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유네스코 세계기념인물

 2021년 유네스코 지정 세계기념인물, 왼쪽부터 김대건 신부, 단테, 도스토예프스키(당진 솔뫼성지 성 김대건 안드레아 기념관)
2021년 유네스코 지정 세계기념인물, 왼쪽부터 김대건 신부, 단테, 도스토예프스키(당진 솔뫼성지 성 김대건 안드레아 기념관)

[금강일보] 올해 유네스코 세계기념인물은 우리나라 김대건 신부, 이탈리아의 단테 그리고 러시아의 도스토예프스키 세 명.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유네스코 세계기념인물로 2012년 탄생 250주년이었던 다산 정약용 선생이 동양인 최초로 선정되었고 2013년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을 기념하며 구암 허준 선생이 포함되었다.

모든 ‘세계 명작’이 그러하듯이 세상에 나온 지 700년이 되는 단테(1265-1321)의 ‘신곡’ 역시 대략의 줄거리나 문화사적 가치에 대한 지식 이외에 작품을 꼼꼼하게 완독한 사람은 막상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특히 ‘신곡’은 주말을 이용하여 소파에 누워 편하게 읽어볼만한 명작이 아닌 만큼 더욱 접근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13~14세기에 활동한 단테의 저술이 21세기에도 계속 연구되어 새로운 학설과 해석이 나오고 있음은 의미 있는 일이다. 정치적인 박해로 인한 고난의 역정과 더불어 ‘신곡’ 집필을 마치고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난 극적인 삶도 700년이 지난 이즈음 재조명받을 만하다.

인간심리의 저 깊숙한 곳, 영혼의 어두운 심연을 섬세하고 예리하게 드러내 보인 도스토예프스키 (1821~1881)는 단테의 ‘신곡’에 비하여 대중적인 접근성과 구독력이 강한 ‘죄와 벌’, ‘백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그리고 ‘악령’ 같은 작품은 제목이 주는 느낌부터 웅숭깊다. 삶과 영혼을 둘러싼 형이상학적 관념들을 구체적인 인간관계 속에 투영하여 지혜와 교훈을 얻게 하는 소설의 영향력을 도스토예프스키는 확인시켜 준다.

우리나라 최초의 천주교 신부 김대건 신부(1821~1846)는 사제로 서품되어 불과 1년여 불꽃같이 열정적인 활동을 벌이다 새남터에서 순교하여 25년 짧은 생을 마감하였는데 1925년 복자, 1984년 우리나라 103위 성인의 하나로 선정되었다. 조선조 완고한 봉건사회에서 평등, 박애사상을 전파한 업적은 종교차원을 넘어 선다.

올해 유네스코 세계기념인물은 우연찮게도 인간의 영혼 깊숙한 곳을 두드리며 구원과 영원한 삶을 향한 도정을 제시한 인물이라는 공통점이 두드러진다. 외형과 물질, 순간에 도취하여 영혼의 정화, 내면의 성숙 그리고 진정한 삶에 대한 고민에 소홀한 현대를 향해 울려오는 이들의 메시지에 귀 기울여 본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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