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코로나로 한동안 꺼려했던 악수가 다시 활발하게 이루어 지고 있다. 악수는 가장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글로벌 인사의 하나로 평등 개념의 바탕 위에 오랜 역사를 통하여 정립되어왔다. 그 기원은 대체로 두 가지로 추정되는데 먼저 중세까지만 해도 손에 무기가 없으므로 공격 의사가 없음을 확인시키는 방법으로 사용되었고 지금에 와서도 화합과 우호의 상징으로 활용된다. 또 하나는 로마인들에게 손은 믿음의 징표였으므로 악수하는 행위는 신뢰의 표시 자체였다. 대통령 취임식은 물론 법정, 청문회, 입학식 등에서 선서할 때 손을 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인들도 악수를 좋아한다. 선거철에 어느 후보는 악수를 많이 해서 손이 퉁퉁 부었다면서 지문도 없어졌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악수는 무엇보다도 만나서 반가움을 표시하는 것이다. 손을 잡으면서 일체감을 느끼고 잡은 손을 몇 번 흔드는 동작은 마음의 빗장을 풀고 상대방과 교류한다는 함의가 깃들어 있다.

여성이 남성에게, 연장자가 연소자에게, 기혼자가 미혼에게,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악수를 청한다. 악수(握手)는 글자 의미와는 달리 사실상 ‘손잡음’이라기보다 ‘눈맞춤’이 본질인데 무엇보다도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면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여기는 까닭이다. 악수의 발상지 유럽에서는 악수를 매우 다양하고 섬세한 ‘소통 매너’로 간주하며 미국의 중상류층을 대상으로 하는 매너교습에서는 악수 한 가지를 한 달 내내 반복 연습한다고 한다. 악수 하나로 반가움, 호감, 부탁, 주장 등 인간관계의 여러 의도를 상대방에게 묵시적으로 전달, 교감을 이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에게 악수는 인격체로서의 상대를 존중하는 평등 인사라기보다는 상하, 노소를 확인하는 절차로 통용되기도 하는 까닭에 대체로 눈을 바라보지 않고 상대방의 손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이런 모양새로 상대방을 마음의 관심권 밖에 두고 건성으로 건네는 형식적인 인사치레가 되지 않으려면 꼿꼿하게 몸을 바로 세우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상대의 눈길을 놓치지 않은 채 손을 내밀면 된다. 이럴 때 상대방이 아무리 높은 지위의 인물이라 해도 똑바로 바라보면 좋을 것이다. 눈길을 피하는 행위는 상대를 무시하거나 스스로 격을 낮추는 행위로 간주된다.

악수할 때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조아리며 왼손을 겨드랑이나 팔목에 붙이는 모양새는 아마도 우리나라와 일본의 일부 정치권 인사 정도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글로벌 정격매너로 보자면 비굴하고 천박한 인사법을 나날이 반복하는 것이다.

지금 글로벌 시대에 이런 기이한 악수가 통용되는 이유는 정격악수를 고집하다가는 버릇없는 사람, 건방진 인물로 간주될 위험 때문이기도 하다. 이럴 때의 대안은 이렇다. 어른이나 대접해야 할 인사와 악수를 할 경우 먼저 한국식으로 공손히 인사를 한 다음 상대방이 손을 내밀면 정격자세로 당당하게 악수를 하면 된다. 글로벌 품격을 갖춘 사람들은 악수 하나로 상대방의 됨됨이를 이내 간파한다. 자기존중과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는 인물은 지구촌 시대에 어울리지 못하고 마냥 떠도는 품격 없는 미아로 전락하기 쉽다.

졸업시즌이다. 학교를 마치고 사회로 나서는 젊은이들이 당당하고 품격 있는 글로벌 악수매너를 제대로 익히고 사회로 힘차게 나아가기를 응원한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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