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는 삶의 문화, 일상의 풍경

#, 신사복 차림에 백 팩을 메고 거리를 걷거나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 모습을 예전에는 보기 어려웠다. 오랜 세월 암묵리에 형성된 관습은 복장 분야에서도 이런저런 코드가 이루어져 거기에 따르는 것이 관례이고 거슬리지 않는 자세라고 여겨왔던 것이다. 이런 배경 아래 각각의 세세한 요목이 불문율처럼 적용되어 나름의 조화와 균형을 유지해왔다.
매너 개념의 바탕에는 T.P.O.로 불리는 세 요소, 시간과 장소 그리고 상황에 대한 관심이 뒷받침되면서 충돌과 껄끄러움을 해소하는 완충제가 되기도 하였다. 같은 의자라 하더라도 소파에는 깊숙이 파묻히듯 앉지만 등받이가 없는 의자에서는 몸을 꼿꼿이 세워야하듯 T.P.O.를 염두에 둔 적절한 단장과 처신과 언행이 권장되었다.
이런 관행이 급속히 바뀌고 있다. 20세기 전반 문학 용어로 쓰였던 ‘낯설게 하기’라는 개념이 일상으로 확산되는듯 복장과 차림새, 말씨와 표정에 이르기까지 과거와는 사뭇 다른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 기간 2년여를 지나면서 이런 새로운 코드가 급속히 자리 잡는 중이다. 가장 보편적인 인사법의 하나인 악수 대신 주먹인사나 목례로, 대면활동을 대체하는 온라인 활동은 거리두기가 완화, 해제된다 해도 상당부분 그대로 자리 잡아 앞으로의 일상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할 태세다.
#. 매너, 특히 글로벌 매너의 여러 실천 세칙은 세계 여러 나라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토론과 합의를 거쳐 약정된 규범이 아니다. 중세 이후 사회와 문화가 세련화, 문명화 과정을 거치는 동안 점진적으로 자연스럽게 다듬어지면서 통용되는 공감의 영역이다. 여성우선, 약자 보호 그리고 합리주의 정신에 따라 모두에게 편한 보편타당성을 추구하면서 전 세계인들이 문화와 언어, 생활관습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과 충돌을 방지할 목적으로 나름 준수하는 글로벌 매너도 이제 코로나라는 미증유의 재앙을 거치면서 급속도로 변화하지 않을까 싶다. 그 과정에서 젊은 세대의 문화와 가치관이 크게 반영되면서 개인주의 성향이 강화되고 실용성과 편익추구라는 시대정신이 점차 확산될 듯하다.
특히 20세기에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은 후 통용되는 현대 글로벌 매너의 여러 준칙이 팬데믹을 지나면서 새롭고 급격한 변화를 몰고 오지 않을까. 가령 신사복 숙녀복 정장 차림에는 옷 색깔에 어울리는 구두를 신는다는 고전적인 복장매너 지침은 이제 크게 퇴색되어 간다. 움직이기 편하고 관리가 용이한 동시에 남의 이목에 구애받지 않는 실용적인 복장 코드가 정착될 전망이다.
#, 전철 좌석 한 줄에 앉거나 서있는 승객 남녀노소 모두의 신발이 운동화였다. <그림> 대학이나 고등학교를 지나는 노선도 아니었고 등, 하교 시간이 아니었지만 남녀노소 너나없이 발이 편한 운동화를 선호하는 이즈음 트렌드를 보여준다. 이제 코로나 이후에 이루어질 새로운 삶의 문화, 과거의 관념이나 인식과는 달라진 일상의 풍경이 더 빠르게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을 해본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