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 테를지 국립공원 전경.

테를지(Terelj) 국립공원은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동쪽으로 약 80㎞ 떨어져 있다. 복드 칸 산맥의 최고봉인 체체궁산(2256m)은 몽골인들이 가장 신성시하는 산으로서 울란바토르와 테를지를 함께 에워싸고 있다. 테를지 국립공원은 드넓은 초원이 끝없이 펼쳐지고, 한쪽에는 기암괴석과 숲으로 어우러진 산이다. 테를지 국립공원에서는 푸른 초원, 하얀 게르 촌, 기암괴석으로 어우러진 이국적인 풍경, 트레킹과 승마 체험, 밤하늘에 은하수를 구경할 수 있는데, 특히 초원에서만 볼 수 있는 유목민족의 가축과 몽골식 전통 게르 등이 이색적이다. 1993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고, UNESCO 세계 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됐다.

칭기즈칸 기념관 전망대에서 본 테를지공원.
칭기즈칸 기념관 전망대에서 본 테를지공원.

울란바토르에서 테를지까지는 포장도로이고, 자동차로 1시간 반 거리여서 교통이 편리한데, 시간에 쫓기거나 몽골의 남부나 서부로 여행하려고 하는 여행객은 당일치기로 다녀오기도 한다. 테를지 국립공원 입구에 있는 약 30m 높이의 거대한 거북바위는 테를지 국립공원의 랜드 마크인데, 그 주변에는 낙타 인형, 잣, 양말 캐시미어 등 기념품 가게들이 있다. 거북바위 가까이에는 10m 높이의 건물 위에 40m의 동상을 세워서 전체 높이가 50m나 되는 칭기즈칸 청동 기마상이 있는 기념관이 있다.

거북바위.
거북바위.

칭기즈칸기념관은 2008년 몽골제국 800주년을 기념하여 몽골의 재벌기업 젠코(Genco)가 건축한 건물로서 입장료는 2만 3000투그릭(한화 8000원)이다. 수도 울란바토르의 라마교 최대 사원인 간단 사원(甘丹寺) 옆에 2022년 10월 8층 건물로 개관한 칭기즈칸 박물관에서 칭기즈칸 관련 유물을 전시하고 있지만, 테를지 국립공원은 관광객을 위한 박물관, 레스토랑 등이 있다. 기념관에서 높이가 9m, 길이가 6m라고 하는 '칭기즈칸 부츠'가 그렇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으로 올라가면 테를지 국립공원 전경을 살펴볼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해준다.

게르촌.
게르촌.

칭기즈칸기념관을 지나면 유목민의 전통 이동식 집인 게르를 현대화한 게르 촌인데, 이곳은 여행객들의 숙소로 이용되고 있다. 푸른 초원에 하얀 색깔의 게르가 군데군데 밀집해 있는 풍경이 매우 이국적인데, 호텔과 달리 불편한 점이 많아도 게르 숙박 체험을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게르는 출입문은 하나이고, 반대 방향에 미닫이 창문이 하나 있다. 게르 안에는 침대, 화장실, 샤워실이 있고, 온수도 나온다. 바닥에는 열선까지 있어서 별도로 난방장치를 하지 않아도 좋다. 게르는 2인실 혹은 4인실로 만들어져 있는 것은 등급 차이가 아닐까 싶다.

칭기즈칸기념관 전경.
칭기즈칸기념관 전경.

거북바위에서 약 10분쯤 떨어진 산기슭에는 라마불교인 아리야발마 사원(Aryapala Temple)이 있다. 아리야발마 사원은 테를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훨씬 전인 1810년경에 창건되었으나, 구소련 시대에 불교 탄압으로 많은 사찰과 함께 사라졌다가 1988년에 복원되었다. 아리야발마 사원은 '관세음보살'이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새벽사원'이라는 별칭도 있다.

칭기즈칸 부츠.
칭기즈칸 부츠.

사원으로 가는 길 양쪽에는 영어와 몽골어로 쓰인 144개의 불교의 가르침이 적힌 표지판이 줄지어 있다. 입장료는 2000투그릭(750원)이다. 사원은 인도에서 석가모니가 타고 다녔다고 하는 코끼리를 형상화하여 108개의 계단은 코끼리의 코이고, 본당은 코끼리의 머리를 상징한다. 사원은 흰색 사각형 음영 및 흰색 색상의 본관과 불교와 종교의 기호로 장식된 도자기 지붕과 같은 티베트 스타일이다. 특히 지옥과 낙원이 무엇인지 묘사한 형상이 이색적인데,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테를지 국립공원의 전경도 매우 아름답다.

아리야발 사원.
아리야발 사원.

테를지 국립공원 게르에서 하룻밤을 잔 다음 날, 오전에는 열트산 트레킹을 2시간 반가량 했다. 트레킹을 마친 뒤에는 하산해서 조랑말을 타고 1시간가량 승마 체험을 했다. 말은 체구가 작은 몽골 말인데, 말을 타기 전에 낙상사고에 대하여 책임이 없다는 각서를 썼다. 승마 체험은 마부 한 사람이 자신이 탄 말을 중심으로 양편에 승마한 관광객을 한 사람씩 두 명을 안내하는 3인 1조 형식이다. 몽골인들은 아기가 태어나면 걷기도 전부터 말을 타기 시작한다고 하며, 남녀노소가 승마에 익숙해서 안장을 얹지 않고도 말을 타는 사람들이 많다. 관광객은 가이드가 안내하는 대로 말을 타고 유목민 마을도 구경하는 코스인데, 마을에서는 말젖을 발효시킨 음료도 맛볼 수 있다.

아리야발마 사원에서 본 체쳉궁산.
아리야발마 사원에서 본 체쳉궁산.

사실 1970년대 중반, 서울 뚝섬 경마장의 승마장에서 거대한 호주산 말을 타고 승마 배울 때를 생각하면, 테를지에서의 승마 체험은 어린이 놀이 같다. 또, 우리 아이들도 초중고생이었을 때, 제주도 여행은 물론 태국 여행에서 몇 차례 타본 경험도 있다. 암튼 평지에서 말 안장을 보면 그다지 높게 보이지 않지만, 정작 말 등에 올라가면 굉장히 높은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은 말 등이 평균 성인 남자의 키 높이인 160~170㎝ 정도이고, 그 위에 안장을 얹고 앉은 기수의 눈높이는 전체적으로 평지에서 2.5m 정도가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승마 경험이 없는 초보자는 말이 민감하게 알고 깔보며 떨어뜨리려고도 해서 말고삐를 바짝 쥐고, 말을 타거나 내릴 때도 뒷발질에 차이지 않도록 뒤로 돌아가는 것을 피하는 것이 기본이다.

초원
초원

테를지 국립공원에서는 대기가 오염되지 않은 밤하늘에 은하수를 구경할 수 있는 것도 관광 테마의 하나인데, 몽골은 세계 3대 별 관측지로 북극성을 중심으로 아주 천천히 동심원을 그리며 빛나는 별을 관측할 수 있다. 내가 10대였던 1960년대 시골에서 여름밤 냇가에 나가면 무수한 반딧불이와 함께 밤하늘 가득히 보석처럼 빛나는 은하수를 실컷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꿈같은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어렸을 적 시골에서 보았던 밤하늘의 은하수를 반세기 지난 지금은 머나먼 몽골에서 보게 된다는 것이 무척 아이러니했다. 은하수는 해가 긴 여름에는 밤 10시 이후 새벽 1시~2시경에 가장 잘 보인다고 하는데, 달빛이 밝은 음력 보름 전후에는 볼 수 없다. 또, 구름이 많이 끼었거나 비가 내리는 날씨에는 별 관측을 할 수 없고, 그믐 전후 일주일이 가장 잘 보인다.

승마 체험
승마 체험
은하수.
은하수.

<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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