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금강일보]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는 우리의 서울과 달리 동서남북 중앙 등 5개 지역으로 나뉜 수도권 개념으로서 권역마다 각각 시장이 임명되고 있다.(자카르타에 관하여는 2021. 4. 14. 자카르타 개요 참조) 자카르타시의 중심지역인 중앙 자카르타(Jakarta Pusat)는 면적은 가장 작지만, 정치·행정의 중심지로서 넓은 공원과, 포르투갈과 네덜란드 식민시대의 건물이 많이 남아있다. 특히 네덜란드에서 독립을 기념하여 1975년 132m의 높은 기념비를 세운 메르데카광장을 중심으로 대통령관저, 각종 관청과 외국공관이 있고, 서쪽에는 동남아에서 손꼽는 국립중앙박물관(Museum Nasional)이, 북쪽에는 대형 쇼핑센터인 파사르바르, 남쪽에는 현대식 주택 지구로서 학교와 병원이 많다. 남쪽에 있는 대통령궁도 식민지 시대의 유산이고, 박물관이 된 옛 시청 건물도 식민시대의 유산이다.
국립박물관은 네덜란드가 식민 통치하던 1778년 네덜란드의 총독 래플스(Raffles)가 동인도회사가 있는 지금의 자카르타에 예술관을 건축한 것이 시초인데, 2차대전 후 독립한 인도네시아 정부가 1962년 중앙박물관으로 문을 열었다. 국립박물관은 그 나라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국보와 보물들을 보관·전시하는 공간인데, 1871년 네덜란드가 인도네시아를 식민 통치하고 있을 때 태국 국왕 쭐랄롱꼰른(Chulalongkorn)이 네덜란드 총독에게 선물로 보낸 청동 코끼리상을 박물관 앞에 세운 뒤부터는 국립박물관을 ‘코끼리 박물관(Gedung Gajah)’이라고도 한다. 당시 총독은 그 답례로 자바 중부의 고대도시 족자카르타 왕국에 있는 보로부두르 사원에 있던 불상을 다섯 트럭이나 태국 국왕에게 선물했다고 하는데, 이처럼 피지배 민족의 문화유산을 점령국가가 함부로 짓밟은 것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박물관은 2층 13개 전시실에 약 11만 5000점을 전시하고 있는데, 입구부터 전시물이 가득하다. 출입구에 들어서면 곧바로 제1·2 전시실인데, 이곳에는 수많은 불상이 전시되어 있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지역은 중국, 한국, 일본과 달리 자기 해탈의 소승불교가 특징인데, 특히 인도네시아는 인도 고유의 전통 신앙인 힌두교와 혼합된 점이 특징이다. 박물관 전시실에는 거대한 불상도 있지만, 대부분 개인이 신봉하는 작은 불상이다. 또, 우리네 불상이나 석탑 등과 비교할 때 크기와 모양, 표정이 매우 달라서 남자 부처가 임신한 여인처럼 배가 불룩한가 하면, 여자 부처는 젖꼭지가 뚜렷했다. 가장 인기 있는 것은 8-10세기 작품으로 중부 자바의 보로부두르 근처의 바룬 사원에서 발견된 가네샤 상으로서 가네샤 상은 인간의 몸에 코끼리 얼굴을 하고 있다. 가네샤 상은 인도네시아인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힌두교 신이라고 한다.
실내전시실 입구에는 인도네시아의 수많은 섬에 분포되어 사는 360여 종족 중 주요 종족들의 주거지역을 지도에 표기하고, 그들의 주거 형태와 의상, 도구 등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물품들이 시대별로 전시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인도네시아 원주민들의 대체적인 특징과 문화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장승과 비슷한 것도 보이고, 식인종들이 식인 모습의 유물도 있었다.
제3~7전시실은 인도네시아 여러 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 민속관으로서 각 지방의 고대부터 현대의 지도까지 진열되어 있는데, 그 중 제4, 5전시실은 가장 큰 섬인 수마트라와 자바섬의 민속관으로서 농경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수마트라섬의 사각뿔 모양의 건물은 수마트라 죽을 공격해온 자바섬의 부족을 물소가 격퇴해주었다는 전설과 함께 소의 안장과 소뿔을 상징한다. 4각의 뿔은 동서남북을 의미하며, 건물의 창문 숫자는 방의 숫자를 나타내고, 건물의 꼭지 숫자는 그 집에 사는 세대수를 나타낸다고 했다. 또, 오랫동안 바다에서 살아온 삶의 도구였던 통나무배를 전시하고 있는데, 엄청나게 크고 뱃전에 새겨놓은 무늬가 참으로 아름답다.
제11전시실은 중국 명·청대의 도자기를 전시하고 있어서 9~13세기에 중국 송·원나라 시대에 동남아와 밀접한 교역을 했던 중국의 영향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특히 지금은 단일국가이지만, 예전에는 각각 별개의 국가였던 발리와 롬복의 박물관에는 검은색 도자기가 많았던 것과 달리 이곳에서는 다양한 도자기를 전시해 놓은 것도 각 부족의 취향을 말해주는 것 같다.
제12전시실은 인도네시아 특산물인 모직물의 발달상황을 보여주고, 제13전시실은 인도네시아의 역대 왕조에서 사용했던 동전들을 전시하고 있다. 고대에서부터 식민시대까지 사용되었던 화폐와 세계 여러 나라 화폐를 수집해 놓은 것은 세계에서 손꼽을 정도로 규모라고 한다.
제14전시실은 네덜란드가 통치하던 식민시대의 문물을 보여준다.
2층은 부처님은 물론 탑과 장식품, 반지, 목걸이 등 귀금속 제품만을 전시하는 특별실이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금은 인간 모두가 귀중하게 여긴 것인지, 모두 찬란한 황금으로 만들어진 장신구가 눈이 부실 정도였다. 다만, 사진 촬영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것이 아쉬웠다. 국립박물관에는 세계 4대 인류 중 하나인 ‘자바 원인(Pithecanthropus erectus)’을 별관에 따로 전시하고 있는데, 두개골 6개가 나란히 전시되어 있다. 현대인보다 턱이 많이 나온 두개골은 모두가 복제품이라고 한다. 그밖에 돌도끼, 토기, 동물의 뼈, 뿔, 가죽으로 만든 연장 등 고고학적 발굴품 등을 전시하고 있는데, 다양한 민족 구성으로 인한 종교예술전시관에서는 힌두교, 불교, 이슬람교 유물과 예술품과 조각상을 볼 수 있다.
인도네시아 국립중앙박물관을 한 바퀴 돌아보고 나니 마치 인도네시아를 한 바퀴 돌아본 것처럼 이 나라 역사와 문화를 알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나의 자만심 때문일까. 여행길에 그 나라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려면 박물관을 구경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임을 실감했다.
<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