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이은형, 치매 아내에게 52년 만에 보내는 편지 “사랑하는 희에게”

이번주 ‘인간극장’에는 54년 전, 펜팔로 사랑을 싹틔웠던 이은형(76) 씨, 김준희(76) 씨 부부의 이야기가 방송된다.
이은형 씨와 김준희 씨는 얼굴도 모른 채 1년 6개월 동안 편지를 주고받고, 5번의 만남 끝에 결혼했다. 그런데 한없이 착했던 며느리이자 순종적이었던 아내가 이상해졌다. 갑자기 불같이 화를 내고, 매일 다니던 길을 헤매고, 했던 말을 반복했다. 4년 전, 병원에서 받은 진단은 치매 초기. 일상생활이 위태로운 아내를 보살피며, 이은형 씨는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 본다.

시작은 사진 한 장에서였다. 은형 씨는 이웃집에서 우연히 본 사진 속 준희 씨에게 무작정 자신을 소개하는 편지를 썼다. 준희 씨는 따뜻하고 감성적인 글로 답장을 보냈고, 두 남녀의 첫 만남은 1년 6개월 만에 이뤄졌다. 가난한 집안이었던 은형 씨는 부잣집 딸인 준희 씨를 보고 마음을 접으려고 했지만, 준희 씨가 은형 씨를 붙잡아줬고 집안의 허락을 받아냈다.

낭만적인 연애편지와 달리, 결혼생활은 달콤하지 않았다. 8남매 장남인 남편에, 막내 시동생은 겨우 6살이었다. 가족들의 밥을 챙기고 나면 정작 준희 씨는 굶기 일쑤였다. 심지어 시집온 지 3일 만에 시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져 생사를 넘나들기도 했다. 남편의 도움이 절실했었지만 편지 속 다정했던 남편은 결혼 후 무심하게 변했고, 가부장적이었다. 아내보다 어머니와 어린 동생들이 먼저였고, 조상의 사당을 정비하느라 큰돈을 쓰기도 했다. 그러면서 아내의 고생엔 인색했던 남편, 준희 씨는 그에게 다정한 말 한마디 듣지 못했다. 그렇게 힘든 세월 탓일까? 달콤한 연애편지의 기억조차 희미해지고 있다.

은형 씨는 아내가 아프면서 평생 처음으로 하는 일이 많아졌다. 어설프게나마 집안일을 하고, 아내에게 ‘고맙다’, ‘고생했다’라고 말하게 됐다. 그 덕분인지 준희 씨의 치매는 크게 악화되지 않은 채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농사일도 조금씩 거들고, 4년 만에 남편의 생일 미역국도 끓였다. 그런 아내에게, 은형 씨는 52년 만에 다시 편지를 쓴다. 평생을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을 담아 “사랑하는 희에게”, 너무 늦지 않게 편지를 보낸다.

지난 7일 방송된 5166회에서는 남편 없이 나들이에 나선 준희 씨와 집에 남아 난생처음 밥을 차리는 은형 씨의 모습이 방송됐다. 이들의 다음 이야기는 8일 오전 7시 50분 KBS 1TV ‘인간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손채현 인턴기자 b_9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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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이은형, 치매 아내에게 52년 만에 보내는 편지 “사랑하는 희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