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금강일보] 2020년 1월부터 매주 수요일 '정승열의 힐링여행 2'라는 이름으로 해외 여행기를 연재하고 있는데, 힐링여행이라는 시리즈 이름은 신문사 편집자들의 탁월한 작명으로 이뤄진 것이다. 여기서 2라는 숫자는 2013년 8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3년 4개월 동안 금강일보에 '정승열의 힐링여행'이라는 이름으로 필자가 소개한 전국여행 칼럼 시리즈의 후속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사실 여행기의 신문 연재는 오랫동안 대전과 충남의 각 시·군의 등기소와 법원에 근무하면서 여러 신문과 잡지에 그 지역의 유적과 명승을 소개한 것을 눈여겨본 K시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1995년 '청풍명월 감상'이라는 단행본을 펴낸 것이 계기였는데, 청풍명월이란 서명은 대원군이 전국 팔도의 특성을 말할 때 충청도를 고결한 선비들이 많이 사는 고을이라고 하여 “청풍명월”이라 한 데서 유래했다. 이것을 모 신문사의 독자위원으로 활동하던 2011년 5월부터 2013년 7월까지 가급적 최신 자료를 넣어 '신(新) 충청도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신문에 연재하게 되었는데, 2017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또 다른 신문에 '정승열의 세계 속으로'라는 이름으로 해외 여행기를 연재하게 되었다. 생각지 않게 여러 신문사에 국내외 여행기 연재를 하게 되면서 얕은 지식이 금방 드러날 것 같아 미리 공부하고 또, 현지에 가서도 가급적 도록이나 자료를 많이 수집하고 있다.

지금도 여행을 즐겨하여 매 주말이나 휴가철에 카메라 하나를 메고 훌쩍 집을 나서고 있지만, 어느 지면에 소개하려는 의도가 아니기 때문에 함께 나선 가족사진이 많기 마련이다. 그런데, 2019년 5월부터 일본 여행기를 소개하다가 2019년 7월 일본의 무역 보복으로 야기된 갈등으로 반일감정이 커서 불과 6회 연재하다가 다른 나라로 바꿔버렸다. 그 후 2년이 훨씬 지나도 한일 갈등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게다가 2020년 1월 중국 우한발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2019년 12월 말 상하이와 쑤저우 일대를 여행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2019년 상반기 동안 세 차례 다녀온 일본 여행기를 그대로 묻어둔다면, 오래 전의 여행기가 될 것 같아서 소개하기로 작정했다.

지리적으로 한반도와 가까운 일본은 삼국시대부터 선진문물을 받아들여 발전했지만, 지금처럼 국경 개념이 엄격하지 않았던 시대에 선진 문화를 받은 것이 수치가 아닌데도 일본은 “한반도가 아니라 대륙”에서 문화를 받았다며 두루뭉술하게 말하고 있다. 또 섬나라 일본은 농산물이 부족해서 역대 한반도의 왕조에 조공하며 문물을 받아오면서도 수시로 남해안을 습격하여 식량과 재산을 약탈하고, 무고한 백성들까지 납치해가는 왜구로 살아왔다. 그러더니, 전국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豐臣秀吉)가 무사들의 불만을 돌리기 위하여 벌인 전후 7년에 걸친 임진왜란에 이어 근세에도 35년 동안 식민통치를 자행하면서 고대부터 한반도 남부를 직접 경영했다는 얼토당토않은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하는 역사 왜곡과 식민사학을 말하고 있다. 무역갈등이 벌어지기 전까지 한일간 경제와 민간교류는 매우 밀접해서 2018년 기준 일본을 찾은 관광객은 연간 750만 명이나 되었다. 이처럼 ‘가깝고도 먼 나라(ちかくて とおい国)’를 우리는 감정적으로 배일(排日)하기에 앞서 극일(克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북쪽 홋카이도에서 남으로 혼슈(本州)· 시코쿠(四国)· 규슈(福岡) 등 4개의 큰 섬과 이즈제도(伊豆諸島)․ 오가사와라제도(小笠原諸島)·류큐 열도로 37만 7873㎢ 면적에 1억 2700만 명(2018년)이 사는 섬나라인데, 지금까지도 일본 최초의 야마도 정권(大和朝廷: 300~593) 발상지로 규슈(九州)설과 나라(奈良) 설로 갈라져 있을 정도로 역사가 불명확한 나라다. 다만, 두 지역 모두 한반도와 지척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고, 또 한반도와 관련된 지명과 유적이 질펀하다.


전국 통일 후 중앙집권제를 이룬 헤이안 시대에 일본은 수도인 교토(京都)와 그 주변 지역 5개소를 ‘기(畿)’라 하고, 지방을 7개의 도(道)로 나눈 ‘고키시치도(五畿七道)’라는 율령제를 시행했다. 이때 쿠니(国)는 도 아래 단계의 지방 행정구역이었으나, 국(国)과 주(州)를 똑같이 훈독으로 '쿠니'라고 읽어서 국과 주를 혼용하여 규슈라고 불렀다. 결국 규슈는 9개 율령국(国=州)이라는 의미이고, 규슈 옆에 있는 4대 섬 중 하나인 시코쿠(四国)의 코쿠(国) 역시 주(州)와 같은 의미이다.(자세히는 2020.5.13.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참조)

규슈는 본도(本島), 이키섬(壹岐島)·쓰시마 섬(對馬島)·고토 열도(五島列島)·아마쿠사 제도(天草諸島)·사쓰난 제도(薩南諸島) 등 1400여 섬으로 이루어져 있고, 북쪽으로 간몬해협(関門海峡)을 사이로 혼슈와 마주하고 있다. 오늘날 규슈는 주민 1420만 명이 후쿠오카(福岡)·사가(佐賀)·나가사키(長崎)·오이타(大分)·구마모토(熊本)·미야자키(宮崎)·가고시마(鹿兒島)·오키나와(沖縄) 등 8개 현(県)에서 살고 있으며, ‘규슈의 수도’라고 할 수 있는 후쿠오카시는 160만 명이 사는 일본 제6위의 대도시이다.

인천국제공항에서 후쿠오카까지 1시간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으며, 국내 여러 지방에서도 정기노선인 저가 항공이 많았다. 또 부산에서 후쿠오카까지 뱃길로 180㎞에 불과해서 3시간이면 갈 수 있고, 매일 페리가 5~6회 왕복하다가 지금은 하늘길과 바닷길이 모두 막힌 상태이다. 학자들은 규슈의 해저 지형이 북부의 후쿠오카와 사가현 지역은 해류가 한반도와 중국과 이어지고, 중남부인 나가사키, 미야자키, 가고시마 지역은 태평양으로 이어져서 포르투갈, 에스파냐, 네덜란드 등 서양 상인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하게 되었다고도 말한다.
오늘날 세계 경제대국 10위인 한국인들이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있어서 일본도 도시마다 도로교통, 음식점, 기념품 가게마다 자국어 이외에 영어, 중국어, 한글 안내문을 비치하고 있다. 해외여행에서 패키지라면 이동이나 취식을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자유여행이라면 시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가령, 후쿠오카, 구마모토, 아소, 유후인, 벳푸 등 중 한 도시를 선택하여 입국했다가 귀국할 때는 다른 도시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만일 그럴 상황이 아니라면 외국인에게만 판매하는 JR 패스(열차)나 산큐패스(버스)를 사는 것이 아주 좋다. 가령 지하철 1회 티켓은 230엔인데(2019년 5월 현재), 하루에 몇 군데를 돌아다니면서 승하차를 반복하거나 혹시라도 잘못 탔다가 내리는 실수 등을 고려하면, 시내버스와 지하철을 무제한 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요관광지나 유적지, 온천 등에 무료입장 하거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관광지나 터미널을 이용할 때마다 긴 줄을 지어 기다리지 않고, 또 익숙하지 않은 외국어로 매표하는 불편을 겪지 않고 곧장 입장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그러나 어린이나 노약자를 동반할 때는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도 매우 편리하다. 렌터카는 국내에서 인터넷 예약이 가능하고, 국내 렌터카 이용처럼 매우 편리한 시스템으로 되어 있다. 다만, 출국하기 전에 미리 각 경찰서나 공항에서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아야 하는데, 여권용 사진 1매와 여권, 발급 수수료 8500원(신용카드)만 제출하면 즉시 발급이 가능하다.(자세히는 2020. 6. 10. 규슈 여행 참조) <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