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권 한국교통안전공단 대전세종충남본부 안전관리처장

[금강일보] 2007년 12월에 음주나 약물운전 사고를 줄이기 위해 정부 주도로 도입한 위험운전치사상죄는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실효성를 거두지 못했다. 그 후, 2018년 9월에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윤창호 씨 사망사고를 계기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위험운전치사상죄의 법정형이 상향됐다.
시행 직후 언론의 영향으로 운전자들의 경각심을 일깨워 음주운전 사고가 감소했지만, 법시행 1년 만에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다시 증가하고 있다. 그만큼 위험운전치사상죄 운용효과가 정착되지 못했기에, 우리보다 앞서 위험운전치사상죄를 적용하고 있는 일본 사례를 통해 시사점을 소개한다.
일본에서는 1999년 11월 토메이 고속도로에서 음주운전자 트럭이 일가족이 탄 승용차를 추돌해 유아 2명이 사망한 사고를 계기로 피해자 유족이 중심이 돼(당시 악질적인 교통사고라고 해도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적용해 징역 5년을 넘는 형벌을 과할 수 없었기에) 법률개정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으로 37만여 명의 서명부를 2000년 11월에 법무성에 제출했다. 2001년에 국회에서 위험운전치사상죄가 형법에 신설됐고, 3번의 개정을 거치면서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돼 음주운전사고가 감소했다.
일본의 경우에는 음주나 약물운전에 국한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과속운전, 방해운전, 보복운전, 난폭운전, 적색신호 무시 운전 등 폭넓게 적용하고 있으며 형량도 우리보다 무겁게 처벌하고 있다. 또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운수업체에 대한 처벌도 강화하고 있어 (앞서 소개한 음주운전자 소속) 트럭회사도 폐업 처리됐다.
2006년 8월 후쿠오카시 공무원인 A(22) 씨는 음주운전으로 앞서가는 B 씨의 차를 추돌해 바다로 빠뜨리고 (처벌이 무서워) 뺑소니쳐 B 씨 부부는 중상을 입고 B 씨의 어린 자녀 3명은 사망했다. 이 사건으로 2008년 1월 후쿠오카 지방법원은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적용해 징역 7년 6개월을 선고했지만, 5월 후쿠오카 고등법원에서는 위험운전치사상죄를 적용해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이에 가해자는 불복하고 상고했으나 2011년 대법원에서 징역 20년형이 확정됐다. 해당 공무원이 소속된 시장은 물론 인사 관계자 등에 대한 징계처분도 이뤄졌다. 이후 음주 운전자에게 차량을 제공하거나, 주류를 제공한 술집에서 술 취한 고객이 음주운전하게 방치한 경우는 물론 음주사실을 인지하고 동승한 경우까지도 처벌 할 수 있도록 법을 강화했다.
2017년 6월 토메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주차문제로 다투던 끝에 가해운전자가 차를 몰고 뒤따라가 4번이나 앞을 막는 난폭운전으로 추돌사고를 내서 탑승한 부부를 사망하게 했다. 2018년 12월 검찰은 가해운전자에게 위험운전치사상죄를 적용해 징역 23년을 구형했으나 법원에서는 18년형을 선고했다. 이렇게 위험운전치사상죄로 일벌백계할 수 있는 배경에는 초동수사부터 일선 조사관들이 위험운전치사상죄 적용을 시야에 두고 수사요령, 유형별 재판사례 등을 숙지해서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윤창호법 시행으로 음주운전자에게 엄벌에 처할 수 있는 위험운전치사상죄가 시행되고 있는 만큼, 유명무실한 위험운전치사상죄 운용에서 벗어나 일벌백계로 다스려야한다. 시민들도 위험운전치사상죄에 대한 경각심을 인식해 음주나 약물운전이 근절되어야 한다. 나아가 위험운전치사상죄의 운용효과가 정착돼 교통사고가 대폭 감소하기를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