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변신, 문화공간의 새로운 흐름

[금강일보] 오를레앙 철도회사는 파리 시내 더 깊숙이 노선을 진출 시키려 모색하던 중 옛 오르세 궁전 부지를 매입하였다. 1871년 파리코뮌 봉기 당시 파괴된 부지에 역 건물을 짓고 1900년 7월 14일 준공 하였다.
오르세 역은 당시 파리에서 가장 아름답고 깨끗한 역사였다. 검은 연기를 뿜어내는 종전의 증기기관차 대신에 공해 없는 첨단 전기 기관차만이 오르세 역을 드나들 특권을 가졌다. 19세기 이후 산업 발전을 이끌던 증기 기관차에 이어 등장한 산뜻한 전기 기관차는 동터오는 20세기 밝은 미래를 약속하는듯 싶었다.
그러나 오르세 역은 나날이 길어지는 열차를 수용하기에 역부족이었다. 당시로서는 대담한 발상의 전환으로 1977년 미술관 건립을 결정하고 1986년 준공하였다.
고대부터 19세기 중반까지를 아우르는 루브르 박물관, 20세기 이후 현대미술 중심의 퐁피두센터와 함께 시대별 미술전시의 3박자를 완성하는 오르세 미술관에서는 인상파를 중심으로 제1차 세계대전까지 대표적인 작품이 집중 전시되고 있다.
유리 천장의 자연채광 등 이상적인 조건을 갖춘 오르세 미술관의 용도변경, 변신이 보여줬던 1980년대 발상의 전환은 그 후 급속도로 전 세계적인 추세가 되었다. 파리 근교 옛 병기창을 고쳐 화가들의 작업장으로 쓴다거나 영국 런던 화력 발전소를 개수하여 테이트 모던 미술관으로 바꾸는 등 이후 원형을 최대한 살린 크고 작은 리모델링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었다.
특히 극도로 단순한 형태의 표현과 구조를 선호하는 미니멀리즘의 유행은 이런 용도변경 작업은 더욱 확산되었다. 이제는 유명 문화공간은 물론 지역 소읍 식당, 카페, 상점에 이르기까지 별다른 투자나 공사 없이 새로운 용도로 활용되는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우선 편안하고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공간이 감성사회 트랜드에 부합되기 때문이다. 경북 김천시 한적한 면소재지, 용도변경 했음직한 허름한 카페가 명소로 자리 잡은 것은 SNS 영향이기도 하지만 커피를 머그잔이나 1회 용기 대신 놋그릇에 담아내는<사진> 등 상식의 허를 찌른 감성소구에 힘입은 바 크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