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성 전 둔산여고 교장
금년 봄 날씨는 작년하고 또 다른 양상인 것 같다. 아침 날씨는 영하에서 맴돌면서 낮 온도는 20도까지 오르곤 한다. 해마다 날씨의 변화는 불규칙해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금년의 벚꽃 개화 시기도 전년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년도까지만 해도 아파트와 갑천변에 벚꽃이 피면 신탄진은 이틀이나 삼일 후에, 계족산은 그로부터 3~4일 후에, 그리고 동학사가 마지막에 벚꽃을 피웠다. 그래서 열심히 산을 다니는 사람은 일주일에서 열흘 가까이 벚꽃을 즐길 수 있었다.
금년에는 위치에 대한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동시에 모두 피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제는 여유를 두고 벚꽃을 즐길 수는 없겠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나무들이 시차를 두고 꽃이 피는 것이 참 좋아 보였다. 서로 다름을 보여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서로의 비슷한 감정과 감성을 갖게 되는 사람들끼리 서로 친구가 된다. 나도 많지는 않지만 약간의 친구와 선후배들과 교류하고 지낸다. 함께 차 또는 약주 한 잔 하면서 허심탄회하게 노변정담을 나누는 것이 일반사였다. 이전에는 의견이 서로 다를 때, “너는 그렇게 생각해,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하고 다른 대화로 넘어가고 서로의 감정을 상할 일도 없었다. 그런데 4∼5년 전부터는 친구들과 대화할 때 조금은 긴장을 하면서 대화를 나눈다. 특히, 이념에 관계된 문제가 나올 때면 서로의 눈치를 본다. 왜냐하면 대화 중에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많은 일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친구들 사이가 소원해지기도 하고, 최악의 경우에는 절연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에서 “내가 하면 정의, 다른 사람이 한 것은 불의”라고 하는 내로남불이 우리 국민들에게 너무 많은 영향을 준 것 같다.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학습이 이루어진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사람들이 대화를 나눌 때, 나와 다른 의견을 갖은 사람을 만나면 “내가 하는 것은 진실이고, 네가 알고 있는 것은 가짜 뉴스야”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의견이 다를 때에 다름을 말하고 있는 사람의 생각을,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우리는 해야만 한다. 그런데 지금은 그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것 같다. 나의 주장 이외에는 어느 것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 같다.
더 심각한 것은 상대편의 의견을 평가절하 및 폄하하고 비난하는 것을 서슴지 않는 모습이다. 때에 따라서는 인간성이 사라진 사람들을 보고 있는 것 같다. 보다 더한 최악은 사용하는 언어가 비열하고 저주하는 천박한 언어들로 의도적으로 구사하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가 퇴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정치지도자라는 사람이 그런 모습을 보일 때, 우리는 선진국이 되기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경제적으로 아무리 성장해도 정치지도자들이 도덕적으로 인간의 기본을 갖추지 못할 때에는 선진국이 아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함께 인정하면서 출발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여러 가지 이유 중에서 최고의 가치는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규범을 서로 존중하고 지키는 것이다. 즉, 인간애(人間愛)와 도덕성(道德性)이다. 규범적 가치의 최고의 판단을 하는 곳이 법원이다. 법원에서 판결이 났음에도 불복하고 자기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을 볼 때, 우리의 청소년들은 무슨 생각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만 한다. 만약 우리 젊은이들이 남의 의견을 무시하고 자신의 의견만 고집해서 많은 문제가 야기될 때, 기성세대들은 그들에게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해야 할 일은 인간성 회복을 위해서 함께 노력해야 할 때이다. 출발점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존중할 때 시작된다. 지금 우리에게 이런 자정능력을 할 수 있는 곳은 언론이라고 생각한다. 언론계가 먼 미래를 보고 인간성 회복을 위한 꾸준한 노력, 서로 다름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