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계족산 황톳길

흔히 쓰는 단어들이 결합되어 또 다른 표현이 만들어지면 종전의 뜻을 강화하기도 하고 새로운 개념을 이끌어 내는 경우도 있다.

가령 환경을 의미하는 에코(eco)와 특히 정신적인 치유의 뜻인 힐링(healing)이 결합된 ‘에코힐링’이라는 표현이 그러하다.

이 어휘는 ㈜맥키스컴퍼니 조웅래 회장이 상표권을 등록하여 사용하고 있는데 2006년 대전 계족산 황톳길을 조성한 이후 지금까지 황톳길의 이미지와 함께 ‘보통명사의 고유명사화’라는 흔치 않은 사례가 되었다.

계족산은 대전광역시 대덕구와 동구에 위치한 해발 423.6m의 그리 높지 않은 산으로 산중턱 순환임도가 닭의 발을 닮은 모습이라 하여 계족산(鷄足山)으로 불린다.

이 산은 대전 주변 장태산, 식장산, 만인산 그리고 보문산 등과 함께 그만그만한 도시주변 산의 하나였는데 황톳길<사진>이 조성되면서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었고 가볼만한 관광지로 선정되는 등 자연환경 속에서 심신의 고단함을 이완시키는 명소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2006년 9월 조웅래 회장은 계족산 임도 14.5km에 전국에서 질 좋다고 이름난 황토 2만여 톤을 깔아 맨발로 걷거나 뛸 수 있는 황톳길을 조성하였다.

이후 장마철에 유실되는 황토 보수, 환경정화 사업 등으로 매년 2000여 톤의 황토를 보충, 관리하고 있다.

연간 약 100만 명이 찾고 한국관광 100선에 4회 연속 선정되는 등 신흥관광지로서 입지를 확보하였으며 단순한 산책길 조성 차원을 넘어 지역사회에 사회적, 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등 황톳길이라는 하드웨어에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접목하여 포괄적인 문화콘텐츠로 입지를 굳혔다.

숲속 황톳길을 맨발로 걷거나 달릴 수 있는 ‘계족산 맨발 축제’는 2007년 이후 친환경 건강이벤트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데 하루 3만 보 이상을 맨발로 걷는다는 아프리카 마사이족 이름에서 차용한 마사이 마라톤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숲속을 걸으며 맑은 공기를 마시는 단순한 활동에 문화이벤트를 추가한 아이디어는 주목할 만하다. 봄부터 가을까지 주말 정기공연은 피아노를 숲속으로 가져와 클래식의 대중화를 시도하는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접목하였다.

소프라노 테너 바리톤 그리고 피아노 등 8명의 단원이 클래식, 뮤지컬, 개그 등 장르를 넘어서는 공연을 펼친다.

맨발로 황토를 걷는 활동은 마사지와 동시에 삼림욕의 효과가 있어 우울증과 불면증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황토색깔은 시각적 안정감을 느끼게 해준다는데 여러 감각을 동시에 자극하여 종합적으로 구동시키는 이른바 멀티 테라피 효과에 이른다고 한다. 자연의 소중함과 건강한 환경의 가치를 몸으로 느끼고 일상에 지친 심신을 이완, 활력을 회복함으로써 사회적 비용도 절감된다.

이러한 이론적 논거를 떠나서라도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 나뭇잎 스치는 소리와 바람소리를 듣는 ‘청각’, 풀냄새 꽃향기 그리고 신선한 황토냄새를 포착하는 ‘후각’, 맨발로 황톳길을 걸으며 차갑고 매끄러운 흙의 촉감이 발바닥에서 온몸으로 올라와 퍼지는 ‘촉각’ 그리고 거기에 더하여 각자 준비해온 간단한 식음료를 먹고 마시면서 ‘미각’을 추가한다면 한 공간에서 동시에 오감을 모두 충족하는 드문 경험을 할 수 있을 듯싶다.

그리하여 점차 무디어지는 감각, 자극에 둔감해지고 반응이 더딘 우리의 감각체계를 신선하게 쇄신하고 끌어 올려주는 ‘공감각’의 세계에 이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