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금강일보] 일본열도는 가장 북쪽에서부터 남쪽으로 홋카이도·혼슈(本州)·시코쿠(四国)·규슈 등 4개의 큰 섬으로 구성되었는데, 혼슈와 규슈 사이의 바다를 간몬해협(関門海峡)이라고 한다. 전국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 이후 혼슈의 서쪽 끝인 시모노세키(下関)와 규슈 최북단인 모지(門司)는 전국을 잇는 교통로이자 관문이었다. 간몬해협이란 두 포구의 지명에서 한 글자씩 취한 것인데, 1543년 포르투갈 상인들이 규슈에 상륙하여 통상을 시작한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후인 1889년에 개항한 규슈의 모지코항(門司港: もじこう)이 더욱 중요한 교통로가 되었다. 그 후 1942년 7월 세계 최초로 3600m에 이르는 간몬 해저터널이 개통되어 열차가 운행을 시작하고, 1958년에는 차량이 통행할 수 있는 터널도 개통되어서 교통이 훨씬 편리해졌다. 또, 1973년 11월에는 간몬해협의 바다 위에 길이 1068m의 현수교인 간몬교(関門橋)가 개통되어 규슈까지 신칸센과 열차, 버스, 자동차 등 각종 교통은 육지처럼 편리해졌다.

1963년 모지는 와카마쓰(若松), 야와타(八幡), 도바타(戶畑), 고쿠라(小倉) 지역이 합병되어 기타큐슈시로 편입되어 현재 기타큐슈는 현재 약 100만 명이 살고 있다. 그런데, 1973년 간몬교 개통 이후 모지코의 항구도시의 기능이 쇠퇴해지고 지나가는 도시로 변해버리자 기타큐슈시는 1995년부터 융성했던 모지코의 옛 모습을 되찾기 위한 모지코 레트로(門司港レトロ)를 전개했다. ‘레트로(レトロ)’란 ‘회고한다’라는 의미의 영어 ‘Retrospective’의 일본식 영어 표현으로서 ‘복고풍’이란 뜻이다. 근래 국내에서도 이 단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약간 거부 반응을 느끼게 한다.

모지코는 레트로 사업을 추진한 결과, 연간 2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관광지로 변했다. 후쿠오카현에 속하는 기타큐슈는 규슈의 최대도시 후쿠오카의 하카타역에서 산요 신칸센을 타면 고쿠라 역까지 20분이 도착할 수 있다. 기타큐슈의 중심지인 고쿠라 지역에는 옛 번청(蕃廳)이던 고쿠라성(小倉城)을 비롯하여 기타큐슈시청, 고쿠라 역 등이 있는데, 고쿠라 역에서 바닷가로 두 정거장 떨어진 모 지코 항 일대가 모지코 레토르의 현장이다.(고쿠라성에 대하여는 2022. 4. 27. 고쿠라성 참조)

모지코의 관문이던 모지코항 역사(門司港驛舍)는 1889년 독일인 기술자가 건축한 르네상스식 건물로서 당시로서는 모지코의 랜드마크였다. 2층 목조건물에 대리석 타일과 서양식 세면대, 변기, 청동제 수도꼭지 등을 설치한 역사는 1988년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되었고, 모 지코 역사 정면의 바다를 ‘해협 플라자’로 만들었다. 또, 모지코 역사의 오른쪽에는 규슈가 일본 철도의 발상지임을 강조하여 메이지 24년(1891)에 세운 건물을 규슈철도박물관으로 만들었는데, 박물관은 열차가 철로에 정차한 것 같은 모습으로서 KTX 등 고속열차에 익숙한 우리에게 폐철도를 이용한 테마공원과 비슷하지만, 이곳은 열차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열차와 관련된 온갖 물건들을 함께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의 입장료는 300엔이고, 매월 두 번째 주 수요일에 휴관한다.

모지코 역사에서 해협 플라자로 통하는 길가에 붉은벽돌건물 위에 첨탑이 우뚝 솟은 것은 간몬해협을 오가던 구 오사카 상선(旧大坂商船) 빌딩으로서 지금은 음식점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 옆에 다락방의 창문 2개가 이색적인 유럽식 건물은 아직 여객기가 발달하지 못하고 외항선이 세계를 이어주던 시대에 1921년 일본 최대 항구인 모 지코 항 옆에 세워진 옛 미쓰이구락부(舊門司三井俱樂部)다. 이곳은 이듬해인 1922년 세계적인 과학자 아인슈타인 박사 부부가 입국하여 묵은 호텔로서 지금도 정문 기둥에는 ‘미지코 미쓰이 구락부’라는 대리석 문패가 붙어있고, 1층은 음식점 영업 중이지만 2층은 아인슈타인 박사 관련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모지코항 역사 앞의 광장과 같은 ‘해협 플라자’는 바다로 통하는 유람선이 출항하는 곳이다. 이곳에는 부산 영도다리처럼 하루에 6번 다리가 열리는 블루윙 모지가 있는데, 블루윙 모지는 매일 10시, 11시, 1시, 2시, 3시, 4시에 열리는 도개교(道開橋)였지만, 지금은 선박이 아닌 관광객을 위하여 약 20분씩 열린다. 해협 플라자 주변의 바나나 모양의 마네킹은 모지코가 일본에서 최초로 바나나를 수입하여 판매한 항구였다는 것을 기념하여 세운 것이라고 한다.

해협 플라자 건너편에 우뚝 솟은 높이 103m의 모지코 빌딩은 간몬해협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인데, 이 빌딩을 ‘모지코 레트로 타워’라고 한다. 모지코 레트로 타워는 사실 주민들이 사는 아파트 꼭대기에 만든 전망대로서 아파트 주민들의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하여 아파트 엘리베이터와 별도로 관광객들이 전망대에 올라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전망대 입장료로 300엔을 받는다. 또, 전망대 앞의 붉은벽돌건물은 기타큐슈와 중국 다렌시(大連市)와 자매결연을 기념하여 다렌시에 있는 역사적 건물을 복제한 ‘국제우호 기념도서관’으로서 1층은 중국음식점 영업을 하고, 2층 이상은 다렌시의 문화와 상품을 전시·판매하고 있다.

모지코항과 시모노세키는 페리는 오전 6시 반부터 오후 9시 반까지 매시 20분 간격으로 운행하고 있는데, 운임은 편도 400엔이다. 시간은 채 10분이 걸리지 않는다. 또, 고쿠라 역에서 시모노세키역까지 20분 간격으로 열차가 운행하는데, 약 20분이 걸린다. 여행객이 JR큐슈 패스 소지자는 시모노세키역까지는 JR큐슈 관할구역이어서 추가 요금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더욱이 간몬터널의 이용을 촉진하기 위하여 렌터카는 자가용차통행료의 1/10인 150엔만 내면 되고, 걸어서 통과할 수도 있는 보행자 터널도 만들었다. 모지코 쪽에서는 매카리 신사(和布刈神社: めかり) 아래에 터널 입구가 있고, 시모노세키 쪽에서는 히노야마 공원 아래에 터널 입구가 있다. 통행료는 무료이고, 터널 길이는 약 780m로서 약 15분이면 통과할 수 있다. 그러나 보행자도로여서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건너려면 통행료 20엔을 내야 한다. 1973년 11월에 개통된 간몬교는 대형 선박의 항해에 지장이 없도록 현수교를 해면 61m 높이로 했고, 교각의 간격도 712m로 넓혀서 차량 속도를 시속 80㎞로 제한하고 있다. 간몬교 고속도로 중 모지코 나들목과 시모노세키 나들목에서 다리로 이어지는 다리 양쪽 끝에 있는 휴게소에서 바라보는 간몬해협의 모습은 아주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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