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호 한국교통안전공단 대전세종충남본부 처장

도로에서 스턴트 혹은 곡예 운전을 하는 이륜차 운전자의 상당수는 배달업에 종사하는 청소년입니다. 곡예운전은 자동차 운전면허를 취득하기 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륜차 면허를 취득한 청소년들이 자동차 운전의 위험상황에 대한 경험 부재로 방어운전 능력이 매우 취약한 상태를 인지하지 못하고 이륜차 운전 실력을 뽐내고 싶은 욕구로 기계의 통제능력을 과대평가하거나 부상위험성을 과소평가하는 행동경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주행경험이 쌓일수록 사고예지능력이 향상되지만 청소년은 충분한 운전경험의 시간을 갖고 있지 않기에 위험행동에 대한 자각이 어렵습니다.
위험천만한 곡예운전을 행하는 청소년의 객기는 무엇을 지향하는 것일까요? 성장기의 청소년은 호르몬의 분포와 양이 상황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충동을 억제하거나 통제가 용이하지 않습니다. 위험행동에 대한 오판 확률은 부상의 대가를 가볍게 생각하거나 또래의 행동을 모방하고 재미를 추구하는(sensation seeking) 정도에 의해 결정됩니다.
특정한 사물에 오래 집중하지 못하거나 여러 사물에 주의력 분산처리가 미숙한 것도 위험행동의 원인입니다. 이륜차 운전이 몸에 배지 않은 상태에서 정신에너지의 과부하가 발생하면 위험요인에 대한 주의력이 약화될 수 있습니다.
곡예는 운전경험의 부족, 발달심리학적 특성의 결합 내지는 변이의 결과입니다. 물론 또래집단의 규범이 세속의 규범(도로교통법)보다 중시된다면 법규위반 행동의 확률이 높아질 것입니다. 혹은 마초문화가 강한 또래집단이나 사회경제적 소외집단에 속한 청소년은 반사회적 행동경향성을 보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음주까지 가미된다면 곡예운전의 발현가능성은 높아질 것입니다.
따라서 곡예를 감행하는 청소년의 행동은 단순히 주행경험의 부족이나 전두엽의 결핍만으로 치부하지 않고 생활환경적, 발달심리학적(신경생리학적), 사회경제적, 심리사회적 요인의 복합적인 작용에 의해 발현된 현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도로교통법 48조는 이륜차 조향제동장치의 부적절한 조작에 대해, 동법 18조는 다른 차마의 정상적인 통행을 방해하는 위험행위에 대해 각각 처벌조항을 두고 있지만 현장에서 적시에 적발하여 처벌하는 것은 결코 용이하지 않을뿐더러 교통경찰관의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습니다. 곡예운전(예. 지그재그, 급가속, 급회전 등)은 굉음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배기소음 95 데시벨 초과 이륜차는 이동소음원으로 지자체에서 이동소음규제지역 운행 장소와 시간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이륜차 굉음, 집단신호위반, 통행방해 등 민원 다발지역을 지정하여 자치구 소음단속, 경찰 순찰단속, 음주단속 등 단속을 다변화 및 정례화하여 공권력의 노출빈도를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륜차 단속에 대한 심리적 적발확률이 높을수록 위험행동 억제효과가 커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단속이 능사는 아니며, 사회문화적 대책의 복합적 접근이 요구됩니다. 청소년은 사회경제적 경계영역에 위치한 소외계층이고 사회의 인정을 받고 싶은 욕망이 강한 사람들입니다. 청소년이 에너지를 분출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Fun 문화 인프라의 품질과 접근 수준을 높이는 데에 섬세한 설계와 투자를 요청합니다.
곡예운전을 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퍼포먼스로 이해하고 접근하는 따뜻한 시선이 필요한 때입니다. 물론 곡예운전을 시민사회가 결코 멋진 행위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시그널을 표출하는 한편, 시민사회로부터 존중 받는 이륜차 운전문화를 배달라이더 커뮤니티가 자발적으로 형성하도록 적극 지원하여야 합니다. 곡예운전을 하는 청소년들은 언젠가는 건강한 사회인으로, 양육을 책임지는 가장이 될 사람들이기에 심신의 건강을 보살피는 것은 어른들의 몫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