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2월 28일은 각급학교 2022학년도가 끝나는 날이다. 어린이집부터 대학원에 이르는 전 교육기관이 일제히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편성으로 2023학년도를 시작한다. 고등학생까지는 이미 새 학급을 배정받고 등교날을 기다리는데 대학에서는 많은 대학들이 아직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충원에 열중하고 있다. 많게는 수백명부터 10명 미만에 이르기까지 바로 오늘까지 최종등록을 마감한다. A 대학 B 학과 충원모집에 한명이 등록한다고 하면 그 학생이 등록을 포기하고 환불받는 C 대학 D 학과에서는 꼼짝없이 그 인원만큼 결원이 생겨 또다시 추가등록을 받아야 한다. 연쇄 이동의 파장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해마다 증가하는 미충원 숫자는 우리나라 대학의 현실과 미래를 보여준다. 이제 내일이면 이런저런 그간의 곡절을 잊고 새내기 대학생이 될 것이다. 모두의 멋진 출발을 응원한다.

#. 3월 2일 새 학기가 시작하는 날은 아직 추운 때여서 어린 학생들에게는 다소 어설픈 면이 있다. 196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4월 1일이 새 학기 시작이어서 따뜻해진 날씨에 훨씬 편안하게 첫 등교가 가능했는데 3월로 바뀐 제도가 60여 년 지속되고 있다. 국가나 기업, 기관 단체 등은 모두 1월 1일이 회계년도 시작이지만 교육 기관만 예외를 둔 것은 교육의 특성을 감안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보다 본질적으로 합리적인 일정조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과거 몇 번 거론되었다가 물밑으로 들어간 9월 새 학기 변경의 필요성을 제안한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칼럼을 썼고 관련 세미나와 모임에서 9월 새 학기의 타당성과 장점을 개진했던 기억이 난다.

9월에 시작하면 중요한 절차인 수능시험을 5월 따뜻한 계절에 치를 수 있다. 지금처럼 11월 중순, 해마다 그맘 때 몰아치는 한파로 몸과 마음이 얼어붙어 수험생들이 움츠러드는 관행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9월에 1학기를 시작하여 이듬해 6월에 학년도를 마치게 되는데 방학 기간에 다소 변동이 있을지 모르지만 각급 학교 냉난방시설이 크게 개선되어 학업 진행에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이제는 합리적인 학사일정 변경을 포함한 해묵은 교육현안을 전향적으로 추진할 때가 아닌가 싶다. 학기제를 변경하려면 이에 수반되는 현실적인 수행과제가 어마어마하다. 사회적인 공감대를 먼저 형성해야 하고 구체적인 실행 절차에서는 과감하면서도 신속하게 추진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 산적한 교육문제 가운데 수월한 의제가 어디 있을까. 역대 정권 모두 손대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사이 해결의 실마리는 숨어버리고 문제점만 누적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 학교, 학사운영, 교육현실 등에 대한 나름의 관심과 궁리로부터 오늘 2월 28일로 한걸음 뒤로 물러나야 할 듯싶다. 대학 정년퇴임 후 해오던 강의의 2022학년도 2학기 학사 일정이 오늘로 끝난다. 작년 12월초에 종강을 했지만 학사일정상 강의위촉은 2월 28일까지이므로 40년 강의의 공식적인 마감일이다.

대학에 부임할 즈음, 뻑뻑한 수동타자기에 등사원지를 끼워 시험 문제지를 만들었고 전동타자기를 사용하다가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교육환경에 일대 혁신을 가져왔던 기억이 생생하다. 컴퓨터를 경험하지 못하고 졸업한 대학생들, 중고생 시절 또는 성인이 되어 컴퓨터 문화를 접한 대학생들과 그 뒤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환경에 노출된 2000학번 이후 젊은이들 모두와 함께했던 지난 40년 강단생활을 돌이켜 본다. 상전벽해, 달라진 교육환경과 사회여건 무엇보다도 대학생들의 감성과 인식, 가치관의 급격한 변화를 생생히 체험하며 지켜본 격동의 우리나라의 교육 일선현장에서 이제 한걸음 물러나며 여러 감회에 젖는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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