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우리나라 최초의 라면.
1963년 우리나라 최초의 라면.

우리 문화가 세계로 전파되면서 글자 앞머리에 붙는 K라는 이니셜은 속속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K-푸드에서도 세분된 K-라면 열기에 힘입어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2018년 라면 수출액이 4억 달러, 약 5200억 원이었는데 5년 만에 두 배로 급증하였다. 라면 가격을 고려하면 실로 막대한 물량이 아닐 수 없다. 관세청 무역통계를 보면 올해 1∼10월 라면 수출액은 7억 8525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4.7% 늘었다고 한다. 작년 수출액 7억 6541만 달러를 10개월 만에 넘어섰다.

올해 라면수출 국가는 중국(1억 7445만달러), 미국(1억 700만 달러), 일본(4866만 달러), 네덜란드(4864만 달러), 말레이시아(3967만 달러), 필리핀(3090만 달러) 순이라고 하는데 아시아권 국가 그리고 우리 동포가 많이 사는 미국과 함께 네덜란드가 4위에 오른 것이 눈길을 끈다. 우리와 그다지 긴밀한 관계라고 하기 어려운 인구 1700만 나라에서 엄청난 양의 라면을 수입한 것은 여러 모로 주목할 만하다. 네덜란드를 수입 창구로 하여 유럽국가로 퍼져나갈 수 있고 중개무역 기지로서의 역할도 가능하겠지만 여하튼 우리 식품의 글로벌화는 반가운 일이다.

더구나 올해는 우리나라에서 인스턴트 라면이 발매된 지 꼭 60년이 되는 해여서 라면과 관련된 소식은 관심을 끈다. 1963년 아직 빈곤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시절 일본에서 기계와 기술을 도입하여 개당 10원에 판매하였던 라면은 그 후 60년간 단순히 간편식품의 한 종목이라는 차원을 넘어 우리 음식문화 나아가 대중문화에 기록될만한 족적을 남기며 질적, 양적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첫 발매 당시 10원이었던 가격은 지금도 일반 라면의 경우 1000원 미만인 점을 감안하면 다른 물가인상 폭에 비하여 대단히 착한 상품이라고 칭찬받을 만하다. 정부 당국의 인상 억제 관리품목의 하나로 물가오름세 심리에 크게 영향을 주는 관계로 강력하게 통제된 측면도 있을 것이다. 라면은 간식에서 주식으로 위상이 변화되기도 하였고 특히 다양해진 종류와 조리법에서도 60년이 지나는 사이 우리 사회의 발전, 세련화 양상을 증거 하는 사회풍속사, 문화사의 한 페이지로 기록되고 있다.

마트 라면 진열대.

이뿐만 아니라 생면 위주 라면을 선호하는 일본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라면문화사를 이끌어 가고 있다. 동남아를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도 인스턴트 라면을 생산하고 있지만 향료를 비롯한 독특한 지역 특유의 풍미와 소극적 마케팅 등으로 자국 소비 차원을 크게 넘어서지 못하는 반면 우리 라면의 세계화는 역동성 있고 긍정적이다. 냉동냉장을 비롯한 유통, 보관기술의 발전에 따라 수출대상국 국민 식성과 기호에 따라 맞춤형 제품 생산으로 특성화에 박차를 가할 만하다. 카레나 치즈, 향신료 등 수출국가 국민들이 선호하는 토핑과 스프 그리고 면발의 다양화 등 라면의 가능성은 크게 열려있다. 최근 국내 라면기업이 태국 전통음식 똠얌꿍과 결합한 현지판매용 라면을 생산한다는 소식은 고무적이다.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와 예산 낭비를 경험했던 한식의 세계 진출이 라면 붐을 계기로 재정비되어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었으면 한다. 김치, 불고기, 비빔밥 등으로 고착되었던 한식의 세계화가 라면이 가진 유연성, 가능성을 디딤돌 삼아 더 활발하게 뻗어나가기 바란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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