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연령 개정을 위한 사회적 합의 필요하다

[금강일보] ‘레 미제라블’ 작가로 널리 알려진 프랑스 19세기 작가 빅토르 위고는 당시로서는 고령인 83세에 세상을 떠났다. 그 80여 년의 세월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했던 한 편의 대하 드라마였다. 연극작품을 숱하게 썼지만 그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19세기 유럽, 격동의 시대를 한 세기 가까이 살아온 셈이다.
특히 자녀들이 거의 모두 일찍 죽거나 불행한 삶을 살아 위고로서는 평생 지울 수 없는 강박관념이 되었을 것이다. 18년에 걸친 자발적인 망명생활에서 나폴레옹3세가 퇴위하자 고국으로 돌아온 위고에게는 보살펴야 할 친족으로 손주들이 있었다. 잔과 조르주, 특히 두 아이들에게 위고가 쏟은 사랑과 정성은 75세에 펴낸 시집 ‘할아버지 노릇 하는 법’을 통하여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할아버지 노릇 하는 법’에서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무조건적인 애정과 긍정의 눈길만 담겨있는 것이 아니다. 할아버지로서, 노인으로서 마땅히 가져야할 시선과 품격, 의무와 자세가 행간에서 읽혀진다.
‘노인’에 대한 위고의 생각은 60세 되던 해 발간한 시집 ‘여러 세기의 전설’ 에 수록된 ‘잠든 보아즈’라는 작품에서 이미 잘 그려지고 있다.
옛 샘물로 다시 돌아온 노인은/ 변화무쌍한 나날들을 떠나 영원한 날들로 들어간다/ 젊은이들 눈에서는 불꽃이 보이지만/ 노인의 눈에서는 빛이 보인다.
- 빅토르 위고 ‘잠든 보아즈’ 부분
지금부터 160년 전에 위고가 정의한 노인의 모습은 그후 오랜 세월 정석으로 통용되어 왔다. 삶의 경륜을 통하여 터득한 예지와 인내심, 세상을 바라보는 넓고 안정된 시선으로 생애의 만년을 슬기롭게 통과하는 노인의 모습은 그러나 급속한 고령사회 진행과 더불어 크게 바뀌고 있다.
젊은이 못지않은 체력, 열정과 욕망,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에 대한 착잡한 감정, 젊은이와 노인사이의 양극화 현상으로 노인들은 이런저런 욕구불만과 복잡다단한 의식아래 위고가 노래했던 평정한 경지로의 진입이 그리 쉽지 않은 것이다. 노령층을 바라보는 사회의 이중적 시각도 여기에 일조하는 듯 하다. 노인 교통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노령층의 운전에 제한을 두자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그런 한편 인력난으로 고령층을 운전기사로 채용하는 시장구조가 엇갈린다.
세대별로 각기 연령층에 적합한 나름의 역할과 사회기여 구조 정립이 필요할텐데 우선 지금 65세부터로 규정한 노인연령 조정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 이 과정이 난마와 같이 얽힌 노인문제에 본격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단초가 될 것이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