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마음 담은 선물 주는 情, 받는 기쁨이 넝쿨째

추석날 아침에

황금찬

고향의 인정이
밤나무의 추억처럼
익어갑니다

어머님은
송편을 빚고
가을을 그릇에 담아
이웃과 동네에
꽃잎으로 돌리셨지

대추보다 붉은
감나무 잎이
어머니의
추억처럼
허공에
지고 있다

‘정성으로 빚은 송편에 사랑과 행복을 담자. 휘영청 밝은 보름달에 대한민국의 안녕을 빌어보자.’

기록적인 폭염에 가뭄과 폭우, 런던올림픽의 환희로 기억되는 2012년 여름도 이젠 추억의 한 페이지로 넘어가고, 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기상 이변이 잦아 농어민들은 큰 시름에 잠겼고, 물가 급등과 경기 침체 장기화로 서민들의 한숨도 깊어졌다. 더욱이 아동성폭력을 비롯한 각종 강력 범죄가 연이어 터지며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어수선한 세월에도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따뜻한 정(情)을 나누는 명절은 어김없이 찾아와 강퍅해진 우리의 마음을 분홍빛으로 곱게 물들이며 어머니의 넉넉한 품과 같은 아련한 향수에 젖게 한다.

중추절(仲秋節), 가배(嘉俳), 한가위 등으로 불리는 추석에는 모든 근심과 걱정을 덜고 그간 잊고 지냈던 부모, 형제자매, 고향 친구들과 만나 지친 우리네 삶을 짓누르는 짐을 잠시 내려놓자. 쉼 없이 달려온 일상에 쉼표를 찍자. 차갑게 꼭꼭 걸어 잠근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사람 냄새 풀풀 나는 세상 속에서 회포를 풀자.

8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는 이번 추석의 빼놓을 수 없는 화두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 혜안(慧眼)을 가진 지도자가 누가인지 곰곰이 생각해보고, 오는 12월 19일 소중한 주권을 행사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도 풍성한 수확에 감사하고, 희망찬 내일을 그려보는 한가위의 의미와 부합하는 일이리라.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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