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간 의기투합 필요한 메가시티
정서적 공감대 확보가 최우선 과제
공통된 백제문화권 보유한 충청도
백제 역사 속 충청의 얼 끌어내야

▲ 한국관광공사 제공

하나의 집단과 공동체가 형성되는 원동력은 언제나 유대감에서 비롯됐다. 강한 힘을 지니고 있더라도 유대감의 부재는 옛 진(秦)나라처럼 공동체의 와해로 귀결된다.

그래서 한반도의 조상들도 고대국의 후예를 자처하면서 옛 문화와 전통을 물려받아 하나의 뿌리를 강조했고 이는 곧 한민족(韓民族)으로 성장했다. 일제 또한 한민족의 얼을 뿌리째 뽑기 위해 문화 말살에 심혈을 기울였을 정도로 민족의 유대감은 동서를 막론하고 남다른 중요성을 보인다.

메가시티로 하나의 단일 생활권 구축을 도모하는 충청권 역시 예외가 아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충청권 또한 서로 다른 역사를 기억하게 된다면 충청권이 일궈낼 메가시티의 미래도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충청권이 합심해 충청만의 얼을 하나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감 능력 없는 메가시티는 실패작
메가시티는 도시를 중심으로 하는 인구 1000만 명 규모의 대도시권을 일컫지만 이는 포괄적인 의미일 뿐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지역 간의 수많은 일치와 화합을 이뤄내야 한다. 이제껏 서로 다른 지역에서 살아온 자치단체가 하나로 뭉쳐 공동의 사업을 추진하며 의기투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충청권 자치단체는 지방은행과 특별지자체 설립 등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남다른 합치와 연대를 보이며 메가시티의 실현을 위한 금자탑도 정상을 향해가고 있다. 그러나 충청권이 여러 사업을 함께 꾸려 원맨팀으로 성장하는 게 성공적인 메가시티라고 말할 순 없다.

메가시티의 조건을 충족하려면 광역교통망과 유기적인 경제 구조 등을 필요로 하지만 문화적인 부분에서도 충청권이 혼연일체를 이뤄야 한다. 일각선 충청권의 역사·문화적 동질감을 실현시키는 것보다 충청권의 공동 현안 사업을 가동하는 것을 우선순위라고 생각하지만 크나큰 오산이다.

서로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공감대 없이 단일화된 행정구역은 주춧돌 빠진 기둥일 수밖에 없다. 이미 메가시티의 선두 주자인 부·울·경도 삼국시대 이후 동일한 행정구역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과 임진왜란과 한국전쟁에서 격전지를 함께 지켜낸 호국공동체, 부마민주항쟁 등 민주화 운동의 시발점이라는 역사·문화적 동질성을 강조하며 메가시티의 당위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수천억, 수조 원의 사업비로도 사람의 마음을 휘어잡을 수 없는 만큼 어쩌면 충청권 메가시티의 성공과 패배의 갈림길이 충청도민의 역사·문화적 소신에 따라 당락을 결정지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찬현 대전민족예술단체총연합 이사장은 “정신적인 연대는 물리적인 공간에서의 공존과 대화 및 타협 등에서 상당히 가치 있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현재까진 지역 간의 공동체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한 특출난 요인이 부재한 상황이다. 충청권도 타협과 공조를 꾀한다면 역사나 문화, 지리 등으로 서로의 유대감을 키우고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방법론을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메가시티 성공 열쇠 백제문화
충청의 역사·문화적 동질을 꾀하려면 충청도에서 벌어진 옛일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충청도의 역사를 살펴본다면 사실 백제가 충청의 역사적 근본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이들은 없다. 충청 전역이 백제의 치하에서 공존한 기간은 얼마 되지 않지만 백제의 수도 3곳 중 2곳이 모두 충청에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은 충청의 뿌리가 백제에서 솟아났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러나 충청권 중 비교적 백제와 인연이 덜한 충북도는 고구려사(高句麗史)에도 관심을 보이며 나머지 3개 시·도와는 다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물론 충북에 다양한 고대국이 자취를 남겼던 만큼 여러 과거사를 총망라해 콘텐츠화하는 건 자치단체 입장에서 불가피한 일이다.

다만 충청권 자치단체가 합심해 메가시티 구축에 나서고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메가시티의 기반을 닦기 위해선 충청의 얼을 통일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고 이는 곧 충청도민이 하나의 역사에서 비롯됐다는 유대감을 느낄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충청권 자치단체의 역사적 뿌리를 백제에 내려 지역민의 일심동체를 이뤄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충청권이 백제의 기상을 이어받는 게 단순히 유대감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충청권의 역사성이 일치할 때 현재 충청권에서 이뤄지고 있는 백제 관련 콘텐츠는 향후 메가시티와 맞물려 더욱 방대한 내용을 자랑하게 될 예정이다.

대전세종연구원의 충청권 광역생활경제권 전략수립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충청권의 문화관광자원, 그중에서도 백제 문화권의 풍부한 태생적 인프라를 활용한다면 충청권 메가시티의 문화적 동질성과 우수성을 동시에 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세계문화유산인 충남 부여와 공주의 백제역사유적지구와 함께 백제 때 축조된 충북 충주 장미산성과 남산성, 청주 상당산성 등을 활용해야 한다는 게 대세연의 설명이다.

한상헌 대전세종연구원 지역학연구센터장은 “지역의 미래 발전을 위해선 그 지역의 정체성에 기반해야 원활한 소통과 협력을 이룰 수 있다. 메가시티의 논의 과정에서도 충청의 역사나 문화, 특성, 지리 등을 기반한 지역학적 탐구가 요구되나 현재까지 이에 대한 관심은 미비하다. 특히 충청에 대한 정체성과 정서적인 부분이 개발된다면 이는 곧 관광을 비롯한 각종 산업과도 연계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신익규 기자 sig260@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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