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장예술의 어제와 오늘, 분장가 박팔영

대학로에서 바쁜 연극인 중의 하나인 박팔영 분장가. 분장 이외에도 연극-TV-영화 배우, 극작가, 연출가 그리고 한국화가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정통 침술교육을 오래전 이수한 침술사이기도 하다. TV 탤런트로 모습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분장사이기도 하다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는 분주한 일정 가운데서도 틈만 나면 충남 금산군 부리면 고향집에서 작품 구상과 명상에 몰두한다. 아울러 2021년 창단한 극단 비단골에서 금산 주민들로 구성된 출연진들과 함께 연극 공연 연습에 바쁘다. 인구가 감소하고 노년층 위주로 형성되는 지역사회에서 주민들을 독려하여 연극 무대에 서도록 권유하는 과정은 여간 어렵지 않다. 아무런 경제적 이익도 없는 지역봉사활동에 적극적인 박팔영 분장가로부터 아직 일반에게 생소한 무대 분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 모두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종의 분장을 하고 사회생활을 하는 처지이고, 매 순간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일상 활동이 크게 보면 무대에서의 배우와 같지 않을까.
▲분장계에 입문하게 된 동기는. 그리고 지금까지 무대분장을 한 총 연인원은 얼마쯤 되는지.
1979년 배우로 연극을 시작했고 분장은 꿈도 꾸지 않았다. 분장 1세대 전예출 선생의 분장술을 보고 첫 눈에 반해 동료 배우들의 분장을 해주기 시작했다. 의외로 인정받기 시작했으나 연기에 충실하려고 분장은 되도록 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분장인력들이 방송이나 영화 기타 일로 공백 상태여서 뜻대로 되지 않았다. 1990년 연극사상 최초로 분장상을 수상하게 되었고 할리우드 분장학교에서 수학하고 돌아와 전문분장일을 하게 되었다. 40년 이상 했으니 한 해 평균 30여 작품, 총 1000여 작품 연인원 1만 명 이상은 되지 않을까 싶다.
▲분장의 기본절차를 간략하게 설명한다면. 얼굴 윤곽이나 특징에 따라 난이도가 다를텐데.
대극장에서 출연자가 많은 작품을 주로 한다. 극장 규모에 따라 분장의 강약을 결정하는데 배우가 나무라면 작품의 숲을 보고 그룹을 나누곤 한다. 분위기와 색감 그리고 연극의 장르를 규정짓는다. 배우 얼굴에 의상과 조화를 맞춰 디테일한 분장 작업이 이루어진다. 무엇보다도 배우와의 조율과 소통이 중요하다.
모든 분장은 쉽지 않다. 특히 사극의 수염이나 고전머리, 현대극과 뮤지컬도 작품에 따라 밝고 어두운 색감을 구분해서 적용하며 머리 모양까지 책임져야 한다. 배우들은 주로 이미지 캐스팅이 되지만 더러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신 작업을 하며 인물의 성격을 외형적으로 창조하는 작업은 어렵지만 보람 있다.
▲자신이 분장한 배우가 무대에서 연기를 펼치는 모습을 보는 감회는 어떠한가.
대부분 흐뭇하고 성취감을 느끼지만 때로는 불만도 있다. 배우가 분장에 적응을 못하고 있기 때문인데 결국 실패한 연기가 된다. 이 경우 분장 담당자 역시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 분장술은 배우와 함께하는 예술 행위이며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그간 우리 분장 문화의 흐름을 어떻게 요약할 수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은.
과거 원시적인 재료와 초보 분장술에서 괄목할 발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분장 재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안타깝다. K-Pop을 비롯하여 한국 드라마, 영화 등 한류 붐에는 우리의 세련된 분장술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젓가락을 사용하는 우리 민족의 손재간은 뛰어나다. 앞으로 연극과 영화를 비롯한 무대예술 각 분야별 전문분장과 특수 분장 등 발전 가능성은 무한하다. 세계적인 분장가가 우리나라에서 나올 날을 기다린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