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농장 ‘맹견 70마리 탈출’ 해프닝
동구 “안전사고 대비해 ‘맹견’ 표현”
가슴 쓸어내린 주민 “어디로 대피하라는 건지…”

대전에서 119상황실 허위 신고로 인한 ‘맹견 70마리 탈출’ 해프닝이 벌어진 가운데 다소 모호한 재난문자의 내용을 두고 지적이 일고 있다.
경각심 차원에서 맹견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는 하지만 재난문자 내용에는 ‘어디로 어떻게’ 대피해야 하는지에 대한 행동요령 등의 안내는 부실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위급 상황에서의 행동요령, 위험 요소의 위치 등을 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버이날인 8일 대전 동구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44분경 동구 삼괴동에서 ‘사람을 물 것 같은 큰 개가 돌아다닌다. 탈출한 개가 70여 마리다’라는 112신고가 들어왔다. 해당 신고를 접수한 경찰과 소방당국은 개 탈출 신고 내용을 구에 안내했고 구는 오전 10시경 ‘금일 오전 9시 44분경 동구 삼괴동 일원 개농장에서 맹견 70여 마리가 탈출했으니 주민은 해당지역 접근을 자제하고 안전한 장소로 즉시 대피해달라’라는 내용의 재난문자를 송출했다. 이후 40여 분이 지난 오전 10시 24분경 ‘금일 오전 9시 44분경 동구 삼괴동에 위치한 개농장에서 탈출한 개들이 모두 회수됐다’는 재난문자를 추가 발송했다.
조사 결과 119상황실 신고는 사실보다 과장된 신고였다. 해당 농가는 대형견 1마리와 소형견 29마리 등 개 30마리를 키우는 곳으로 이 중 소형견 3마리가 탈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가 주인이 직접 포획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맹견 70마리’로 표기된 재난문자와 다소 모호한 행동요령이 도마 위에 올랐다. 재난문자는 재난 시 신속한 대피를 위해 보내는 긴급 문자메시지인데 구가 송출한 문자에는 행동요령과 대피 장소는 부재했다.
구 관계자는 “재난문자 전파 과정에서 주민 안전 당부 및 경각심 차원에서 개를 맹견으로 표현했다. 업무 방해에 따른 고발 등 신고자에 대한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재난문자로 인해 혼란을 드려 송구하다. 재난문자 발송 시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 등 신중을 기하겠다”라고 해명했다.
이 같은 재난문자 오보는 반복돼 왔다. 지난해 5월 서울시는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쏜 뒤 ‘서울지역에 경계 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재난문자를 송출했는데 당시에도 어디로, 어떻게 대피해야 하는지는 담겨있지 않았다.
전문가는 재난문자의 역할에 걸맞은 구체적인 행동요령도 함께 게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이번 상황에서는 탈출·대피 장소는 물론 행동요령도 구체적으로 안내했어야 한다. 또 탈출한 동물의 위치가 파악됐을 경우 어느 경로로 가고 있으니 주의하고 신고를 해달라는 내용도 담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
