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화한 겨울 이른 개화
경칩도 전에 깨어났다가
갑작스러운 추위로 동사
생태계 연쇄 혼란의 봄

▲ 경칩을 하루 앞둔 4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경기도농업기술원 곤충자원센터에서 연구용 청개구리가 꽃 위에 올라가 있다. 연합뉴스

절기상 경칩(驚蟄)이 됐지만 개구리 울음소리 듣기가 힘들어졌다. 평년보다 빠르게 찾아온 봄 기운과 강추위가 반복되면서 이른 겨울잠을 깬 개구리와 벌이 버티지 못한 채 동사해서다. 꽃씨와 수분을 옮겨 생명을 틔우는 벌, 먹이사슬 중간단계에 위치한 개구리 등의 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전문가는 생태계 혼란을 막기 위한 진지한 고민과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경칩이 되면 겨우내 잠 들었던 만물이 깨어난다. 움츠러들었던 생명이 소생하며 본격적인 봄의 서막을 알리고 한 해의 농사를 준비하는 중요한 절기다. 절기상 풀이로 봐도 상당히 큰 의미를 지니는데 최근 경칩의 시기보다 이르게 날이 온화해지면서 각종 문제가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개화시기만 봐도 한눈에 체감할 수 있다. 봄을 가장 빠르게 알리는 매화가 지난 1월 15일 제주에서 피기 시작했는데 이는 평년보다 32일 빠른 소식이다. 아직 개화하지는 않았지만 대전에서도 이달 초 매화 발아가 관측되기도 했다. 4일 기상정보 제공업체 웨더아이에 따르면 올해 전국 벚꽃 개화시기도 평년보다 1~7일 정도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이처럼 생태계의 시간이 고온 현상으로 인해 급격한 변화를 직면하고 있는 모습은 전국에서 포착되고 있다. 식물 번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벌과 나비가 가장 대표적이다. 꽃의 수분공급을 돕는 매개충의 활동이 줄어들어 생태계 피라미드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 대전에서는 개구리가 이른 겨울잠을 깬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환경단체에 따르면 큰산개구리가 지난달 국립대전현충원 내 연못에서 동사한 채로 발견됐고 최근 대전 서구 월평공원에서 개구리가 포착됐다. 이론대로라면 경칩을 기점으로 깨어나야 하지만 비교적 온화한 날씨 탓에 지난 1월 중순부터 깨어난 것으로 환경단체는 분석하고 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벌과 개구리가 예년보다 일찍 산란하고 있다. 최근 겨울철에도 비교적 따뜻한 날이 지속되면서 봄이라고 착각해 일찍 깨어났다가 급작스러운 추위로 동사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농작물 역시 피해를 입기도 한다. 이상 고온 현상의 여파로 생태계는 이미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보면된다. 벌과 개구리의 경우 먹이 피라미드상 번식을 하는 ‘1차 소비자’인데 개화시기가 빨라지면서 연쇄적으로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한 진지한 고민이 절실한 때다”라고 강조했다.

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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