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아부라야 쿠마하치 동상
아부라야 쿠마하치 동상

[금강일보] 산악지대인 벳푸에는 다양한 광물질을 함유한 수온 100℃가 넘는 용출수(涌出水)가 2800여 곳이나 있어서 규슈는 물론 일본 전역에서도 가장 유명하다. 우리 국민도 많이 찾아가는 온천 여행지 벳푸는 츠루미 다케(鶴見岳: 1375m)오 북쪽의 가란 다케(伽藍岳: 1045m)의 두 화산지대에 둘러싸여 있는데, 특히 가람다케는 유황 성분을 많이 함유되어서 유황산(硫黃山)이라고도 불린다. 벳푸는 오이타현 제2의 도시이지만 주민은 12만 명 정도이고, 도시 전체가 관광객의 온천과 숙박, 기념품 판매 등 관광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후쿠오카에서 벳푸까지는 약 150㎞로서 열차와 버스 노선이 많고, 시간은 약 2시간쯤 걸린다.

벳푸역에 내리면 광장 동쪽에 ‘벳푸 온천’을 전국에 널리 소개하고, 관광지로 알린 ‘벳푸 관광의 아버지’ 아부라야 쿠마하치(油屋熊八: 1863~1935)의 동상이 있다. 그는 34세 때 사업에 실패하자 외국을 여행한 뒤 귀국하여 38세 때 벳푸에서 호텔을 경영하면서 관광버스 안내양제도를 도입하여 벳푸를 알리고, 유후인(由布市)을 관광지로 개발하여 '벳부 관광의 아버지' 혹은 대머리가 반짝거린다고 해서 '삐까 삐까 아저씨'라는 애칭으로도 불린다.(아부라야 쿠마하치에 관하여는 2022.3.30. 온천의 도시 오이타 참조)

벳푸는 풍부하고 다양한 온천수로 수많은 료칸, 온천탕의 온천욕(溫泉浴)뿐만 아니라 기이한 경관과 함께 열대어와 악어들을 기르는 동물원 기능과 함께 지옥마다 독특한 정원을 만들어 식물원 조성하는 등 온천을 관광 명소화한 ‘7대 지옥온천(地獄溫泉)’이라 하여 여행객들의 호기심을 갖게 하는 일본의 상술을 엿보게 한다. 지옥이란 뜨거운 온천수와 함께 분출되는 증기의 모습이 마치 지옥을 연상시킨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한 군데 입장료는 400엔이다. 7대 지옥 전부 돌아볼 수 있는 통합입장권은 2000엔으로서 통합입장권은 겉표지와 함께 7개 지옥의 사진이 붙어있는 각각의 입장권을 각 지옥에 입장할 때마다 하나씩 내는 방식이다. 패키지여행이나 시간에 쫓기는 여행객은 7대 지옥온천을 모두 돌아볼 수 없겠지만, 자녀를 동반한 가족여행이나 골고루 돌아보려고 한다면 7대 지옥의 순례 코스를 알려주는 안내판도 한글과 일본어로 병기되어 있어서 가이드가 없더라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 지옥마다 각각 식물원, 동물원 혹은 유원지처럼 조형물과 동식물을 기르는 것을 볼 수 있고, 무료 족탕도 있어서 동·식물원 견학과 체험 현장 느낌이 있다. 통합입장권제도를 만들어서 여행객을 유혹하는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도깨비머리 지옥
도깨비머리 지옥

벳푸 시내를 관통하는 규슈 횡단 도로에서 맨 먼저 도로 왼편에 ① 도깨비 머리 지옥(塊石坊主地獄)이 있고, ② 그 바로 옆에 바다 지옥(海地獄), ③ 가마솥 지옥(かまど地獄)이 잇달아 있다. 그리고 좁은 골목을 사이로 ④ 도깨비산 지옥(鬼山地獄)과 ⑤ 백지지옥(白池地獄)이 있다. 7개 지옥 중 5곳은 걸어서 돌아볼 수 있지만, ⑥ 용권지옥(龍卷 地獄)과 ⑦ 피의 지옥(血の池 地獄) 등 두 곳은 약 3㎞쯤 떨어진 골짜기에 나란히 있다. 물론, 주변에는 수많은 료칸과 온천탕이 있고, 사실 돌아다니다 보면 지옥이라고 할 수 없는 작은 온천에도 ‘지옥’이란 이름을 붙인 것을 알 수 있지만 나름 음미해볼 곳이 많다.

도깨비머리지옥 무료족탕
도깨비머리지옥 무료족탕

① 도깨비 머리 지옥(塊石坊主 地獄)

도깨비 머리 지옥은 회색빛의 진흙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면서 동그란 원형을 계속 만들어 내는 모습이 도깨비 머리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삭발한 스님 머리와 닮았다고 해서 '스님 머리 지옥'이라고도 한다. 이곳에는 당일에 이용이 가능한 유료온천이 있고, 또 무료 족탕도 있다.

바다지옥 연못
바다지옥 연못

② 바다 지옥(海 地獄)

바다 지옥은 진한 코발트색을 띤 온천이 마치 푸른 바다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수온은 98도나 되는 커다란 연못이다. 깊은 계곡에 푸른 바다처럼 넓은 온천 연못에는 거대한 크기의 연꽃이 5~11월까지 계속 피어나고, 또 계곡에서 반복적으로 거대한 온천가스가 분출되면서 지척을 분간할 수 없는 풍경은 어른과 어린이 모두 재미있다. 오이타현 일대는 도요국(豊国)으로 불리다가 7세기 말 부젠국(豊前国)과 분고국(豊後国)으로 나뉘었는데, 당시 이 지역의 지리·풍속을 소개한 분고풍토기(豊後風土記)에서는 바다 지옥을 1200년 전 쓰루미다케의 화산폭발 때 형성되었다고 기록하고 있어서 일본의 국가 지정 명승지가 되었다. 무료 족탕도 있고, 레스토랑 2층 옥상이 바다 지옥을 조망할 수 있는 포토존이다.

가마솥 지옥
가마솥 지옥

③ 가마솥 지옥(かまど地獄)

가마솥 지옥이란 오래전부터 벳푸 지역의 조상신을 모시는 가마도하치만구 신사(神社) 축제 때 이곳의 수증기로 밥을 지어서 신전에 받쳤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가마솥 지옥의 온천수를 마시면 10년이 젊어진다는 전설도 있다. 가마솥 지옥은 여러 지옥온천의 특징이 한곳에 모여 있어서 지옥온천의 축소판이라고도 한다.

도깨비산 지옥
도깨비산 지옥

④ 도깨비산 지옥(鬼山 地獄)

도깨비산 지옥은 오니야마(鬼山)라는 산의 명칭에서 붙여진 온천으로서 이곳에서는 1923년부터 일본 최초로 온천 열을 이용하여 악어를 사육하고 있다. 악어를 종류별, 크기별로 철창 속에 악어 100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어서 악어 지옥이라고도 한다. 기념품점에서 파는 사이다병의 모양도 악어 모습으로 만들었고, 다양한 악어의 뼈와 함께 악어 종류를 소개하는 전시관도 있다. 온천수에 익힌 달걀과 찬 사이다도 일품이다.

백지지옥
백지지옥

⑤ 백지 지옥(白池 地獄)

온천수가 지하에서 분출될 때 투명했던 온천수가 낙하할 때 급격한 온도와 압력의 변화로 청백색으로 변하는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 백지 지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물 색깔이 하얗고 정원도 온통 하얗지만, 수온은 95도나 된다. 백지지옥에서는 온천의 열기를 이용하여 열대어를 키우고 있는데, 4m의 길이의 거대한 대왕 물고기 피라루크, 무시무시한 식인 물고기로 알려진 피라냐를 볼 수 있다. 7개 지옥 온천 중 국가 지정 관광지가 된 두 곳 중 한 군데이다. <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7-3. 백지지옥 열대어관
7-3. 백지지옥 열대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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