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철도연구원장
미래철도연구원장

대통령선거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6·1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 왔다. 이번 선거는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의 수장과 행정을 감시하는 지방의원, 그리고 교육감을 뽑는 선거로 며칠 전에 각 정당에서 최종후보를 확정하고 이제 본격적인 선거유세에 돌입하게 된다.

사실 최종후보가 정해지기 전 여야 각 당에서 경선과정에서 여러 가지 잡음이 있었던 것도 우리 같은 민초들이 보기에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다. 예컨대 예비후보로 나선 젊은 정치인이 대거 탈락함으로써 역시나 기성 정치인들의 기득권을 헤쳐 나가기 어렵다는 한국정치의 현실을 재차 확인한 것과 광역단체장 경선에서 탈락한 인사가 다시 기초단체장에 공천을 받은 사례 등이다.

물론 한국정치에서 현직에 있는 인물이 기득권을 지키기에 매우 유리한 것은 사실이고 이것이 정치판의 또 다른 관습이자 병폐일 수 있지만 이것도 우리 앞의 엄연한 현실임에 어쩌랴 싶으면서도 역시나 혁신의 길은 멀고도 험한 길이라는 데 자괴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교육감 선거도 그렇다. 교육계에 있는 분들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은 시장이나 구청장 선거에 대한 관심보다 교육감에 대한 선거에는 관심이 덜하다. 심지어 누가 출마했는지, 공약은 무엇인지조차 모른다. 교육은 백년대계고 우리 자녀들의 교육이 매우 중요한 것은 다들 인식하고 있지만 교육감 선거에는 도통 관심들이 없다. 이게 우리나라 교육계의 현실이다.

필자가 우리나라에서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가 ‘교육의 정치화’와 함께 나타나고 있는 ‘시민들의 무관심’ 현상이다. 그리고 몇 년 전에 필자는 대전시 중고등학교의 교직원을 대상으로 청렴특강을 하러 다닌 적이 있는데 강의내용에 인용한 것이 다산 정양용의 저서 ‘목민심서(牧民心書)’이다. 목민심서는 글자 그대로 고을수령들이 지침으로 삼아야 하는 덕목들을 꼼꼼하게 서술해 놓은 책인데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우리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고 있다.

여기에서 다산은 한 고을의 수령이 된 자가 어찌 행동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목민관이 꼭 지켜야 할 두 가지 원칙으로 ‘법과 민생’을 제시하면서 “수령은 백성의 마음을 이해하고 불의가 생기지 않도록 살펴야 하며 관리들이 백성을 괴롭히는 일이 없도록 항상 법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수령이 낭비를 일삼게 되면 재정이 피폐해지고 재정이 부족하면 더 많은 세금을 거두려하기 때문이다”라고 세정(稅政, 세금을 걷는 일)을 가혹하게 하지 말 것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 정부의 종부세 등이 생각나는 가르침이다.

뒤에 가서는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은 외부로부터 침략을 당해서가 아니라 관리의 부정과 부패에서 비롯되는 민심의 이반이다”라면서 항상 백성을 섬기고 마음까지 살피라고 말하고 있다. 이밖에도 목민심서에는 단 한글자도 버릴 수 없으리만큼 수많은 가르침이 금과옥조처럼 쓰여 있다.

그는 후세에 실학자라고 평가받고 있지만 필자의 생각에는 철학자이면서도 사회학자이자 경제학자이지 싶다. 왜냐하면 그는 목민심서뿐만 아니라 경세유표, 흠흠신서, 여유당전서 등 철학, 법률, 문학, 과학, 지리, 역사는 물론 군사문제에 까지 약 500여 권의 저술을 남겼다.

우리 충청지역 역대 목민관들을 돌이켜보면 이렇게 진심을 다해 백성들을 위해 정직하게 일하는 인물이 있었나 생각해 보지만 아마도 몇 사람 떠올리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만큼은 백성을 섬기는 목민관을 뽑아야 한다. 하지만 백성들은 선량한데 좋은 리더를 뽑기는 정말 어렵다. 아니 어찌 보면 좋은 리더가 보이지 않는다고 하는 편이 더 맞을 것 같다. 어느 당에서는 이번에 지방선거 출마자를 대상으로 시험을 보았다고 하던데 차제에 목민심서로 시험을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우리 손으로 뽑은 그들이 앞으로 임기 4년 동안 ‘잘하는지 그리고 제대로 하는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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