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간호사 투입…‘우려·혼란’ 지속
정부, 새 간호법 의료개혁에 반영
의사단체 “전공의 원점서 재논의” 촉구

<속보>=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둔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간호법’ 제정을 촉발했다. 의료 공백이 현실화하자 지난 8일부터 ‘숙련된 진료지원(PA) 간호사’의 현장 투입을 본격화한 정부가 PA간호사 제도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다. 오랜시간 묵혔던 간호법이 다시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전국 의사단체는 전공의 증원 문제를 원점서 재논의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본보 8일자 5면 등 보도>
전공의 공백이 20일째로 접어들면서 지역에서도 의료 공백이 현실화하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응급실은 성형외과와 소아과에 이어 8일부터 외과 진료를 할 수 없다고 공지했다. 홈페이지를 통해 ‘전공의 근무 공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일부 진료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환자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체계를 가동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충북대병원의 경우 병상 가동률이 70%에서 40%대로 떨어졌고, 정형외과는 전공의 공백으로 수술이 불가한 상태다.
충남 천안 A 대학병원에서 근무 중인 한 의료 관계자는 “환자들이 민간 종합병원을 찾으면서 환자의 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 이에 따라 병동을 통·폐합해 규모가 축소됐다. 전공의 비율이 높은 대학병원에서는 이미 의료 공백이 현실화됐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PA간호사들이 투입되기 시작했으나 우려와 불안은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수술 부위 봉합, 응급환자 심폐소생술은 물론 고난도 의료행위 등을 허용하고 법적 보호를 하겠다고 밝혔으나 진료 지원 범위와 법적 책임 소재가 여전히 모호하기 때문이다.
대전 B 병원 간호사 C 씨는 “현행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은 없다. 외국의 경우 PA간호사가 제도화돼 차라리 법적으로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외국으로 가기 위해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정부가 전공의 사태로 대안을 마련해 주기는 했으나 현실적으로 사각지대가 존재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추후 법적으로 명확하게 정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장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한간호협회는 새로운 간호법안 추진을 공식 요청하고 나섰다. 간호협회는 지난 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51년 제정된 의료법은 70여 년이 지난 낡은 법체계를 갖고, 수차례에 걸쳐 의사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개정돼 온 결과물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계는 의사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이 아니고서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었던 그간의 과오를 딛고 근본적인 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간호법은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의료를 강화하고, 의료사고 안전망을 구축하는 의료개혁을 뒷받침하는 법안이 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한덕수 국무총리는 같은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통해 “간호법 재추진을 공식 요구한 간호협회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라고 언급했다.
한편 전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의대 증원 갈등을 원점에서 재논의 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9일 성명을 통해 “의료 대란은 정부의 정책 실패에서 기인했다. 전공의와 의대생에 대한 부당한 탄압을 중단해야 한다. 10~16년 후 효과있는 정원 확대가 아닌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논의해야 한다.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의료 정책을 몰아붙이지 말라”라고 규탄했다.
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