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은행 간판이 내려져 8년여의 시간이 흐른 2006년 9월, 대전상호저축은행이 지방은행 설립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자 이내 금융계의 화두가 됐다.당시 대전, 충남 경제계에서 지방은행 필요성을 공감했지만 현실적으로 진입장벽이 높아 기대론(긍정론)과 회의론(부정론)이 맞서 있었다.이 때문에 대전상호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설립 추진 자체는 경제계 큰 이슈였다.아울러 대전상호저축은행이 지방은행으로의 승격 및 신설 추진을 공식화 한 것은 참여정부가 서민금융 활성화를 위해 상호저축은행이 지방은행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방식으로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한 배경이 깔려 있었다.그러나 2008년 9월 말 부산상호저축은행과 부산2상호저축은행, KTB투자증권 등이 1000억 원을 유상증자하는 조건으로 대전상호저축은행의 인수 본계약을 체결하면서 대전상호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설립 추진은 없던 일이 됐다.◆ 지방은행 설립 긍정론상당수 지역민들은 옛 충청은행이 사라진 뒤에도 지방은행 부활을 통해 현재의 열악한 지역의 금융 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방은행 설립을 염원하는 것은 대체적으로 소상공인들에 대한 소액 대출 비중이 낮고 상대적으로 부동산 관련 비중이 높은 지역 금융환경이 바뀌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다.지방 중소업자들 역시도 IMF 위기 이후 지방은행에 비해 시중은행의 대출태도가 좀더 엄격해졌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에 전국금융산업조합 산하 6개(전북, 대구, 부산, 경남, 광주, 제주) 지방은행 노동조합은 지난달 20일 성명서를 내고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때 2차례에 걸친 금융 구조조정 과정에서 충청, 경기, 강원, 충북은행이 시중은행에 인수합병 되면서 지역금융이 초토화됐다"며 "경제력, 인적자원의 수도권 집중과 지역간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또 노조는 "지역균형 발전에 부응하는 지방은행 육성정책이 제시돼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지방은행의 장점은 ▲지역밀착 경영 강화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 창출 기여 ▲지역경제의 구심점 역할 강화 등을 꼽을 수 있다. 지방은행은 지역밀착과 고객밀착이 최대의 경쟁력이므로 조밀한 점포망과 유대관계가 공고한 점이 특색이다.◆ 지방은행 부활 장벽 ‘지방은행 부활론’이 지역 경제계에서 끊이지 않게 일고 있지만 가시적인 움직임은 없다. 지방은행 부활을 위한 과제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우선 충청은행 설립 과정처럼 지역 상공인들의 민간 출자에 의해 지방은행이 설립돼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중지를 모으기가 쉽지 않다. 대주주의 출자 등이 따르지 않을 경우 은행법상 지방은행 설립이 어렵다. 충청은행의 경우 지난 1967년 지역 경제인을 규합해 지방은행 설립에 나섰지만, 자본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어 연기된 뒤 김종희 한국화약 대표와 최준문 동아건설산업 회장 등 충청출신 재경실업인들의 주식인수를 이끌어내 이듬해 2월 창립총회를 가졌다. 또 지방은행 부활의 중심에 선 제2금융기관이 승격에 필요한 외형적 조건은 갖춘 상태지만 기존 은행권의 집중견제도 부담이다. 이와 함께 지방은행 설립을 위한 까다로운 요건과 절차도 난제다. 지방은행으로의 승격을 준비하는 제2금융기관이 있다면 점포개설, 인원 충원, 전산망 확충, 영업준비금 등을 고려할 때 최소한 1000억 원 이상이 있어야 한다는 게 금융계의 분석이다. 아울러 중앙 지향적인 사고도 걸림돌이다. 지역에 금융서비스 수요를 꼭 지역의 금융기관이 맡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인식과 지방경제의 규모는 극히 일천한데 경쟁의 파고는 더 높게 일고 있어, 지방은행이 과연 독자의 수익모델을 확보할 수 있을 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또다른 걸림돌이다. 정보기술이 금융서비스에 접목됨에 따라 조밀한 점포망을 가져야 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이처럼 지방은행은 ▲대형 시중은행에 비해 떨어지는 경쟁력 ▲적은 기본 자본규모에 따른 전산망 등 고정자산에 투자할 여력 부족 ▲은행의 온정주의적 운영에 따른 재 부실 우려 등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 지방금융 시중은행에 맡겨도 무방한가.흔히 경제학자들은 금융시장에서 지역적 차별성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자본의 이동이 전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에 한 지역내에서 자금수요와 자금공급이 불일치하는 경우는 발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지방금융을 시중은행에 상당 수준 맡겨도 무방한 것일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지방은행을 비롯한 지역금융기관이 대거 퇴출되면서 서울로의 자금집중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다. 또 자금공급 면에서 지역 중소상공인에 대한 배려가 덜할 수 밖에 없다. 대전·충남지역의 경우 토착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비중이 46.3% 내외로 광주(59.8%)나 대구·경북(58.2%) 등 지방은행이 있는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낮다는 통계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대만 경제성장과 90년대 미국의 장기성장 기반의 원동력이 중소기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역 중소기업들이 자리잡을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 많은 선진국의 경우 전국 규모의 메이저은행과 지방을 주요 영업지역으로 하는 마이너은행이 공존하는 금융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이에 따라 고용의 상당수 포지션을 차지하는 지방 중소기업에 어떻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며, 지방 중소기업에 어떻게 금융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한 지방은행의 필요성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게 지역 경제계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