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파크, 놀이동산의 새로운 기능

강원도 춘천시 중도동에 5월 문을 연 레고랜드는 우리나라 최초의 글로벌 테마파크라는 이름으로 홍보하고 있다. 건립 과정에서 선사시대 유물이 대거 출토되면서 논란이 불거졌고 유적공원, 박물관 등을 만들기로 하고 공사를 계속해왔다. 그동안 조성된 전국 각지 테마파크나 놀이동산은 일종의 ‘토종’이어서 테마파크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디즈니랜드와 차별성을 두고 있다. 디즈니랜드는 미국을 비롯하여 유럽, 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유사한 모델에 프랜차이즈 형식으로 많은 놀이공간이 운영되고 있다. 약간의 편차는 있지만 디즈니랜드 주제는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서사 구조를 중심으로 대체로 미국우월주의, 권선징악과 가족주의 같은 개념에 의존하고 있다. 1955년 개장한 디즈니랜드가 이른바 테마파크의 원형, 롤 모델로 제시한 기본틀은 이후 세계 각국에서 유사하게 응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동안 여러 차례 디즈니랜드 조성이 거론되었지만 아직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레고랜드 개장을 계기로 그간 답보상태였던 외국 테마파크의 국내 개장이 가속화 될지는 모르겠지만 세계 50대 테마파크에 우리나라도 몇 곳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국내 대규모 테마파크는 대부분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고 1인당 매출액이 일본의 1/4 수준이고 상대적인 콘텐츠 빈약과 재투자 제약 등으로 일견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다. 더구나 2년 여에 걸친 코로나 위기로 대표적인 3밀(密)지대인 테마파크는 직격탄을 맞아 어려움이 가중되어 왔다.
1909년 일제가 창경궁을 창경원으로 격하시켜 유원지로 만든 이후 벚꽃놀이 이벤트장소로 쓰이면서 놀이공원의 효시가 되었고 1973년 서울 어린이 대공원 놀이동산 개장, 1976년 지금의 에버랜드인 용인자연농원이 과수단지, 동식물원, 사파리와 놀이시설을 갖추고 개장한 것이 테마파크 개념의 최초 구현이었다. 그후 과천 서울랜드를 비롯하여 전국 여러 곳에서 놀이공원이 운영되었지만 상위 3곳을 제외하고는 규모나 운영 실적면에서 아직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세계적인 수준의 대규모 테마파크 개장, 운영이 가져오는 부가가치도 크겠지만 앞으로 테마파크나 놀이동산의 지향목표는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제는 디즈니랜드 답습을 지양하고 민족문화와 지역문화, 역사, 정서에 부합하는 테마에 관심을 가질 때인 듯싶다. 경제력과 활동능력이 왕성한 노령인구의 급증, 여성의 구매력 증가 등으로 종전 고정관념과 취향, 선호도의 변화가 가속화되는 이즈음이다. 테마파크 출현 이후 주 고객층으로 인식되었던 어린이의 비중이 출산저하 등 사회적 요인으로 감소하면서 성인 특히 고령층과 젊은 커플과 여성층 고객 비중이 커져 테마파크 운영의 새로운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테마파크나 놀이동산이 현실로부터의 일탈, 스트레스 해소, 환상충족은 물론 의외의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이라면 누가 무엇으로부터 어떤 탈출을 원하는지 분명한 개념설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감성문화 트렌드에 부합하는 환경과 시설을 마련하고 즐거운 일탈, 상상의 시간여행의 기회를 제공하는 테마파크의 새로운 역할이 필요하다. 이런 위락공간에는 ‘거울과 시계’를 가급적 보이지 않게하여 환상의 세계에 오래 머물도록 유도하는 나름의 불문율이 있다고 한다. 테마파크의 원조, 디즈니랜드의 상징이었던 귀여운 쥐들을 앞세운 감성마케팅이 21세기에도 통용될지는 분명치 않아 보인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