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시 산내면 한천테마파크

밀양 한천테마파크, 우무묵으로 한천을 만드는 건조장.
밀양 한천테마파크, 우무묵으로 한천을 만드는 건조장.

[금강일보] 바다에서 채취하는 식물 우뭇가사리를 끓여 우무액을 만들고 여과해서 굳히면 우무묵이 된다. 이를 알맞게 잘라 겨울철 야외 건조장에서 약 20일간 얼렸다 녹았다 하면 한천이 된다. 寒天, 추운 겨울에 만든다 해서 제조환경이 곧 이름이 된 특이한 경우로 흥미롭다.

한천의 용도는 무척 광범위하다. 우무콩국을 비롯하여 양갱, 젤리, 푸딩 그리고 일본에서는 화과자의 원료로 쓰인다. 일단 형태를 만들어 놓으면 잘 굳지도 녹지도 않는 무던한 물성이 미덕인 한천은 특히 다이어트 식품의 핵심이다. 먹으면 포만감을 주지만 몸에 흡수가 잘되지 않고 노폐물과 콜레스테롤을 흡착 배출시키니 이보다 더 훌륭한 재료는 없을 듯 하다. 이밖에도 식품 첨가제, 안정제, 청징제 등 용도는 무궁무진하다.

경남 밀양은 한천제조에 있어 지형과 기온, 수질 등 천혜의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1913년부터 시작되었다니 벌써 한 세기가 넘는 연륜으로 우리나라 한천제조, 공급의 본거지로 자리잡았다.

밀양 얼음골 일대, 11월 말부터 2월 말까지 약 5만 평 부지에서 우무묵을 말려 한천을 만드는 모습은 장관을 이룬다. 한국최대, 동양최대인데 서양에는 한천공장이 없다하니 세계최대에 다름 아니다. 약 350년 전 한천제조가 시작되었다는 일본에서는 대부분 소규모로 가내제조 수준이어서 우리나라 연간 생산량 200~300톤의 80% 이상이 수출된다.

광복 직후 첫 수출 품목이 한천이었다는 사실은 기록할 만하다. 이후 1950년대 우리나라 5대 수출품목이었던 중석, 한천, 김, 미역, 오징어는 그 시절 우리의 옹색했던 국력을 반증하는데 1954년 총 수출액의 20%, 120만 달러를 한천이 점유했다는 기록이 있다.

밀양시 산내면 한천테마파크는 우리가 아직 잘 모르고 있는 이 기특한 식품의 모든 것을 집약하여 체험할 수 있는 교육문화공간이다. 한천공장, 한천박물관, 한천체험관, 한천판매장과 레스토랑 그리고 밀양한천 창시자 김성률 선생을 기리는 송덕비 등이 있어 문외한이 들어왔다가 상당한 지식과 체험을 습득하여 돌아갈 수 있는 에듀테인먼트 공간으로 꼽힌다.

지금처럼 다이어트 기능성 식품이 다양화되기 전에는 우뭇가사리가 가장 핵심적인 원료였다. 여름철 더위를 식혀주는 우무콩국 역시 우뭇가사리로 만드는 뛰어난 건강음식이다. 이런 소중한 건강 식자재인 우뭇가사리 생산을 확대하고 다양한 분야로 소비를 촉진하여 건강식품 K-푸드로 자리매김할 만하다.

한번 형태가 잡히면 좀체로 모양이 변하지 않는 지조있고 믿음직한 한천의 물성은 배신과 변절, 이합집산이 아무렇지도 않게 횡행하는 이즈음 사회에서 새삼 돋보이기까지 한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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