 그들의 활동을 앞다퉈 보도했다. 전통시장 여행 프로젝트와 대전시티즌을 알리기 위한 축구여행으로도 이들 부부는 유명하다. 뛰어난 수완가인 김 대표는 자연스럽게 문화기획을 접목한 독립출판서점으로 사업을 확대하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승승장구하던 그들에게 전혀 예상치 못한 시련이 찾아왔다. 그들의 활약에 힘입어 지역이 도시재생·원도심 활성화 사업으로까지 연결되자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거다. 전형적인 젠트리피케이션이었다. 결국 2018년 김 대표 내외는 눈물을 머금고 공간에서 퇴거하고 말았다.
“다소 서운한 순간이었습니다. 어떻게 키워낸 사업인데 말이에요.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외쳤죠. 도와주시는 분이 많았습니다.”
김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할까 많은 고민을 했고 그를 응원하는 사람들로부터 펀딩을 받아 또 다른 사업을 꿈꿨다. 그리고 새로운 방향, 다양한 문화와 생각이 존중받는 공간, 서점 ‘다다르다’라는 색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문화를 아우르는 공간 ‘서점’
2019년 6월 오픈한 서점 ‘다다르다’를 통해 김 대표는 다양성이 존중받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 그리고 서로를 잇고 연결하는 사회를 꿈꿨다. 그는 방문하는 독자들에게 다가가 이들의 말에 귀 기울인다. 부드럽고 친절한 김 대표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방문객들도 꽤 있다고. 그리고 그는 이들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 책을 마련하고 소개한다. 인상적인 책은 꼭 기억해뒀다가 반드시 구입해 놓는다. 일종의 북 큐레이션(Book Curation)인 셈이다.
다양한 사업경험과 북 큐레이션 활동을 벌인 김 대표는 독서 생태계와 서점 활성화를 비롯해 대전시와 지역사회의 발전방향에 대한 고민도 많다. 특히 그는 구체적인 방향을 잡고 서점 활성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다양한 계층을 아우를 수 있는 문화적 공간인 ‘서점’의 장점을 살려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를 위해 서점의 공공성과 서점주들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현재 지자체들이 하고 있는 지역화폐를 통한 책 구매 할인 등의 정책도 훌륭하지만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서점을 활성화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김 대표가 해법이 될 수 있는 예로 드는 것이 문화체육관광부와 일부 지자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서점학교’다. 서점학교는 서점 창업을 하고 싶은 이들에게 철학부터 실무까지 교육시키며 전문가로 양성하는 과정이다. 책을 사고 파는 영업에 초점이 맞춰 있기 보다는 변화하는 책 문화 트렌드에 발맞춰 하나의 문화공간을 만들어내는 사람을 키워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김 대표는 서점 활성화를 위해선 예산을 들여 책 구입을 권하기보다 각 서점들의 강점을 살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마치 장인처럼 서점주들의 전문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점학교에서 파생된 전문가 문화를 통해 다양한 기획활동을 펼치는 게 필요합니다. 서점을 살리겠다는 막연한 목표를 갖기 보다는 공동체와 서점에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대전에 소재한 23개의 독립서점들에 다양한 노하우와 아이디어가 있는 만큼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서로 교류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좋은 문화콘텐츠를 발굴해낼 수도 있습니다.”
신성재 기자 ssjreturn1@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