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프랑스 대중교통과 공공장소 등에서 빈대가 포착되었다는 보도는 해외토픽이나 일회성 가십거리로 넘길 만도 하지만 달리 보면 글로벌 시대 도시문제의 한 단면을 노정한다는 측면에서 예사로운 사안이 아닌 듯하다.
관광대국, 문화국가, 예술의 본류임을 자부하는 나라에서 발생한 이런 면구스러운 상황을 보고 반응은 대체로 두어 가지로 나뉜다. 기대를 품고 프랑스, 파리를 방문했던 사람들이 막상 현지에서 느낀 의외의 당혹감, 거리에 널브러진 쓰레기와 담배꽁초며 특히 지하철 역 구내 악취와 불결함, 야릇한 거리 벽면 그림, 그래피티라 불리는 희한한 낙서 같은 풍경은 도착 전 머릿속에 품었던 이미지와 기대감에서 벗어나게 한다. 매스컴이나 SNS 등을 통하여 이런저런 현실을 미리 알고 갔을 테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괴리감은 상당했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아름답고 추한 정경이 함께 융합되어 프랑스라는 독특한 이미지를 만든다면서 어느 도시가 그림처럼 아름답고 깨끗할 수만 있을 것인가 반문한다. 화려한 중심가에서 조금만 비껴나면 그 도시의 속살, 민낯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빈대 논쟁은 충격의 강도가 컸다. 다수가 이용하는 전철이나 열차, 영화관 같은 공간에서 전염력이 강한 해충의 출몰은 일파만파 확산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지리적으로 유럽 최중심부에 위치하여 동서남북 이동경로의 한복판에 놓여있다. 관광객 숫자로는 세계 최상위권으로 정착거주자가 아닌 여행객, 외지인의 비중이 매우 높고 근래 어수선한 사회분위기 특히 파업으로 인한 행정시스템 누수현상 까지 겹쳐 공중보건, 위생업무에 일정부분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저런 형편을 감안하더라도 21세기 선진국의 빈대 소동은 특히 2024 올림픽을 계기로 국가 이미지 쇄신과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프랑스 당국의 의욕에 쐐기를 박은 것은 사실이다. 당장 내년 여름 전 세계에서 몰려올 선수단과 관람객, 관광객들의 불안을 해소할 특단의 조치가 추진되어야 할 텐데 프랑스 당국의 대응은 대체로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파리 시내를 촘촘히 이어주는 지하철과 수도권 도시를 동서남북으로 연결하는 RER이라는 지역급행전철은 편리한 노선망을 자랑하지만 그동안 열차 위생문제와 화장실 미흡, 미로 같이 불합리한 역구내 이동경로, 2명씩 마주보는 좌석구조로 인한 차내 혼잡 특히 RER 야간운행시 치안확보를 비롯한 여러 과제가 남아있던 터였다. 빈대소동을 교훈삼아, 다가오는 올림픽을 계기로 대중교통기관, 공공장소 청결과 위생확보가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 오랜 역사의 대도시에 걸맞은 도시환경이 보완되기 바란다.
내년이면 개통 50주년을 맞는 우리나라 전철이 얼마나 쾌적하고 안전한가를 다시 확인해본다. 아직 서울을 비롯한 6대 도시에서만 운행되고 있고 교통약자를 위한 이동권 배려가 불충분하지만 전철 시스템의 미덕은 돋보인다.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고 미화원이 계속 차내를 왕래하며 쓰레기를 줍고 정시 운행, 첨단 안내시스템 등은 미국, 유럽, 일본 등 우리보다 훨씬 먼저 전철을 도입한 나라를 앞선다. 65세 이상 무료탑승 혜택이 전철이 운행되지 않는 지역민들에게는 해당되지 않아 불공평하다는 오랜 현안이 합리적으로 해소되기 바란다. 승객들 키에 맞추어 손잡이 높이를 다양하게 만들어 놓은 작지만 큰 배려<사진>가 우리 대중교통 시스템의 높은 수준을 말해주고 있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