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생들에겐 어려운 요리 습관
1인 가구와 온택트 문화 등 연계해
자취 특성 살린 맞춤형 밀키트로
간편한 음식 조리 기회 제공

[금강일보 신익규 기자] ‘먹는 것’ 즉 식사는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세 가지 요소, ‘의·식·주’ 중 하나다. 근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 선조들의 삶에선 화신(火神)이자 부엌을 다스리는 조왕신이 집안을 지키는 3대 가신 중 하나일 정도로 음식을 차리는 공간인 부엌 또한 그 위상이 남달랐다.

그러나 현대 들어 음식을 차리는 일에 대한 인식은 예전과 같지 않다. 활동 에너지의 근원인 식사가 인간의 삶에서 필수적인 건 전과 다르지 않지만 시대 흐름에 따라 갈수록 바빠지는 일상과 이에 따른 피로감 등으로 직접 음식을 만들어 식사하는 일의 중요성은 낮아지고 있다.

요리하는 시간에 좀 더 휴식을 취하든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

특히 최근 1인 가구 증가로 자취를 하는 ‘자취러’ 상당수에게 있어 요리는 생소한 영역이다.

그렇다고 끼니마다 인스턴트 식품만 먹을 수도 없는 노릇. 대부분은 배달음식에 의존하지만 이조차도 비용 문제로 결제 버튼을 누를 때마다 망설이는 경험은 자취러들에겐 익숙한 고민거리다.

현재 대학에 재학 중인 한정환(25) 혼밥일기 대표도 자취 생활을 하며 이와 유사한 경험을 수도 없이 겪었다. 한 씨가 배달음식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자취생들에게 안성맞춤인 메뉴와 조리법 등을 개발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요리와 창업의 연결고리

고등학생 시절까지만 하더라도 한 대표에게 창업은 그리 친숙한 단어는 아니었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사업과 학창시절까지의 공통분모는 딱 하나, 요리뿐이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께서 약 10년 동안 식당을 운영하셨어요. 어머니가 식당을 운영하시는 모습을 보기도 했고 옆에서 일을 거들면서 요리와 친숙해지기 시작했죠. 요리에 부쩍 관심이 생긴 이후 충남 천안에 있는 병천고등학교 조리과에 입학해 요리에 대한 꿈을 키워나가기 시작했어요.”

그렇다고 한 대표의 꿈이 단순히 요리라는 틀에만 갇혀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먼 훗날의 이야기가 될 줄 알았지만 한 대표의 가슴 속에는 창업이라는 꿈이 마음 한 켠에 자리 잡고 있었다.

“스무살이 되고 우송대학교에서 외식조리를 전공하게 됐죠. 그때까지 제 꿈은 요리사 였습니다. 사실 단순한 요리사는 아니고 나중에 외식기업을 창업하는 꿈이 있긴 했어요. 물론 외식기업을 운영하기 위해선 그만큼의 노하우와 경력이 수반돼야 했기 때문에 그저 막연한 꿈이였지요. 먼 미래일줄 알았던 창업이 제 앞에 성큼 다가온 건 협업을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였습니다.”

창업에 대한 한 대표의 꿈은 주변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점차 싹을 키워나갔다. 고등학생 땐 전교회장을, 대학교 땐 학생 회장을 역임한 한 대표는 단체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협업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주변 동료나 팀원 등과 함께 같은 목표를 추구하며 그 과정에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에 대한 성취감을 느끼기 시작한 거다. 이 같은 성취감은 곧 창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자취생만을 위한 ‘밀키트’
관심은 곧 확신으로 이어졌고 수년간 자취생활을 해오던 그는 문득 인생의 동반자였던 요리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요리는 저에겐 인생 그 자체였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요리와 함께 자라다 보니 자취를 처음 시작했을 땐 요리에 대한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죠.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보니 그들에겐 요리란 어렵고 귀찮은 존재더라고요. 좁디 좁은 자취방은 요리를 하기에 좋은 공간이 아니고 심지어 제대로 된 조리도구도 구비되지 않은 방도 있었습니다. 조리도구도 있고 방이 넓더라도 재료 보존이라는 문제에 봉착하기도 하죠. 마트에서 판매하는 요리의 주재료인 양파나 당근, 마늘 등은 1인 가구인 자취생들에겐 양적 측면에서 부담스러워요. 상해서 버리는 게 대다수라고 하더라고요.”

자취 생활이 길어질수록 한 대표도 같은 문제를 겪기 시작했다.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이것저것 대안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쉽지 않았다.

“나중엔 요리에 자신 있는 저마저도 끼니 때마다 게을러지기 시작하더라고요.(웃음) 그만큼 자취생들이 매 끼니를 요리로 해결하는 건 상당히 어렵다는걸 몸소 느꼈습니다. 자취 생활 속에서 요리를 하기 위해서 배달음식을 주문하기도 했지만 비싼 가격과 혼자 먹기엔 많은 양 등이 발목을 잡았죠. 부패를 막기 위해 1인 가구 특성에 맞춰 소분해 판매하는 식재료들도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없었어요. 대부분 마트에서나 이를 판매하는데 자취방과 마트의 거리가 상당했으니까요. 자취생들이 접근성이 좋은 편의점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이유기도 합니다.”

자취생들의 끼니 걱정을 몸소 체험한 한 대표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밀키트였다.

1인 가구의 증가로 밀키트 수요도 급증하고 있었던 만큼 밀키트가 자취생들의 식단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한 대표는 생각했다.

“컵라면처럼 조리 시간이 짧은 밀키트는 자취생들에게 제격이라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코로나19로 온택트 식문화가 발전하고 있는 만큼 시기도 좋았고요. 하지만 자취생들의 편의성을 충족하기엔 부족한 점들도 많았습니다.”

한 대표는 자취생들의 특성을 집중적으로 분석하며 밀키트 제작에 나섰다. 자취생 대부분이 요리를 어렵고 귀찮은 존재로 느낀 만큼 자취생들을 위한 밀키트라면 편의성이 극대화돼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요리와 거리가 먼 자취생들을 위해 밀키트에 디테일을 가미했어요. 예를 들어 비닐장갑이 없는 자취생들을 배려해 밀키트에 비닐장갑을 제공한다든가 눈대중이 익숙하지 않는 학생들을 위해 눈금이 표시된 종이컵을 동봉하는 거죠. 특히 조리 시 발생하는 기름과 연기 등을 방지하기 위해 챙겨준 기름 덮개도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SNS에 열광하는 20대들을 위한 플레이팅 마케팅에도 신경을 썼다. 그저 식사에 초점을 맞춘 밀키트에 플레이팅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식사에 대한 만족도를 향상시킴과 동시에 SNS 홍보 효과까지 노린 거다. 

◆창업신화 도약 위한 첫 걸음

현재 한 대표는 디테일을 가미한 밀키트를 활발하게 개발 중이다. 아직 메뉴 개발에 머물러있지만 한 대표의 아이디어는 이미 여기저기서 가능성을 입증받고 있다.

“대전시 사회적경제기업청년지원사업과 우송대 창업동아리 등을 통해 각종 지원금을 받았어요. 이 지원금으로 현재 수비드 통삼겹을 비롯한 메뉴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 안으로 일부 메뉴 개발을 완료, 내년부터 대학교에서 제공해주는 창업공간을 통해 본격적인 사업 운영에 나설 계획입니다.”

창업의 첫걸음을 뗀 한 대표의 도전은 아직 출발선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남들보다 이른 나이에 창업 전선에 뛰어든 만큼 한 대표는 여유를 갖고 크나큰 목표를 위해 오늘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은 우송대 근처 학생들을 대상으로 밀키트 판매에 나설 계획이지만 언젠가 영역을 넓혀 대전을 비롯한 전국 곳곳 자취생들의 입을 호강시켜주는 밀키트를 만들어보는 게 제 목표입니다. 지금은 미약하지만 수많은 대학생과 자취생들이 공감하고 있는 만큼 성공에 대한 확신을 믿고 달려 나갈 겁니다.”

신익규 기자 sig260@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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